[ 자동차생활 2001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쏘나타 시리즈를 대표하는 모델 세 차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데 모인 세 차종은 각각 다른 세대의 모델들 중에서도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후기형 모델들이다. 현대를 대표하는 중형차인 쏘나타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발전사와 함께 자동차를 둘러싼 사회와 소비자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보는 자리라 할 수 있겠다.

현대의 쏘나타 시리즈는 같은 이름으로 생산된 16년의 세월 동안 네 번의 전면적인 섀시 교체가 이루어졌다. 후륜구동방식 구동계를 갖춘 첫 쏘나타는 스텔라의 고급형 모델로 만들어졌고, 당대에는 대우 로얄 시리즈의 아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모델이었다. 때문에 실질적인 쏘나타는 전륜구동방식으로 바뀐 신형 갤랑 섀시를 이어받은 Y2 쏘나타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88년에 데뷔한 Y2 쏘나타는 현대의 중형급 승용차에서 쥬지아로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모델이다. 여유있고 풍만한 바디는 지금 보아도 크게 낡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이다. 시승차로 준비된 모델은 91년에 페이스 리프트된 ‘뉴 쏘나타’였다. 쏘나타의 바디와 기본적인 섀시는 그대로 두고, 램프와 그릴 등의 세부 요소들을 새 차의 느낌이 들도록 손보았다. 개인적으로는 뉴 쏘나타의 디자인이 차의 성격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뀌고 앞뒤의 균형이 맞지는 않지만 쏘나타의 디자인보다 한결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1992-Hyundai_Sonata-1

외관에서 볼륨감을 살린 만큼 실내에서도 넉넉함이 느껴진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전반적 레이아웃이 비교적 높게 위치하여 편안하게 탑승자를 감싸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매번 느껴왔던 것이지만 운전에 편한 자세를 잡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시트 포지션이 약간 높은 편이어서 뒷좌석의 무릎공간은 여유롭다. 때문에 처음 Y2 쏘나타가 나왔을 때에는 윗급인 그랜저보다 실내공간이 넉넉하다는 평을 들었다. 사실 이 부분은 선대 모델인 스텔라나 경쟁차였던 로얄 시리즈가 후륜구동방식이었던 탓에,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는 센터터널이 차지하던 자리가 사라짐으로써 얻은 상대적인 이익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 SOHC 120마력의 시리우스 엔진은 이미 그랜저에 얹혀나오던 것으로, 고급차인 그랜저와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전에도 몇 차례 Y2 쏘나타를 몰아본 적이 있었지만, 차의 전반적인 셋팅은 패밀리 세단인 점을 고려해 상당히 여유롭게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 서스펜션은 맥퍼슨 스트럿, 뒤 서스펜션은 제로 캠버 타입의 토션 빔 액슬 방식을 적용했다. 뒤 서스펜션이 좌우가 연결되어있는 형태여서 노면의 굴곡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승차감 위주의 셋팅 덕분에 불편한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대신 현재의 기준으로 본다면 진동의 처리가 약간 어설픈 느낌이고, 과격한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다.

뒤를 이어 등장한 Y3 쏘나타 II는 지금 보아도 무리가 없는 시원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Y2 쏘나타의 뒤를 이어 신형 갤랑의 것을 바탕으로 현대가 새롭게 개발한 섀시를 이용했는데, 휠베이스가 늘어난 것은 물론 뒤 서스펜션이 스트럿 방식을 기초로 한 듀얼 링크 방식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96년에 데뷔한 쏘나타 III 역시 기본적인 내용은 쏘나타 II와 동일하고, 외관에 근육질의 새로운 이미지를 더했다. 엔진은 쏘나타로부터 이어받은 시리우스 계열의 엔진으로 포진되었다. 뉴 쏘나타에서 추가된 2.0 DOHC 엔진은 물론, 쏘나타 II에서는 1.8 DOHC도 추가되었다.

