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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한국판 200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르노삼성은 지난 7년 동안 국내 준중형차 경쟁에서 혼자 다른 길을 걸어 왔다. SM3이 걸어온 다른 길이라는 것은 좋고 나쁘다는 것을 얘기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크기가 크고 작고’, ‘값이 싸고 비싸고’, ‘최신 혹은 첨단 장비가 있고 없고’, ‘연비가 좋고 나쁘고’ 따위의 논쟁과는 상관없는 길이었다는 것. 이런 논쟁은 국내 다른 메이커들의 준중형차 전쟁이 쏟아낸 논점들이다. SM3이 걸어온 길은 ‘평범한 경쟁’과는 동떨어진 길이었다.

경쟁이 좋은 점, 특히 제품간 경쟁이 좋은 점은 소비자들에게 뭐 하나라도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라도 우세에 있는 제품은 상대적 열세에 있는 제품보다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제품은 워낙 따지고 비교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두 가지 장점만 내세운다고 잘 팔릴 수는 없다. 메이커들은 어떻게 해서든 많은 면에서 장점을 가진 차들을 내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과점 상태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경쟁의 혜택을 제대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새 모델들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편안하고, 조금 더 경제적이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편리한 장비를 갖춘 차들을 만나게 된다. 메이커들이 코피 펑펑 쏟아가면서 종합적인 상대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내고, 그렇게 해서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되는 것. 이런 것이 ‘평범한 경쟁’의 산물이다.

하지만 SM3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런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쟁자들이 자신들의 비교우위를 강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이 SM3였다. 그들의 논점에서 본다면 SM3은 늘 ‘절대 열세’의 상대였고, 상대적 약자였다. ‘평범한 경쟁’에 빠져들었다면 SM3은 아마도 일찌감치 도태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SM3은 약하지 않았다. 도태되지도 않았다.

정확한 판매수치를 파악할 겨를은 없지만, 필자는 자신한다. 처음 출시 때부터 준중형차 시장에서 판매대수 그래프의 변동폭은 분명 SM3이 가장 작았을 것이라고. 절대적인 판매대수가 많고 적음을 이야기가 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자들은 새 모델 출시나 경제여건의 변동에 판매가 크게 좌우되었다. 하지만 SM3은 그렇지 않았다.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이따금 표면적 비교우위에 있는 차들보다 훨씬 잘 팔리는 신기한 현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수많은 약점들은 절대적 약점일 수는 있어도 상대적 약점은 아니었다. ‘평범한 경쟁’에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조만간 르노삼성은 새 SM3을 내놓는다. 옛 SM3과는 근본부터 다른, 정말 새로운 SM3이다. 흥미로운 것은 옛 SM3과는 달리, 새 SM3에서 상대적 약자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다수 르노삼성 차들이 그렇듯, 값은(비쌀테니) 여전히 상대적 열세에 놓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평범한 경쟁’의 논제들을 대하고도 충분히 당당할 수준이다. 그러면 르노삼성은 새 SM3을 내놓으며 이제부터라도 ‘평범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까?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보지만, 그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논의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떠나서,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한 요즘 같은 세상에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온통 각박하고 처절한 꼴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것도 참 못 볼꼴일 것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