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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6월 한국경제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 4월 선보인 현대 라비타는 퓨전카 싼타페에 이어 현대에서 두번째로 내놓은 신개념의 승용차다. 라비타처럼 미니밴의 특성과 승용 왜건의 특성이 적절히 뒤섞인 개념의 차들은현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승차는 1.8 CR 고급형 모델(1천 239만원)에 자동변속기와 에어컨이 포함된 것으로 가격은 1천4백34만원이다.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페라리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했지만 앞부분 스타일에서는 현대의 손길이 많이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옆과 뒷부분은 단순한 느낌이 들지만,전체적으로 차체 허리부분에 굴곡을 주어 단순함을 피하고 있다. 도어는 앞뒤 모두 크게 열려 타고 내리기가 편리하다.

실내공간은 여유롭게 느껴지지만,전반적 구조가 아래쪽으로 치우쳐있는 느낌이다. 유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넓어 시야는 우수한 편. 국내 최초로 대시보드 가운데에 속도계를 비롯한 주요 계기들을 배치해 놓은 것도 라비타의 특징 중 하나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시선이 움직이는 거리는 일반적인 계기판과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익숙해졌다.

내장재는 대부분 딱딱한 표면의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지만, 전체적으로 검은색으로 내장재를 통일하여 감성품질을 높였다. 대시보드 중앙부분을 비롯해 부분적으로 샴페인 골드 칼라의 메탈그레인을 장식해 실내 분위기를 신선하게 해준다.

뒷좌석은 6:4로 나뉘어 접히고,앞뒤 거리조절은 물론 등받이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박스형 차체 덕분에 뒷좌석 머리 위 공간도 여유있고, 전반적으로 실내공간이 넉넉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뒷좌석에는 접이식 중앙 팔걸이도 마련되어 있어 최근의 승용차 사양 고급화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수납공간은 곳곳에 다양하게 마련되어있지만 전반적으로 크기가 작은 것이 아쉽다.

시승차의 1.8 DOHC 베타엔진은 스포츠카 티뷰론과 뉴 EF 쏘나타에도 장착되는 것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없지만, 3천rpm 이상의 고회전에서는 엔진소리가 급격하게 거칠어지는 것이 흠이다. 인공지능 4단 자동변속기의 변속특성은 비교적 우수하지만, 가속시 “생-“하는 CVT 비슷한 소음이 나고, 약간의 동력손실이 느껴진다. 시승차의 자동변속기보다는 수동변속기가 효율적일 듯 하다.

키가 큰 탓에 좌우로 기울어지는 경향은 승용차보다 크지만, 아반떼 XD의 섀시를 기초로 한 든든한 서스펜션 덕분에 갑작스러운 기동에도 기울어짐만 약간 불안하게 느껴질 뿐 차체운동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은 부드럽게 반응하고 ABS도 비교적 잘 작동하지만 무게중심이 높고 키가 큰 탓에 앞으로 기울어지는 정도가 크게 느껴진다. 핸들 반응은 약간 둔하게 느껴진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대체로 승차감이 편안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는 잔여진동 처리가 비교적 깔끔하다.

해외 전문지에서 라비타의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평범해 보이는 외관에서매력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막상 라비타를 시승하고 나니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평범한 외관보다는 오래 타도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라비타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