1998-Hyundai_Sonata3-1 

차의 스타일이 보다 날렵해지면서 수치상의 실내공간은 더욱 커졌지만, 많이 누운 앞 유리창과 낮아진 벨트라인으로 인해 체감공간은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또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가늘게 다듬어 실내의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움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섀시의 변화에 따라 뒤 서스펜션이 좌우독립식으로 바뀌면서 주행안정성도 보다 높아졌다. 승차감은 여전히 여유롭지만 약간 더 단단한 느낌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핸들링도 한층 정교해졌지만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시승차의 1.8리터 엔진은 여유있는 운전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차의 크기가 커지면서 늘어난 부담을 감당하기에는 2.0리터 이상의 엔진은 되어야 할 정도가 된 셈이다.

98년에 등장한 EF 쏘나타는 섀시부분에서 미쓰비시의 영향력을 벗어난 첫 번째 중형 모델이 되는 셈이다. 새로이 설계된 섀시는 앞쪽에는 더블 위시본, 뒤쪽에는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을 적용해 4륜 모두 독립 서스펜션 구성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설계의 변화는 차의 스타일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섀시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도 현대의 독자적인 기술과 노하우가 대폭 적용된 것이 EF 쏘나타의 특징이다. 1.8리터와 2.0리터 엔진은 미쓰비시 설계를 기초로 현대에서 새롭게 손본 시리우스 II 엔진에 현대가 독자개발한 2.5리터 델타 V6 엔진을 추가했다. 특히 EF 쏘나타는 품질과 성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세계수준에 근접한 중형급 승용차로 평가받았다.

21세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2001년, 드디어 EF 쏘나타를 개선한 뉴 EF 쏘나타가 선을 보였다. 93년 추가된 이래 쏘나타 시리즈에 계속해서 사용되어오던 시리우스 1.8 DOHC 엔진이 현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베타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전면과 후면에 크게 바뀌면서 길이가 늘어나 몸집은 대형 승용차에 가까와졌다.

2003-Hyundai_EFSonata-1

새 차인 만큼 관심있게 차를 살펴보았는데, Y3 쏘나타와 비교했을 때에는 보다 편리하고 고급스럽게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낮아진 차체와 실내공간 때문에 여유로움은 그다지 크지 않다. 특히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 포지션이 낮아 뒷좌석 승객이 발을 놓기 편하지 않은 것이 큰 약점이다. 섀시의 개선으로 동적 성능이 매우 향상된 것은 크게 평가할 만 하지만, 패밀리 세단으로서 뒷좌석 공간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운전석에서의 편의장비 조작성이나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의 편안한 운전자세 등은 가장 낫게 느껴진다. 최근 모델로 올수록 운전자 위주로 바뀌어 가는 실내가 흥미롭다.

미쓰비시로부터 공급받는 수퍼트로닉스 CVT는 미쓰비시 설계를 기초로 한 시리우스 II 엔진이 사용되는 2.0 모델에만 적용된다. 좁은 기어비로 스포티한 변속이 가능하고, 6단까지 있는 것이 특징이다. CVT 특유의 어색한 느낌도 심하지 않고, 수동모드에서의 빠른 변속속도도 매력적이어서, 운전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차체의 크기가 커지고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타이어의 크기도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석 대의 시승차 중 쏘나타 III만 유일하게 1.8 엔진을 얹고 있어 타이어 크기도 작았다. 그러나 최고 모델만을 비교해 본다면 쏘나타와 쏘나타 II는 14인치, 쏘나타 III에는 15인치, 뉴 EF 쏘나타에는 16인치의 휠과 타이어를 장착했다.

3대에 걸친 쏘나타 집안의 가족사를 살펴보면서, 핏줄 속에 흐르는 여유로움과 포근함은 그대로이지만 외양이나 성격은 점점 더 젊어지는 것이 차가 사람처럼 진화해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어떤 구석은 점점 더 똘똘해지는 부분도 보이지만 다른 한 구석에서는 왠지 포용력이 없는, 필자를 포함한 요즘의 신세대를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사족이지만, 운전석에서 느끼는 세 모델의 공통점 중에는 일부 산만하게 배치된 장비 스위치들도 포함된다. 핏줄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