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형 르노삼성 SM6이 나왔다고 해서 가격표를 들여다봤습니다. 2020년 7월에 나온 부분변경 모델의 첫 모델 이어 변경이니 특별한 변화는 없습니다. 다만 트림이 단순해지고 몇몇 선택 사항이 기본사항에 포함되고 몇몇 기능이 추가되면서도 값이 조금 내려갔더라고요.
1.3L 터보 엔진을 얹은 TCe260은 트림이 다섯 개(SE, SE 플러스, LE, RE, 프리미에르)에서 SE 플러스와 프리미에르가 사라지면서 세 개(SE, LE, RE)로 줄었고요. 1.8L 터보 엔진을 얹은 TCe300은 LE와 프리미에르 트림이 있었는데 LE 트림이 빠지고 프리미에르 트림만 남았어요. 2.0 LPe는 네 개(SE, SE 플러스, LE, RE)였던 트림 수가 두 개(SE 플러스, LE)로 줄었습니다.



같은 트림을 비교했을 때의 값은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기준으로 TCe260이 SE 2,386만 원, LE 2,739만 원, RE 2,975만 원, TCe300 프리미에르가 3,387만 원이 되었습니다. 2021년형 모델보다 TCe260은 64만(SE)~157만 원(LE), TCe300은 35만 원 내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TCe260 모델의 트림별 기본값은 모두 3,000만 원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TCe260은 LE 트림 기본 휠이 18인치에서 17인치로 바뀌고 차선이탈 경보/차선이탈 방지 보조, 오토매틱 하이빔이 빠진 대신 동반석 전동 조절 기능이 추가되었고, RE 트림은 10.25인치 컬러 TFT LCD 계기판을 선택 사항(드라이빙 어시스트 패키지 II에 포함)으로 돌리고 블랙 헤드라이닝을 빼는 한편 퀼팅 가죽시트를 모두 검정색으로 통일했습니다. 대신 기본 사항이었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차로 이탈방지 보조 기능과 차로 중앙유지 보조 기능과 통합한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HTA)로 업그레이드했고요.

TCe300 프리미에르에서는 선택 사항이었던 이지 커넥트(9.3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에 인카 페이먼트와 어시스트 콜 기능을 추가해 보스(BOSE®) 13스피커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기본 사항에 넣었고요.


2.0 LPe의 기본값(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기준)은 SE 플러스가 2,513만 원으로 100만 원 내렸고, LE는 2,719만 원으로 128만 원 내렸습니다. 물론 일부 기본 사항들이 빠지거나 기본 사항이었던 것들이 선택 사항으로 바뀌는 등 조정되기는 했지만 역시 빠진 것들에 비하면 기본값은 비교적 크게 내린 편입니다.

달라진 것 없는 SE 트림을 빼면 일부 트림 기본 사항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값을 내렸고, 특히 윗급 트림으로 갈수록 내린 값 대비 추가된 사항들이 꽤 충실한 편입니다. 그래서 TCe300은 최상급 트림으로 독보적 입지를 갖추는 한편, TCe260은 트림별로 더 뚜렷하게 구분되도록 구성을 정리한 인상이고요.
아울러 LE 트림 이상의 선택 사항과 패키지도 단순화했습니다. 그러면서 LE 트림 이상 선택 사항인 이지 커넥트 내비게이션에 인카페이먼트와 어시스트 콜 기능을 추가했고요.
이쯤 되니 가격경쟁력이 전보다 좀 나아지긴 했는데, 르노삼성 SM6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것이지 경쟁 모델보다 확 싸다고 어필하기는 어려운 수준처럼 보이네요. 기본값은 SM6이 좀 더 비싸지만 경쟁 모델에서는 추가 선택해야 하는 몇몇 옵션들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어서, 장비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면 값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TCe300 프리미에르에 일부 항목을 기본 사항으로 돌리면서 조금 애매했던 옵션 구성이 좀 더 명쾌해진 것을 들 수 있는데요. 물론 르노삼성 입장에선 구매자들이 옵션을 많이 넣어주면 좋겠지만, 특정 기능을 넣으려 애매한 항목까지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줄어 선택하기가 나아졌네요.
솔직히 TCe300은 이제 옵션 추가하지 않아도 살 만한 구색을 갖췄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값은 기본값은 3,450만 원(개별소비세 3.5% 적용 시 3,387만 원), 풀 옵션은 3,720만 원이고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제가 SM6을 사야한다면 TCe300을 고르고 풀 옵션을 넣겠습니다. 휠 타이어만 18인치로 다운사이징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19인치 휠 타이어는 좋지 않은 노면에서 승차감을 미묘하게 악화시키거든요) 출고 옵션은 19인치가 기본이라 불가능하고요.

어쨌든 2022년형 SM6는 이전보다는 많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값을 조정한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동급 모델 중 가장 인기 있는 기아 K5를 보면, 1.6 터보 시그니처 트림에 SM6 TCe300 프리미에르 풀 옵션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비를 맞추기 위해 스타일(19인치 휠)+드라이브와이즈(스마트 크루즈 컨트롤)+10.25인치 내비게이션+크렐 오디오+파노라마 선루프를 추가하면 3,610만 원이 됩니다. 풀 옵션을 추가해도 3,749만 원인데, 이 구성이면 SM6 TCe300에는 없는 것들도 들어가면서 값 차이는 29만 원 밖에 나지 않습니다.
경쟁 모델들과 값 차이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거죠. 그리고 아쉽진 않아도 여전히 뭔가 풍성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기능과 장비들은 여전하고요. 현대 쏘나타나 기아 K5와 비교하면 최하위 트림 값이 싸기는 하지만 그만큼 들어있는 게 없기도 합니다. 나머지 트림들도 얼추 비슷한 구색은 맞췄지만 확실한 우위를 자랑할 만한 부분은 부족합니다. 특히 ADAS와 인포테인먼트 부분이 그렇고요. 늘 그렇듯 소소한 변화밖에는 시도할 수 없는 외국계 업체의 한계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세한 엔진 성능이 비싼 값의 당위성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그것도 좀 애매하긴 합니다. TCe260의 1.3L 터보 엔진은 현대기아 동급 모델의 2.0L 엔진보다는 성능 수치(토크)와 연비가 뛰어나고, TCe300의 1.8L 터보 엔진은 현대기아 동급 모델의 1.6L 터보 엔진보다는 출력과 토크는 모두 우세하지만 연비는 열세거든요.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가족용 중형 세단 사면서 50만~100만 원 더 주고 좀 더 성능이 나은 차를 손에 넣는다고 좋아라할 사람들이 저처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소수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아예 성능 지향으로 고를 거면 현대 쏘나타 N 라인이나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로 가겠죠(그런데 어쩌다 보니 말리부 2.0 터보 풀 옵션 값이 3,668만 원으로 가장 싸게 되었네요?).
숫자 맞추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