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Volvo_XC70-1

[ 모터트렌드 201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아빠가 된 지 채 2년도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필자는 그동안 생각해 왔던 가족적 관점에서의 좋은 차, 바람직한 차에 대한 생각이 더 굳어졌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 그처럼 확고하게 굳어진 개념 속의 차를 국내에서 내 형편에 맞춰 갖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필자가 생각해온, 바람직한 가족용 차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안전해야 한다. 수동적 안전은 물론 능동적 안전도 중요하므로 안전한 설계와 다양한 안전장비를 밑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달리고 서고 도는 능력을 기본기로 갖춘 차여야 한다. 패키징으로 따지면 뒷좌석과 짐 공간도 웬만큼 넉넉해야 하고, 높이는 아이들이 차에 오르내리기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여기에 필자의 타고난 역마살과 취미생활을 고려하면 네바퀴굴림 차가, 유지비(엄밀히 말하면 연료비) 면에서는 디젤 차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술 더 떠 아이의 교육과 건강을 생각해서 친환경적 특성이 뛰어난 차라면 더욱 좋겠다. 단, 무색무취의 4도어 세단과 성격불명의 미니밴은 피하고 싶었다.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이런 생각이 굳어져 있었으니, 최소한 자동차라는 관점에서는 나름대로 훌륭한 아빠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데 실제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아이를 고려해 차를 바꾸고 실제로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바람직한 자동차 상은 전적으로 옳은 생각이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실제 겪어보지 않았던 일들을 겪으며 그런 요소를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흔히 베이비 시트라고 하는 유아용 안전좌석의 설치와 유모차 수납 및 운반의 문제는 결혼 전에는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요소들이었다.

그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여러 사소한 문제들이 있는데,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뒷좌석에 고립된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반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시청각적인 자극을 꾸준히 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 자동차 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최소한 아이 주변에 아이가 보고 듣고 만지면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가득(그러면서도 안전하게!) 담아놓는 것이 좋다. 이것은 직접 아이를 차에 태우고 다니며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모를 일이다. 

자. 그러면 필자의 마음에 와 닿는 차는 몇 남지 않는다. 그 가운데에서도 정답을 찾자면 중형급 정도의 제대로 만든 왜건에 네바퀴 굴림장치를 갖춘 차다. 요즘 인기 있는 소형이나 준중형 SUV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그간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만족스러운 주행특성을 보이는 차는 극히 드물다. 극소수의 수긍할 만한 SUV들은 필요 이상으로 큰 덩치와 ‘가격’이라는 넘사벽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 가격에는 불필요한 덩치의 거품이 끼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새 차를 살 수 있는, 혹은 사야 하는 상황이라면 해답은 단순하다.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그런 차는 4월에 출시된다는 스바루 아웃백, 그리고 볼보 XC70 뿐이다.  다만 스바루에는 볼보에 없는 수평대향 엔진과 잔뼈 굵은 대칭형 AWD가, 볼보에는 스바루에 없는 안전에 대한 신뢰감과 인간적 분위기가 있다. 수치보다 감성으로 차를 고르는 필자는 주저 없이 볼보를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