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오토카 한국판 2008년 10월호에 쓴 글입니다 ]

미쓰비시가 국내 진출과 함께 내놓은 두 차종은 성격만 놓고 보면 판이하게 다르지만, 미쓰비시가 내세우고 있는 차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어 가치보다 상징성이 큰 차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 차가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미쓰비시 차의 유전자가 어떤 것인지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읽을 수 있다. 가장 먼저 국내에 출시된 미쓰비시 모델 가운데 스포츠성을 강조한 랜서 에볼루션 X와 대척점에 있는 실용적인 차, 아웃랜더 V6를 시승했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유가폭등으로 인기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세단 바탕의 왜건이 뿌리내리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SUV는 여전히 왜건의 대안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 특정 모델에 한정된 것일지 몰라도 – SUV 판매가 국산차만큼 큰 부침을 겪지 않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아웃랜더는 소비자들이 한 번쯤 구입을 생각해볼 만한 가격표를 달고 소비자들 앞에 나왔다.

경쟁차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도 있지만, 많지 않은 경쟁차들 가운데에는 국내 수입차 베스트 셀링 모델 가운데 하나인 혼다 CR-V가 버티고 있다. 면면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경쟁차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고려대상 목록에서는 한데 어우러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관심은 ‘과연 아웃랜더가 경쟁차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느냐’, 또는 ‘다른 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아웃랜더만의 개성은 무엇인가’에 쏠리게 된다.

2009 Mitsubishi Outlander

대담한 직선을 많이 써 날렵해 보이는 차체는 ‘스포티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7인승 모델도 나오기 때문에 차체 크기는 현대 싼타페와 비슷하면서 너비와 높이가 약간 작은 수준. 단순한 디자인의 그릴을 사이에 둔 각진 헤드램프는 앞모습을 단순하면서도 단호한 분위기로 만들고, 헤드램프와 비슷한 형상의 테일램프는 클리어 타입에 LED 램프를 써 디자인의 조화를 꾀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화려한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직선을 기조로 한 단순한 디자인 주제는 실내에도 잘 구현되어 있다. 실내 분위기를 좌우하는 대시보드 디자인은 형제차라 할 랜서와 많이 닮아 있다. 알루미늄색 장식으로 스포티함을 더했을 뿐인 튀지 않고 담담한 스타일은 도어 내장재에도 이어진다. 여기에 속도계와 엔진회전계의 원형을 강조한 계기판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이 어우러져 건조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내장재가 고급스럽지 않은 것은 세련된 디자인이 충분히 보완한다. 그래도 몇몇 플라스틱 부품들은 업그레이드가 절실하고, 부위마다 제각각인 가죽도 세련미를 더할 필요가 있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운전석에 앉으면 스포티한 느낌의 시트가 몸을 감싼다. 앞좌석은 쿠션이 적당히 두툼하지만 지지력이 탄탄하고, 굴곡이 있지만 몸을 꽉 조이지는 않는다. 센터 페시아의 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는 스티어링 휠에서 가볍게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편리하다. 단순한 장비구성으로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지만, 오디오 버튼과 스티어링 휠의 리모컨 버튼은 사람에 따라 조금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지나치게 돌출된 주차브레이크 레버와 시트 안쪽에 어색하게 붙어 있는 열선 스위치에는 가급적 눈길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뚜껑이 2단으로 열리는 센터 콘솔, 위 아래로 열리는 2단 글로브 박스를 비롯해 수납공간은 이 정도 차급에서는 충분할 만큼 갖춰져 있다. 공간은 앞뒤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너비는 여유가 조금 부족하다. 답답할 수준은 아니어서 스포티한 운전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뒷좌석은 기능적인 면에서 장점이 두드러진다. 6:4 비율로 분리되어 개별적으로 앞뒤 거리조절은 물론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고, 한 번의 레버 조작으로 간단히 더블 폴딩시킬 수 있다. 그러나 뒷좌석에 사람이 탔을 때에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앞좌석이 높아 발과 다리를 놓을 공간은 충분하지만 쿠션이 탄탄하면서 굴곡도 적어 썩 편안하지 않고, 공간에 비해 시트 자체의 너비가 좁아 어른 3명이 타기에는 답답하겠다. 또한 등받이에 내장된 접이식 팔걸이는 짧고 넓어 펼쳤을 때 답답하다. 컵 홀더에 음료수병을 꽂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천장에 달린 DVD 플레이어는 간단히 조작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앞좌석보다 뒷좌석 앉는 부분이 높아 머리 위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바닥은 튀어나온 부분 없이 짐칸과 그대로 이어지는데, 3열 좌석을 고려한 설계로 짐칸 길이가 충분히 길어 큰 짐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짐칸 벽면도 비교적 잘 정리되어 있고, 록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의 서브우퍼도 눈에 잘 뜨일 뿐 짐을 싣고 내리는 데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바닥에 감춰진 수납공간도 깔끔하다. 범퍼 부분을 아래로 열 수 있게 분리한 뒤 해치는 관점에 따라 좋게 보이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약간은 운전자 중심적이면서 적당한 편의성을 갖춘 실내를 확인한 뒤, 스타일만큼 스포티한 달리기 실력을 가졌는지 확인에 나섰다. 스마트키가 있지만 시동은 키박스의 노브를 돌리는 방식. 공회전 때의 멋진 배기음은 차급을 의심케 한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찰나의 지체를 뒤로 하고 힘 있게 가속이 이루어진다. 언덕에 차를 세웠다 다시 출발할 때에 잠시나마 앞바퀴가 헛도는 퍼포먼스를 종종 보여줄 정도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배기음은 저속에서 묵직하다가 회전수를 높이며 점점 카랑카랑해지고, 디젤 엔진 만큼 넉넉한 토크는 아니지만 적당히 박력 있게 속도를 붙여 나간다. 그러나 부담 없이 힘을 쏟아내던 엔진은 4,000rpm 부근을 경계로 밋밋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어도 초기가속 때를 빼면 배기량만큼 시원하게 도로를 내지르지는 않고, 고회전에서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변밸브 시스템에 작은 아쉬움이 느껴진다.

