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GT (5 시리즈 GT) 535i xDrive

[ 오토카 코리아 2011년 9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크고, 못생기고, 뚱뚱한 친구(Big ugly fat fellow)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인 버프(BUFF). 냉전 시대에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미국 공군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폭격기인 보잉 B-52의 별명이다. 실제 모습은 그리 못생기거나 뚱뚱하지 않은데도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많은 매력을 가진 이 비행기에 대한 조종사들의 짖궂은 애정표현이라 할 수 있다. 

BMW GT를 보면 자연스레 이 별명이 떠오른다. 보는 사람에 따라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B-52와 달리 GT는 내 눈에 크고, 못생기고, 뚱뚱해 보인다. 형태가 비슷한 X6는 오히려 날렵한 느낌이 살아있지만, 부푼 곡면이 차체 전체를 감싸고 있는 GT는 문자 그대로 풍만하다. 게다가 차체 자체도 크다. 휠베이스는 7시리즈 세단과 같고, 차체 너비도 거의 비슷하다. 뒤쪽 오버행이 짧고 트렁크 끝부분이 솟아올라 있지만 큰 키 때문에 훨씬 육중해 보인다. 

물론 GT가 이처럼 커 보이는 차체를 갖게 된 이유는 실내를 보면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GT는 7시리즈의 실내 공간과 5시리즈의 꾸밈새를 결합한 차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공간은 여유 있다. 그러면서도 차분한 디자인 위에 고급 소재를 입혀 7시리즈의 권위를 위협하지 않는다. 익스클루시브 버전이 아닌 시승차에서는 검소함까지 느껴진다. 

운전석은 웬만큼 높이 앉아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SUV만큼은 아니어도 적당히 도로를 아래로 내려다보게 되는 운전자세는 장거리 주행 때 마음의 부담이 적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운전을 편하게 해 주는 장비들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기어 레버 오른쪽에 놓인 MMI 컨트롤러가 다루기 조금 불편할 뿐, 웬만한 장비들은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잘 배치되어 있다. 대신 세 명이 앉을 수 있지만 두 명이 편하게 앉는 쪽이 나은 뒷좌석은 별다른 장비가 없고, 앉는 부분이 높아 키 작은 사람들은 허벅지가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비슷한 개념의 다른 차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GT만의 특징인 2중 해치는 아직도 그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있는 해치 전동 개폐기능만 있으면 굳이 세단처럼 트렁크를 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겠지만, 작게 열리는 부분을 포기하면 2톤이 넘는 차체에서 수십 kg은 덜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시승차에서는 제대로 닫히지 않을 때가 많아 여러 번 확인을 해야 했다.

최고출력 306마력의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뒷바퀴굴림 GT와 같다. 엔진의 회전감각과 변속감각 모두 정확하면서도 거칠지 않고 시종일관 매끄럽다. 차체가 무거운 탓도 있겠지만,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움직임이 무척 부드럽다. 언뜻 밋밋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뿐.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으니 성격이 돌변한다. 부드럽던 배기음도 치밀하면서 강렬하게 바뀌고, 무거운 차라는 사실은 금세 잊게 된다. 운전석 앞 유리에 주요 정보를 표시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이럴 때 몰입도를 높여주는 좋은 장비다. 

기어 레버 가까이에 있는 다이내믹 드라이빙 컨트롤(DDC) 스위치로 차의 주행특성을 조절할 수 있지만, 시내에서 느린 속도로 달리지 않는다면 컴포트 모드를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저속에서는 노면의 느낌을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드라도 어느 정도 이상 속도를 유지해야 쾌적한 느낌이 살아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짜 GT의 특성이 차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뒷바퀴굴림 모델은 BMW 특유의 핸들링이 약간 느슨해진 느낌이었는데, AWD가 더해진 x드라이브 모델은 느슨함의 정도가 조금 덜하다. 부드럽게 운전하면 거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지만, 스티어링 휠 조작이 급해지기 시작하면 차이가 작지만 뚜렷하게 드러난다. 뒷바퀴굴림 모델과 비슷하게 움직이면서도 접지력이 더 좋다. AWD가 가장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길고 완만한 코너를 고속으로 달릴 때다. 오히려 연이은 급 코너에서는 액티브 스티어링과 에어 서스펜션, AWD가 합세해 차체 쏠림을 억제하려 애쓰는 느낌이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쉽게 몸놀림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달려 나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사실 GT에서 가장 놀란 부분은 연비다.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194km 구간 평균연비는 공인연비(9.1km/L)를 살짝 밑도는 8.5km/L였다. 그러나 배기량과 성능, 그리고 차의 무게에 비해 정속주행 연비가 대단히 좋았다. 경량화보다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기술의 덕을 더 많이 보 듯하다.

데뷔한 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GT의 개념과 입지는 납득하가 쉽지 않다. 단순히 대형 해치백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구성을 지닌 차들이 시장에 이미 여럿 나와 있고, 그 중에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GT를 사야 한다면 x드라이브 모델을 고르겠다. 달리기에서 느껴지는 듬직함의 차이는 다른 방법으로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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