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체어맨 H 600S

[ 오토카 코리아 2011년 7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997년 데뷔한 쌍용 체어맨이 14년 만에 두 번째 성형수술을 받았다. 쌍용의 기함 역할을 했던 체어맨은 당대 쌍용이 가진 모든 기술과 능력이 담겨 있었다. 데뷔 후 10여 년이 흘러 기함 자리가 체어맨 W에 넘어가면서 오리지널 체어맨은 체어맨 H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애초 개발 개념이 체어맨 W와 같았기에 쌍용의 넘버 투로서 명맥을 이어온 기간은 체어맨 H에게 있어 정체성의 혼란기였다. 그래서 쌍용은 체어맨 H에 뉴 클래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하이클래스 오너 세단’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체어맨 W로 현대 에쿠스를 상대하고, 체어맨 H를 현대 제네시스의 맞수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체어맨 H는 항상 보수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였다. 그래서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도 겉모습의 변화는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차체 패널의 변화는 거의 없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 앞뒤 범퍼, 테일램프, 사이드 가니시와 몰딩 등이 바뀌었다.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다. 바뀐 부분들도 1세대와 2세대 체어맨의 특징을 고루 섞어 놓고 요즘 트렌드에 맞춰 다듬은 느낌이다. 중후한 분위기를 만들었던 투톤 컬러가 사라지고 도어의 크롬 몰딩을 아래로 끌어 내리면서 권위적인 분위기는 조금 줄었다. 그러나 폭에 비해 긴 차체, 특히 긴 오버행은 여전하다.

실내의 변화는 대시보드에 집중되었다. 대시보드의 모양새는 윗급인 체어맨 W의 것을 닮게 바뀌었다. 대시보드의 모양이 윗급인 체어맨 W의 것과 닮은꼴이 되었다. 최고급 모델인 시승차에는 센터 페시아 가장 위에 별도 장착 옵션인 내비게이션 일체형 멀티미디어 시스템이 올라간다. 별도 옵션이라 버튼이 작은데, 공조장치나 주행관련 장비 스위치들은 크고 구성이 단순하다. 체어맨 W를 의식해 많은 장비가 들어있지는 않다. 센터 페시아 구성이 체어맨 W와 비슷하면서도 구성이 단순한 이유다. 복잡한 것이 싫은 연령대의 오너라면 무척 반가울 만하다. 

다른 부분들은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체어맨 H에서 거의 바뀌지 않았다. 최신 첨단 장비는 빠졌지만 고급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웬만한 장비들은 다 있다. 계기판 안의 다기능 디스플레이는 흑백이고 단순하지만 주차 때 앞바퀴 정렬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유용한 정보를 잘 보여준다. 오너 중심의 편리한 구성이지만 뒷좌석의 전동 슬라이딩 기능이나 동반석 워크인 기능 등은 여전히 뒷좌석 중심 차의 성격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차 크기에 비하면 앞좌석 크기가 작고,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내장재 속에 터무니없이 값싼 느낌의 부품들이 눈에 거슬린다.

시승차인 600S에는 222마력 직렬 6기통 3.2L 엔진이 올라간다. 경쟁차에 비하면 배기량 대비 출력이 그리 높지 않다. ‘실키 식스’라며 자랑했던 직렬 6기통 엔진도 회전질감이나 진동, 가속반응이 전만 못하다. 그러나 진동이 느껴지기는 해도 거칠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고르게 가속되는 느낌은 여전하다. 급가속 때 배기음이 조금 스포티하게 느껴지는 것은 의외다. 5단 자동변속기는 매우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진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5단 2,000rpm에 머무른다. 자동변속기 다단화의 흐름 속에서 5단 구성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쉽게 느껴질 구석은 별로 없다. 사이드 미러가 만들어내는 바람소리 정도만 거슬릴 뿐이다.

서스펜션은 안정감과 편안함 사이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위아래 움직임이 크지만 가볍게 출렁이는 것이 아니라 묵직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초기반응은 민감하지만 이내 감각이 희미해지는 스티어링 때문에 고속 코너에서는 살짝 불안한 느낌도 들지만 막상 하체는 쏠림과 무게를 꽤 잘 받쳐준다.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특성이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세팅은 요즘 기준의 세련된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부드러운 승차감과 시트 쿠션, 꽤 잘된 방음 덕분에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이클래스 오너 세단’이 되길 기대하고 있는 체어맨 H이지만, 아직 강하게 남아 있는 쇼퍼 드리븐 카의 요소들은 오너 드라이버가 원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무조건 새 것만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통적인 주행감각을 새차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울 것이다. 80년대 벤츠 E 클래스를 바탕으로 한 차라고 해서 무조건 무시할 일은 아니다. 점점 오래된 느낌이 강해지기는 하지만, 체어맨 고유의 매력은 여전하다. 우리는 지금 오리지널 체어맨을 가장 완벽하게 다듬어 낸 최종 버전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평점: 6.0/10 – 오너용 고급 세단을 지향하는 세 번째 체어맨. 없던 것을 더하기보다 있는 것을 빼는 방법을 택했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

  • 장점: 고급스러운 이미지, 조용한 실내(특히 뒷좌석), 값에 비해 잘 갖춰진 장비
  • 단점: 너무 값싸 보이는 일부 내장재, 전반적으로 뒤처지는 파워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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