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승용차 75년

[ 모터 매거진 2011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936년 메르세데스-벤츠 260D에 승용차 처음으로 디젤 엔진이 올라간 지 올해로 75주년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뛰어난 경제성을 인정받아 뒤늦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승용차용 디젤 엔진의 흐름과 현주소를 확인해 보자

1936 메르세데스-벤츠 260 D

첫 양산 디젤 트럭은 독일에서 1924년에 처음 나왔고, 1927년에는 디젤 연료분사 장치가 대규모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용차에 올라갈 정도로 디젤 엔진이 충분히 작아지기까지는 10여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역사상 가장 먼저 디젤 엔진을 얹은 승용차는 1933년에 나온 시트로앵 로잘리 파밀리알레(왜건)였지만, 1930년대에 디젤 엔진을 승용차에 올리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다임러-벤츠였다. 그리고 그 결실은 메르세데스-벤츠 260 D로 맺어졌다. 세계 첫 양산 디젤 승용차로 기록된 이 차는 1936년 베를린 자동차 전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260 D의 디젤 엔진의 연료소비량은 같은 출력의 휘발유 엔진에 비해 1/3 정도에 불과했다.

1950년대 디젤 엔진 연료분사 시스템 (사진제공: Bosch)

그러나 성능과 정숙성, 진동 등 모든 면에서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을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소비자들 역시 경제성만으로 디젤 엔진 승용차를 선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판매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경제성을 중시한 사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나마 디젤 승용차에 대한 관심은 컸다.

이후로 자동차 메이커와 디젤 엔진 기술을 가진 협력업체들은 꾸준히 디젤 엔진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중동전의 영향으로 크고 작은 석유공급란을 겪었던 유럽에서는 디젤 승용차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1959년 푸조가 403D/404D를 내놓은 데 이어 오스틴 A60 캠브리지, 피아트 1400-A, 보르크바르트 한자 등이 1960년대 유럽의 디젤 승용차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3 푸조 204 푸르고네트(밴). 1967년부터 고속회전 디젤 엔진이 쓰인 204 왜건의 상용 버전이다

초기 디젤 승용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메이커로는 푸조가 있었다. 푸조는 1967년에 등장한 푸조 204BD는 소형 고속회전 디젤 엔진을 얹은 세계 최초의 승용차였다. 그러나 승용차용 디젤 엔진 개발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낸 것은 독일 보쉬였다. 보쉬가 개발한 디스트리뷰터 방식 연료분사 펌프는 당시까지 쓰였던 직렬 펌프보다 훨씬 가볍고 크기가 작아, 디젤 엔진의 크기가 더욱 작아질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가장 먼저 입은 것은 폭스바겐 골프였다. 1975년에 소형차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얹은 골프는 경제성과 더불어 당시로서는 높은 출력에 힘입어 디젤 모델을 주류 시장으로 진입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골프 이후로 많은 유럽 메이커들이 소형 디젤 승용차를 개발해 출시하기 시작했다. 1978년에 메르세데스-벤츠는 5기통 3.0L 디젤 엔진에 터보를 더한 메르세데스-벤츠 300 SD를 내놓아 첫 양산 터보 디젤 승용차 생산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978 메르세데스-벤츠 300 SD

1980년대에는 전자기술의 발달이 디젤 엔진의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1986년에 보쉬가 내놓은 디젤 엔진용 전자제어 시스템은 1987년에 나온 BMW 524 td에 처음으로 쓰였다.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524 td는 당시 양산 디젤 승용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89년에는 피아트 크로마 TD-i.d.와 아우디 100 TDI을 통해 처음으로 직접 연료분사 터보 디젤 엔진이 선보였다. 이 획기적인 기술은 고압 연료분사를 통해 디젤 엔진이 출력향상과 진동저감, 고효율 및 저연비 특성을 모두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후로 승용차는 물론 트럭 엔진에도 직접 연료분사 방식은 새로운 표준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에 커먼레일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디젤 엔진은 본격적으로 휘발유 엔진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승용차에 처음으로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220 CDI와 알파로메오 156 JTD였다. 이 1세대 커먼레일 디젤 엔진은 최대 1,350바의 압력으로 실린더에 연료를 직접 분사했다. 커먼레일 기술은 2001년에 연료분사압력이 1,600바로 높아진 2세대로 발전한 데 이어, 2003년에는 피에조 인젝터를 사용하고 연료분사압력이 1,800바까지 높아진 3세대 기술이 선보였다.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연료분사를 실현한 이 기술은 연비향상 및 유해배출가스 저감과 더불어 정숙성 향상에도 기여했다. 

1997 알파 로메오 156 JTD

또한 커먼레일 기술은 친환경적인 특성에 힘입어,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젤 엔진에 대한 규제가 심한 미국 시장에도 디젤 모델을 판매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특히 2006년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E320 블루텍은 디젤 엔진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한층 높였다. 배기가스에 요소수용액을 분사하는 블루텍 기술을 도입해 디젤 엔진의 약점으로 꼽히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킨 것이다. 블루텍 기술로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시 한 번 미국 시장에 디젤 엔진 승용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 발전에는 모터스포츠도 큰 역할을 했다. 1998년에 BMW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320d를 출전시켜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차는 연료소비가 적었기 때문에 재급유 없이 4시간 동안 달릴 수 있었다. 2006년에는 아우디가 R10 TDI 경주차를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시켜 우승을 차지했고, 2007년에는 푸조가 908 HDi FAP 경주차로 내구 레이스에 가세해 지금까지 계속해서 디젤 경주차로 우승컵을 나눠 갖고 있다.

2009 푸조 908 HDi FAP 르망 경주차

디젤 승용차는 점차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7년 서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의 22퍼센트를 차지했던 디젤 승용차는 10년 뒤인 2006년에는 50퍼센트를 넘어섰다. 커먼레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디젤 기술 업체에서는 북미에서의 디젤 승용차 점유율은 2015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퍼센트 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경제성 높은 승용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도 당분간 디젤 승용차 판매는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디젤 엔진 기술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차 때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가 출발할 때 다시 시동을 거는 스톱-스타트 시스템, 최적의 엔진 가동 온도를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온도관리 시스템, 제동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활용하는 스타터-제너레이터 기능 등의 첨단 기술이 합세함으로써 디젤 엔진은 더욱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디젤 엔진용 고압 인젝터 (사진제공: Bosch)

업계에서는 2015년이면 2009년의 보편적인 디젤 엔진보다 30퍼센트 정도 연료소비를 줄여 27.7km/L의 연비를 낼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기술이 더해진다면 연료소비와 유해배기가스 배출량은 한층 더 줄어들 것이다. 전기차의 보편화를 통해 ‘주행 중 무공해’ 자동차가 자리 잡기까지 디젤 엔진은 현실적인 친환경적인 동력원으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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