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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4년 1월 1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지난 연말, 2004년 국내 자동차 업계의 키워드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빠뜨릴 수 없는 게 ‘4륜 구동’이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에도 4륜 구동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수입차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져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에 수입되는 승용차들 중 상당수에 4륜 구동 모델이 더해졌다.

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을 네 바퀴에 고르게 전달하는 4륜 구동은 쓰임새와 발전과정에 있어서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지프형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험한 지형을 헤치고 나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형식의 4륜 구동은 빠른 속도보다는 느린 속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른 한 가지 방식은 승용차에 적용되는 것으로 미끄러운 도로상황이나 빠른 속도에서의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나라처럼 겨울에는 눈이, 여름에는 비가 많은 환경에서는 이런 4륜 구동 승용차가 더욱 절실하다.

자동차는 엔진의 힘이 고스란히 길 위로 전달될 때 가장 안전하다. 힘이 넘치는 바퀴는 접지력을 잃어 헛돌게 되면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4륜 구동 승용차는 전자장치를 이용해 이런 위험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결한다. 미끄러지지 않는 다른 바퀴들에 전달되는 힘을 조절해서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차가 움직이는 것을 막는 것이다.

물론 2개의 바퀴에 엔진의 힘이 전달되는 승용차도 전자장치가 브레이크나 엔진출력을 조절함으로써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바퀴보다는 네 바퀴에 힘이 전달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안전한 차를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수입 4륜 구동 승용차나 고가의 지프형 차량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경차에서도 4륜 구동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운전자들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할 일은 아직도 많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