변속기는 수동 기능이 있는 6단 자동으로, 스티어링 휠 뒤쪽에 알루미늄 패들이 좌우로 자리잡고 있다. 동력전달은 알차게 이루어지고 변속 때 이질감도 들지 않는다. 자동 모드에서도 액셀러레이터 조작정도에 따라 충분히 필요한 가속을 이끌어낼 수 있다. 수동 모드의 변속 타이밍은 매우 빠르지는 않아도 충분히 즉각적이다.

2009 Mitsubishi Outlander

구동방식은 앞 좌석 사이, 센터 콘솔 앞쪽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선택하게 되어 있다. 선택 모드는 2WD, 4WD 오토, 4WD 록의 세 가지로, 일반도로 중심의 시승조건에서 상시 네바퀴굴림 상태가 유지되는 4WD 록 모드는 써보지 않았다. 4WD 오토 모드는 평상시에는 앞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하다가 미끄러운 노면에서나 급가속 등으로 구동력이 필요할 때 자동으로 뒷바퀴에 구동력 일부를 전달한다.

아스팔트 노면에서는 차를 과격하게 몰지 않으면 2WD 모드와 4WD 오토 모드의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없다. 다만 4WD 오토 모드에서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차체 움직임이 차체 앞 들림이 미세하나마 더 적고, 급가속 때나 방향전환 때 안정감이 커지는 만큼 핸들링이 조금 더 둔해진다. 상대적으로 2WD 모드에서는 코너링 때 언더스티어가 약간 더 뚜렷하게 느껴지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2008 Mitsubishi Outlander SE

스티어링은 전반적으로 선형적이고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과 민첩한 초기반응 덕분에 스포티한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일단 머리가 움직이고 난 뒤 스티어링 휠을 제자리로 되돌릴 때의 반응은 조금 더디게 느껴지고, 저속에서 무거워 주차할 때 부담스러운 것도 반갑지만은 않은 부분. 전반적으로 어느 모드에서든 스티어링과 핸들링 모두 차분하면서 안정적이고, 국내에서 팔리는 비슷한 급 승용개념 SUV 평균보다 승용차 감각에 더 가깝다. 브레이크는 페달에 고르게 반응하나 특별하다는 느낌 없이 제 역할에 충실하다. 그래도 제동 때 차체 움직임은 안정적이어서 다른 하체 움직임과 일관성이 있다.

승차감은 차체 강성이 비교적 뛰어나고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탄탄한 느낌이다. SUV를 모는 부담을 가장 크게 덜어주는 부분 가운데 하나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에도 차체가 옆으로 크게 기울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는데, 뒷좌석에 짐이나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는 잔 요철을 넘을 때 뒤 서스펜션이 조금 가볍게 반응한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승차감에서 꼽을 수 있는 작은 티다.

2009 Mitsubishi Outlander

트립 컴퓨터로 체크한 시승구간 평균연비는 7.6km/L. 고속화도로 주행 때에는 10km/L 안팎으로 배기량에 비해 비교적 우수한 연비를 보이지만, 정체가 심한 시내 도로에서는 연비가 5km/L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반적인 주행조건에서 2WD 모드와 4WD 오토 모드의 연비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다. 그래도 유럽에 팔리는 디젤 모델이라면 매력을 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한편 시속 100km를 넘어서면 엔진 소음이 차체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묻히기 시작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처음 몰아보는 미쓰비시차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쏠렸던 탓에 요모조모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아웃랜더는 전반적으로 스타일과 성능이 잘 조화를 이룬 차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다. 여느 SUV들과는 차별화된 승차감과 핸들링, 그리고 아쉬울 것 없는 실용성과 개성 있는 스타일은 분명한 아웃랜더의 장점이다. 몇 가지 거슬리는 부분들 역시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고, 아쉬운 점들을 개성에 취해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웃랜더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평점: 6.0 / 10

차별화된 승차감과 핸들링, 아쉬울 것 없는 실용성과 개성 있는 스타일이 장점. 개성에 취해 아쉬운 점들을 외면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

  • 장점: 스포티한 디자인 및 승차감과 핸들링, 뒷좌석(기능), 록포드 포스게이트 오디오
  • 단점: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내장재와 하체, 뒷좌석(형태), 디젤 엔진 모델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