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CEO 2010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2009년 세계를 휩쓴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자동차 업계는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굵직한 메이커들이 순식간에 붕괴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그 여파는 무척 컸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류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흐름은 위기의 시대에 생존을 위한 새로운 해법으로 더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다름 아닌 친환경 기술이 바로 그 해법이다. 몇 해 전만 해도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등은 기술자들이나 들어보았을 생소하기 짝이 없던 용어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를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보편적인 관심사가 되었고, 물 건너 다른 세상의 얘기처럼 들리던 친환경 기술은 어느덧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언제든 마음먹기에 따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손 안의 기술’이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단어는 역시 ‘블루(Blue)’다. 흔히 친환경 기술과 연관지어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녹색, 즉 그린(Green)이지만, 최소한 자동차에 있어서는 ‘그린=블루’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이는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의 친환경 기술을 대표하는 이름에 대부분 ‘블루’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블루 이피션시(Blue Efficiency), 폭스바겐은 블루모션(Blue Mo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국내 메이커인 현대도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라는 이름을 내걸고 각자의 친환경 기술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를 내세우고 있는 BMW처럼 예외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역시 ‘블루’가 대세인 것은 분명하다.

Mercedes-Benz_BlueTec_logo

자동차의 친환경 기술에 ‘블루’라는 이름이 붙기 시작한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가 블루텍(BlueTec)이라는 기술을 선보이면서부터. 블루텍은 다임러가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로 인한 공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의 이름이다. 디젤 엔진은 특성상 배기가스에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이 많이 섞여 나오는데, 다임러에서는 요소(사람의 소변에도 많이 섞여 있다)를 포함한 수용액을 배기가스에 뿌려, 화학작용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 쓰이는 요소 수용액의 상품명이 애드블루(AdBlue)였고, 이 액체를 사용하는 디젤 엔진의 공해저감기술을 통틀어 블루텍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블루텍을 시작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저공해는 물론 에너지 절약을 꾀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런 저공해 기술들을 통합해 ‘블루 이피션시’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즉, 친환경 디젤차인 블루텍, 하이브리드카인 블루 하이브리드, 아직 시판되지는 않은 전기차 블루제로 등 친환경 기술이 쓰인 차들은 모두 블루 이피션시라는 타이틀 아래에 자리잡게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나 폭스바겐의 블루 모션, 현대의 블루 드라이브는 모두 특정한 한 가지 기술만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통틀어 부르는 일종의 친환경 서브 브랜드라 할 수 있다.

Volkswagen Passat BlueMotion und Passat Variant BlueMotion

이같은 친환경 서브 브랜드가 등장한 데에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막으려는 메이커들의 의도가 담겨있다. 자동차의 공해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워낙 다양한 만큼 시장 여건이나 소비자들의 선호도, 혹은 현실적인 구현 가능성에 따라 해법 또한 다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처럼 다양한 기술들을 일일이 설명하고 이름을 붙이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구현된 기술은 달라도 소비자들이 쉽게 친환경 기술이 쓰인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브랜드화한 것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이름들이다.

친환경 차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무척 다양하지만, 큰 흐름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엔진의 연소효율을 높이고 엔진의 힘이 낭비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바퀴로 전달되도록 하는 기술과 배기가스를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다는 것, 그리고 차의 무게를 줄이는 거나 가급적 엔진이 작동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들 가운데에는 아직 시판되고 있는 차에 쓰이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이미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해온 차들에 이미 쓰였던 것이나 다른 이름으로 익숙한 것들도 있다. 심지어 별개의 기술로 여겨져 온 하이브리드 카도 각 메이커가 내세우는 친환경 기술 브랜드(메르세데스 벤츠 블루 하이브리드, BMW 액티브 하이브리드)를 달고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메이커들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전기차에도 ‘블루’라는 타이틀을 달아 선보이고 있다.

2011-Hyundai-Sonata-Hybrid-16

일일이 따지면 전문가들도 쉽게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이지만,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자동차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것. 앞으로 거리에서 ‘블루’라는 이름이 붙은 자동차 모델을 만난다면, 최소한 보통 차들보다는 조금이나마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고 있음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