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대, 앞당겨지나?

[ 월간 CEO 2010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처음 발명된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인간의 기본적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자동차. 하지만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의 원천인 화석연료는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거부감 때문이다. 여기에 투기자본과 생산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자동차의 탈 화석연료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에 오래 전부터 자동차 메이커와 학계, 정부 등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었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능력과 맞아 떨어지는 대안은 요즘에서야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마침내 일반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과 경제적 가치를 갖춘 저공해 또는 무공해차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전기자동차다.

이전의 전기차들은 워낙 제작비가 비싸, 연구나 실험을 위해 소량제작되거나 기술검증을 위해 기업체에 수십~수백 대 단위로 임대 또는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를 의식해 전기차의 값이 낮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조금만 투자하면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의 전기차들이 시판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모양과 쓰임새가 일반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2010-Mitsubishi_i-MIEV-1

실용적 전기차 판매의 포문을 연 것은 미쓰비시다. 미쓰비시는 경차 i(아이)를 바탕으로 만든 i-MIEV를 지난 4월 1일부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i-MIEV는 경차임에도 최고시속 130km의 성능을 내고 최대 160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값은 398만 엔(약 5천480만 원)으로 휘발유 엔진을 얹은 모델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미쓰비시는 일본과 같은 좌측통행 지역인 홍콩, 호주, 영국 등에 발 빠르게 해외 수출도 시작해 시장선점을 꾀하고 있다.

미쓰비시에 이어 르노-닛산 연합도 조만간 양사가 협력해 개발하고 있는 전기차의 일반 판매를 시작한다. 닛산은 올해 초부터 리프의 예약접수를 시작했고, 10월부터 양산이 시작되어 올해 말부터 소비자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값은 3만2,780달러(약 3천940만 원)부터 시작되지만,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무공해차 감세혜택을 받으면 최저 2만 달러(약 2천400만 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2010-Renault_Fluence_ZE-1

리프는 국내 준중형차와 비슷한 크기로, 최고시속 약 145km, 최대 주행거리 160km의 성능을 낸다. 르노가 내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플루언스 Z.E.도 리프와 비슷한 설계와 구성의 전기 구동계를 갖춘다. 특히 플루언스 Z.E.는 르노삼성 SM3과 차체를 공유하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르노삼성에 의한 국내 판매도 점쳐지고 있다. 플루언스 Z.E.의 최대 주행거리는 160km 정도이지만 차체가 조금 더 커 최고시속은 135km 정도다.

르노-닛산의 전기차들이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충전방식 외에 배터리가 거의 방전되면 배터리 교환소로 가서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충전방식은 길면 6~8시간, 짧아도 30분 이상이 걸려야 충분히 충전이 되지만, 배터리 교체방식은 1~3분 정도면 차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2010-Tesla_Roadster-1

그러나 이들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며 상종가를 치고 있는 메이커는 미국의 테슬라다. 2003년에 설립되어 2008년부터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테슬라는 첫 모델로 2인승 전기 스포츠카인 테슬라 로드스터를 내놓아 주목받았다. 이 차는 전기차의 통념을 깨고 정통 스포츠카의 모습으로 만들어 졌을 뿐 아니라, 최고시속 200km, 최대 주행거리 380km라는 뛰어난 성능으로 등장과 함께 언론과 일반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1,000대가 넘는 로드스터를 판매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력을 인정한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들도 테슬라와 손을 잡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스마트를 만드는 다임러 AG가 테슬라의 지분 약 10%를 매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요타가 테슬라 주식 일부를 매입하면서 테슬라는 도요타의 미국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공장에서는 2012년부터 테슬라가 개발한 7인승 세단인 모델 S를 비롯한 여러 테슬라 차들이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도요타 RAV4의 전기차 버전도 테슬라의 기술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내에도 관련법규가 갖춰지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제한된 조건 하에서 저속전기차의 일반도로 주행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아직 일반 자동차처럼 모든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는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들이 많이 팔려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국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국내 메이커의 전기차 개발도 가속화 해야겠지만, 모든 메이커와 국가들이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난제로 꼽고 있는 충전시설망 확보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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