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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2011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한동안 오름세가 주춤하던 자동차 연료가격이 다시 치솟았다. 최근 들어 지방 출장이 잦아지면서 연료비 지출이 늘어 고민이다. 2년 반 정도 디젤 승용차를 몰면서 경제적 혜택을 톡톡히 누려봤기에, 자연스럽게 연료비가 저렴하면서 연비도 좋은 디젤 차로 관심이 쏠리게 된다.

그런데 막상 국내 메이커 라인업을 살펴보니 디젤 승용차가 도통 눈에 뜨이지 않는다. SUV나 미니밴으로 눈길을 돌리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늘어난다. 하지만 어차피 차를 업무용으로 거의 혼자 쓰기 때문에 굳이 SUV나 미니밴을 살 필요는 없다.

2011년 1월 기준으로 국산 세단이나 해치백 가운데 디젤 엔진 모델이 있는 차종은 기아 프라이드와 쏘울,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까지 합쳐봐야 단 세 가지에 불과하다. 여기에 필자가 선호하는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차는 기아 프라이드 한 차종 뿐이다.

그래도 몇 년 전에는 국산 세단 가운데에도 디젤 모델이 있기는 했다.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 기아 쎄라토와 로체도 디젤 엔진 모델이 있었다. 물론 그런 차들에 디젤 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조차 많지 않다. 오래 팔리지도 않았고, 판매대수도 적었기 때문이다. 디젤 승용차는 수출은 해도 내수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것이 국내 메이커들의 관례가 됐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차를 메이커가 일부러 내놓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디젤 승용차를 무조건 외면하는 것일까? 수입차 시장을 보면 무조건적인 외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 차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인증기준이 휘발유 차는 미국, 디젤 차는 유럽기준에 맞게 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 브랜드 차들이 비교적 인증이 쉬운 디젤 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같은 모델이라도 휘발유 차보다 디젤 차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지만, 수입차는 편의장비를 조절해 디젤 차의 값을 휘발유 차와 거의 차이가 없도록 조율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디젤 차를 찾고 있다는 것이고, 그 이유 가운데에는 디젤 차의 뛰어난 경제성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국산차보다 전반적으로 값이 비싼 수입차도 디젤 차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국산차 소비자라고 해서 수입차 소비자보다 경제성에 더 둔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초기 구입비용이 높은 것도 국산차 소비자들이 디젤 차를 선뜻 구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국산차 역시 메이커가 팔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편의장비나 선택사항을 조절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차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으니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음모이론을 하나 제기해 본다. 요즘 대부분의 SUV는 승용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사실 승용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SUV의 생산비용은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지만 값은 더 높게 매길 수 있다. 그만큼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으로 만든 차라면 승용차보다 SUV를 많이 파는 쪽이 메이커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그래서 경제성이라는 메리트를 SUV쪽에만 부각시켜 구매력을 키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승용차의 디젤 모델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알려서 팔지 않는다는 추리가 가능하다.

물론 단순한 음모이론에 불과한 얘기다. 하지만 꼭 필요한 성격의 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의 취향이 조금 별나긴 하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같은 고유가 환경에 분명 필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기에, 음모이론이 진짜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