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2010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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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가 속한 2도어 2+2시터 (실질적으로는 2인승) 럭셔리 쿠페는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큰 인기를 끄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도 소수이지만 꾸준히 이런 장르의 차를 찾는 이들은 있다. 객관적 시각에서 차를 고르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L 클래스와 BMW 6 시리즈와 견주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재규어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대표하는 중요 모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도 XK가 꾸준히 국내에 소개되는 이유다.

새 XK는 대부분 2005년에 나온 풀 체인지된 모델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알루미늄 섀시와 보디가 갖는 장점은 물론, 섹시한 겉모습과 간결한 실내 분위기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세련된 보디 스타일은 XK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데,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구성을 갖춘 매끈한 보디에서 바뀐 부분은 앞뒤 범퍼와 램프 디테일 정도다. 그동안 XK의 매력을 눈으로 만끽했던 이들에게는 시각적 변화의 폭이 좁은 것이 오히려 반가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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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고전적인 분위기의 실내는 고급 소재들을 높은 품질로 조립해 놓았고, 터치 스크린 방식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장비 구성이 화려하지 않은 실내를 더욱 간결하게 만든다. 옆구리 받침의 쿠션까지 에어 포켓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트는 충분히 포근하지만 전반적인 실내 공간은 넉넉지 않다. 어린이조차도 편히 앉을 수 없는 뒷좌석에 ISOFIX 어린이 시트 고정 장치를 마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수납공간의 크기가 작고 컵 홀더가 빈약한 것은 운전에나 집중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보워스 & 윌킨스 오디오를 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시야가 뒷좌석 만큼이나 좁은 뒤 유리, 리어 크로스멤버가 골프백 한 개 정도의 공간을 잡아먹은 짐 공간은 멋진 디자인과 탄탄한 섀시 설계를 위한 희생양이다.

물론 새 XK의 변화를 반길 사람들은 시각적 즐거움 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심장과 다리의 업그레이드다. 이전의 4.2L 300마력 유닛을 대신하는 새 V8 5.0L 엔진은 늘어난 배기량에 직접분사장치와 흡배기 가변 밸브 장치가 가세해 출력이 385마력으로 85마력이 올라갔다. 최대토크도 23% 가까이 커져 52.5kg·m에 이른다. 길이 4.8m, 너비 1.9m에 육박하는 큰 덩치에도 차체 무게는 여전히 1.7톤 남짓하게 유지되어 성능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0→시속 100km 가속은 6.2초에서 5.5초로 당겨져 XK도 본격적으로 메르세데스 SL 및 BMW 6과의 성능경쟁에 뛰어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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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로 나서면 XK의 변화가 몸과 귀로 한층 뚜렷하게 전달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실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변화 가운데 하나인 로터리식 재규어드라이브(JaguarDrive) 기어 셀렉터인데, 엄밀히 말하면 기어의 S 모드를 선택했을 때의 반응이 XK의 체질 변화를 대변한다. D 모드에서 V8 엔진 치고는 얌전한 고양이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면, S 모드에서 XK는 조금 더 재규어에 가까운 모습을 드러낸다. 배기구를 빠져 나오는 소리는 울림이 훨씬 깊어지고, 변속기는 언제든 앞으로 박차고 나갈 수 있는 회전수에 맞춰 기어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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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자제어 서스펜션. 이전의 CATS를 대신하는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별도의 세팅 없이 주행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서스펜션 댐핑 특성을 조절한다. S 모드에서는 D 모드보다 기본 댐핑 세팅이 치밀하기 때문에 특히 고속 주행 때 승차감이 차분하고 핸들링이 안정적이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나긋함을 잃지 않는 재규어의 특성이 살아 있기 때문에 ‘대단히 스포티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이런 부분은 제동 특성은 물론이고 스티어링 감각에도 반영되어, 과격하게 달리더라도 좀처럼 날이 선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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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새 XK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감 있게 재규어 고유의 주행 감각을 즐길 수 있는 차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통 스포츠카가 주는 짜릿함은 XK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패셔너블한 디자인에 어울리는 GT카의 여유를 느끼는 것이 XK를 즐기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평점: 7.5 / 10

변함없는 재규어 고유의 주행감각을 훨씬 빠르고 안정감 있게 즐길 수 있지만 여전히 ‘잘 달리는 럭셔리 패션 아이템’ 이미지가 강하다.

  • 장점: 존재감 넘치는 매력적인 디자인, 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고성능
  • 단점: 실제보다 답답한 달리기, 화려하거나 넉넉하지 않은 실내

 

NEW TECH

새 XK에 쓰인 AJ-V8 Gen III 엔진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기술은 스프레이 유도방식 직접 연료분사(SGDI) 기술이다. 연료는 최대 150바의 압력으로 6개의 구멍으로 통해 연소실 중앙으로 직접 분사되고, 엔진 작동상태에 따라 다단계로 연료를 분사해, 연소실 내의 혼합기 밀도를 높여 온도를 떨어뜨림으로써 더 강력한 폭발을 유도하는 압축냉각효과(charge-cooling effect)를 얻는다. 여기에 더해 듀얼 독립 가변 캠 타이밍(DI-VCT)과 가변 흡기 매니폴드(VIM), 역방향 냉각수 순환 시스템 및 특수 카본 코팅된 엔진 베어링 등으로 효율을 높여 성능과 경제성, 친환경성 향상을 모두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