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생활 2011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메르세데스-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AMG는 고성능 모델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주문 생산과 개조작업을 담당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맞춤 제작부문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1967년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와 에르하르트 멜허가 독일 그로샤스파흐에 설립한 AMG에 뿌리를 두고 있다. AMG는 창업자 두 사람의 성과 근거지인 그로샤스파흐의 첫 글자를 딴 것. 이들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자신들의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모터스포츠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AMG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71년에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에서 열린 24시간 내구 레이스였다. 이들이 개조한 메르세데스-벤츠 300 SEL 6.9가 경기에서 클래스 1위 및 종합 2위를 차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꾸준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품질과 내구성이 입증되면서 많은 메르세데스-벤츠 오너들이 AMG를 찾기 시작했다. 1970년대 전반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가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끌면서 AMG의 튜닝 제품 및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도 늘기 시작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MG는 1978년에 그로샤스파흐를 떠나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멀지 않은 아팔터바흐로 근거지를 옮기게 된다.
독립 튜너로 활동하던 AMG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1982년부터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차 190 시리즈의 높은 인기와 함께 튜닝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전반적인 튜닝 수요의 확대는 메르세데스-벤츠를 다루는 튜너들의 경쟁을 심화시켰고, AMG는 이런 경쟁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독일 투어링카 선수권(DTM)에 190 E 경주차를 출전시켰다. AMG의 경주차는 1986년에 2회, 1988년에 4회의 우승을 거머쥐며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다.

AMG의 좋은 성적에 주목한 메르세데스-벤츠는 AMG와 모터스포츠 부문에서 본격적인 제휴관계를 맺게 된다. 두 회사의 긴밀한 협력은 1989년 DTM에 출전한 190E 2.5-16이 시즌 7회 우승을 차지하며 AMG 메르세데스 팀에게 컨스트럭터 챔피언 타이틀을 안겨주는 결실로 드러났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뚜렷해지자 메르세데스-벤츠는 AMG와의 협력 관계를 완성차 부문으로 확대했다. 두 회사는 1990년에 AMG 제품을 메르세데스-벤츠 판매 및 서비스망을 통해서도 판매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 수요증가에 대비해 AMG는 공장을 증설하고 채용을 대폭 늘려 회사 규모를 키웠다. 그리고 마침내 1993년, 양사의 공동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첫 완성차인 C36 AMG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시판차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AMG의 지속적인 협력관계는 1999년에 창업자 아우프레흐트가 자신의 AMG 지분 51%를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넘기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AMG를 메르세데스 AMG로 이름 짓고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AMG는 모든 개발 및 생산에 있어 메르세데스-벤츠의 품질기준에 따르게 되었고,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AMG 모델 개발을 모델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의 실내외를 개조하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맡게 되었다.

현재 메르세데스-AMG는 AMG 퍼포먼스 스튜디오를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게 실내외 개조작업과 성능향상을 위한 튜닝 작업으로 과거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 분야는 고성능 엔진 생산과 메르세데스-AMG 모델을 위한 개발 작업이다. 현재 아팔터바흐의 본사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은 엔진뿐이고, AMG 모델은 전부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생산이 이루어진다. 고성능 튜닝 부품의 설계와 전용 에어로파츠와 휠 등의 디자인은 AMG에서 맡지만, 부품은 모두 별도의 부품 공급업체에서 생산되어 메르세데스-벤츠로 납품된다.
지금도 메르세데스-AMG 아팔터바흐 공장에서는 AMG 모델에 쓰일 엔진이 생산되고 있다. AMG 엔진의 생산방식은 ‘1인 1엔진(One-man One-engine)’으로 유명하다. 단계별로 각기 다른 사람이 부품을 조립해 나가는 일반적인 양산 엔진과 달리, 한 사람의 작업자가 이동식 작업대를 이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해 한 대의 엔진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숙련도 높은 장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엔진에는 작업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붙는다. 자동차를 기계가 아닌 작품으로 완성시키려는 메르세데스-AMG의 철학은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