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출시 예정인 르노코리아 XM3 E-TECH 하이브리드, 주목할 만한 기술적 특징 (1)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오는 4분기 중 XM3 E-TECH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내놓는 저공해 하이브리드 동력계 모델인데요. 이미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르노 아르카나(Arkana)를 통해 유럽 시장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을 지 궁금해집니다.

특히 XM3 E-TECH 하이브리드에 올라갈 하이브리드 동력계는 기술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점들이 있는데요. 두 차례에 나눠 순수 전기차가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등장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의미와 르노 고유의 기술인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주목할 만한 기술적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왜 지금 하이브리드인가?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상기후의 원인 중 하나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꼽을 수 있죠.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결국 각국 정부가 모여 2016년에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 이하로 유지하되 1.5˚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즉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온실가스 감축이고, 감축을 위한 노력 중 하나가 화석연료를 주로 쓰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기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수송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4%로 그 가운데 자동차는 45%를 차지합니다. 다른 분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과 더불어 함께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여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그렇다면 자동차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고효율 엔진의 개발을 들 수 있습니다. 엔진이 효율을 높인다는 것은 화석연료를 적게 태운다는 것이고, 그러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듭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자동차 엔진의 효율과 성능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현실적으로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다른 해법 중 하나는 친환경 연료의 개발과 보급입니다. 연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거나 발생되는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른 쪽에서 상쇄할 수 있는 기술이죠. 그러나 그 역시 근본적으로 자동차가 달리면서 온실가스를 내놓는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전동화입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또한 어떻게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행 중 온실가스를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2)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필요성

순수 전기차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궁극의 해법이긴 하지만, 거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는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입니다. 충전 인프라를 고려하면 한 번 충전으로 오랫동안 그리고 멀리 달리는 것이 편리하고, 그러려면 차 안에 배터리를 많이 즉 큰 용량의 배터리를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배터리 용량이 클수록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커지고 당연히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즉 전기차가 더 멀리 달리려면 그만큼 배터리라는 크고 무거운 짐을 싣고 달려야 합니다. 무거우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도 많아지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타협을 해야죠. 그보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배터리 값이 비싸다는 것이죠. 빠르게 배터리 기술 혁신이 일어나서 값이 크게 낮아지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흐름대로라면 당분간 순수 전기차가 대중화되기는 어렵습니다.

즉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순수 전기차에만 의존하는 것은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오히려 비현실적입니다. 순수 전기차도 결국은 연료 소비를 줄여 제로로 만들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데, 당장 모든 자동차의 동력원을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완전히 연료 소비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엔진 작동 시간을 줄이는 등 가능한 범위 안에서 연료 소비를 최대한 줄이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차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동력은 언제든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차값이 사람들이 차를 선택하기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여야 하죠. 그래서 주목해야할 것이 부분 전동화 즉 하이브리드 기술입니다.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이야기할 때 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서로 다른 두 가지 동력원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것입니다. 내연기관 즉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엔진의 단점을 전기 모터의 장점으로 보완하고, 전기 모터의 단점은 엔진의 장점으로 보완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은 가속할 때 연료를 많이 소비하고 그만큼 배출가스 배출량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기 모터가 엔진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죠.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구동용 전기 모터는 회전을 시작한 직후에 가장 토크가 높기 때문에 저회전 상태에서 토크가 낮은 엔진 특성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패키징 측면에서는 수시로 충전과 반복이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배터리는 용량이 크지 않아도 되므로 차지하는 공간과 무게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엔진도 전기 모터가 수시로 개입하는 만큼 굳이 크고 고출력인 것이 필요가 없고, 연료 소비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연료탱크 크기도 줄일 수 있고 줄어든 연료탱크 자리에 구동용 배터리를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동차 업체는 여러 사항을 고려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엔진과 전기 모터의 역할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눠서 어떤 비중을 두고 구성할 것인가, 기술적으로 타당한가, 법규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인가, 생산 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값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등 수많은 옵션을 놓고 고민해 솔루션을 드는 것이죠. 그래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고, 개발된 시스템은 각 업체의 기술력은 물론 철학도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3) 좋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르노의 해법

그렇다면, 좋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란 어떤 것일까요.

우선 엔진의 연료 사용을 줄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능력이 뛰어나야하고, 사용자가 살 때는 물론 쓸 때에도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즉 자연스럽게 선택하고 쓸 수 있으면서 실질적 베네핏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전제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죠. 그러려면 하드웨어도 뛰어나야 하지만 하드웨어가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골고루 최적의 상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노하우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르노는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했습니다. 르노는 적극적으로 모터스포츠에 참여해온 업체고, 그 중에서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 할 F1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습니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고성능 브랜드 알핀을 통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요. 올 시즌 기준으로 10개 팀이 참여하고 있는데, 팀들이 쓰는 섀시는 다 달라도 엔진을 공급하는 업체는 네 곳인데요. 그 중 하나가 알핀 브랜드로 활동하고 있는 르노입니다.

그렇다면 F1 기술과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요.

우선 F1 경주차의 동력계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파워 유닛 구성은 크게 V6 1.6L 터보 엔진, ERS라고 부르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전자장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 동력원은 엔진이지만 전기 계통인 ERS의 역할이 크고도 중요하죠. 물론 동력을 전달하는 시퀀셜 변속기의 역할도 큽니다.

ERS(Energy Recovery System)는 크게 엔진, MGU, 에너지 저장장치(배터리), 제어 시스템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두 종류의 MGU입니다. MGU는 모터 제너레이터 유닛(Motor Generator Unit)의 머리글자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전기 모터로 동력을 만들기도 하면서 발전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MGU는 MGU-K(Kinetic)와 MGU-H(Heat)로 나뉘는데요. MGU-K는 엔진 크랭크샤프트에, MGU-H는 터보차저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MGU-K는 감속할 때 감속 에너지를 회수하는 회생제동 기능으로 발전하고, 특정 상황에서 가속할 때에는 전기 모터로서 엔진 힘을 보조합니다. MGU-H는 터보가 과회전할 때 발전기로 작동해 부하를 걸어 과회전을 막고, 저회전에서 부스트압이 부족할 때 전기 모터로 작동해 과급을 돕습니다. 

F1 경주차에 올라가는 V6 1.6L 터보 엔진이 낼 수 있는 힘은 600마력 전후지만, 나머지 MGU-K와 MGU-H의 도움으로 350마력 이상 출력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F1 규정상 저장한 전기 에너지를 전기 모터로 동력화할 수 있는 시간은 랩당 33초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MGU를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활용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노하우와 실행하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즉 성능과 효율, 내구성을 고루 갖춘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주행 상황에 알맞은 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쌓고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르노는 F1에서 그렇게 시도하고 얻은 기술과 노하우들을 시판 양산차에 적용하는 E-TECH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반영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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