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매거진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이기도 하지만, 왜건을 잘 만드는 메이커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에 V60이 출시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볼보의 왜건, 그리고 그들의 왜건 만들기 역사를 돌아본다.

SUV가 지금처럼 큰 인기를 얻기 전까지 SUV의 자리를 대신했던 것은 왜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세단을 바탕으로 지붕을 트렁크 위까지 연장해 뒷좌석 뒤의 짐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의 차를 말한다.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는 비교적 쉽게 차종을 더할 수 있고, 운전자 입장에서는 승용차의 주행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넓은 짐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는 차가 왜건이다. 이미 SUV가 틈새차종이 아닌 대세로 자리를 잡은 북미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유럽에서는 아직까지도 왜건의 입지가 탄탄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럽 메이커들은 판매량이 많은 모델에 반드시 왜건 버전을 더해 내놓는다.

그만큼 유럽에서는 왜건 시장에서의 경쟁도 치열한데, 판매량과 관계없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1953년 처음으로 본격적인 왜건을 내놓은 볼보는 이후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바탕이 되는 세단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왜건 버전만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왜건의 명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특히 절묘한 설계로 크기에 비해 짐 공간이 넓은 차들이 많아 왜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차를 고를 때 한 번쯤은 볼보 왜건을 고려하게 된다. 점차 왜건의 인기가 시들고 있는 상황에도 차급마다 왜건 모델이 하나씩 포함되어 있는 것도 볼보 왜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최신 모델인 V60은 최근 왜건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도 출시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즈음해, 첫 왜건인 듀엣(Duett)으로부터 시작되어 V60에 이르는 진화 과정을 살펴보며 볼보 왜건의 진가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듀엣(1953)

볼보의 첫 왜건인 듀엣은 처음부터 왜건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승용차인 PV444를 위해 제작된 프레임 섀시가 대량으로 남게 되자, 볼보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아사르 가브리엘손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상용 밴 제작을 지시했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엔지니어인 에릭 스코그는 이 상용 밴에서 왜건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1953년 PV445라는 이름의 밴 버전이 먼저 선보인데 이어, 1955년에는 승용 버전이 등장하게 되었다. 1969년까지 17년 동안 9만 대 이상이 생산되어, 볼보가 왜건에 힘을 쏟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P220/아마존 왜건(1962)

1962년 스톡홀름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P220 아마존은 볼보가 처음으로 모노코크 섀시의 승용차를 바탕으로 만든 왜건이다. 한층 현대화된 디자인과 더불어 높은 실용성을 갖춰 7년 동안 7만 대 이상이 판매되었다. 세단과 무게 차이가 거의 없었던 아마존 왜건은 당시의 왜건으로서는 비교적 민첩한 주행특성을 갖고 있었다. 차체 뒤쪽 하부 설계를 세단과 다르게 바꾸어 짐 공간 크기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볼보는 의학계에 자문을 구해 등이 편안한 시트를 개발해, 아마존을 통해 처음으로 양산차에 적용했다. 아마존 왜건은 1969년까지 약 7만3,000대가 생산되었다.

145(1967)

볼보 왜건 중 대중적으로 널리 인기를 얻기 시작한 첫 모델이 145다. 144 세단의 가지치기 모델로 개발된 145는 한 덩어리로 된 대형 테일게이트를 갖춘 첫 5도어 왜건이었다. 차체 뒷부분 거의 전체가 개방되는 테일게이트 구조는 이후 볼보 왜건의 기본적인 특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차체 전체를 탄탄하게 용접한 차체는 충격흡수 구조를 효과적으로 설계해, 뛰어난 내구성과 안전성으로 볼보의 이미지를 높였다. 견고한 차체 덕분에 아직까지도 주행하고 있는 모델을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다. 1974년에 생산이 끝날 때까지 27만여 대의 145가 만들어졌다.

245/265(1974)

볼보 왜건을 ‘컬트카’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인기 모델로, 1993년까지 19년 동안 4기통 엔진을 얹은 245와 6기통 엔진을 얹은 265를 합해 100만 대 이상 생산되었다. 간결하면서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안전성, 뛰어난 실용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볼보가 프리미엄 왜건 시장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게 한 모델이기도 하다. 바탕이 된 240 시리즈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수립하기 위한 시험용 차로도 활용되어, 볼보의 높은 안전성을 입증했다. 1981년에는 양산차 중 처음으로 터보 엔진을 얹기도 했고, 추돌사고 때 안전성을 고려해 연료탱크를 뒤 차축 앞쪽에 설치한 선구적 모델이기도 하다.

700 시리즈/900 시리즈 왜건(1985)

아마존, 145, 245 등 볼보 왜건을 경험했던 소비자들의 대체 수요를 겨냥해 만들어진 대형 왜건이다. 992L를 기본으로, 뒷좌석을 접으면 2,123L까지 커지는 700시리즈의 짐 공간은 지금의 SUV에서도 얻기 힘든 수준이다. 볼보 엔지니어들은 700 시리즈 왜건을 통해 그동안 안전성에 치중했던 개발방향에서 탈피해, 높은 안전성과 더불어 스포티한 주행특성을 함께 담아내려고 했다. 700 시리즈는 처음부터 왜건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것이 특징으로, 세단 버전은 왜건이 선보인 이후 가지치기 차종으로 나중에 추가되었다. 대표적인 모델인 740 터보 왜건은 출시 당시 0→시속 100km 가속 7초대의 성능을 내는 유일한 양산 왜건이었다. 볼보의 마지막 뒷바퀴굴림 왜건으로 1998년 V90이 단종될 때까지 67만5,000여 대가 생산되었다.

850 왜건(1993)

850은 볼보의 첫 앞바퀴 굴림 모델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세계 최초로 측면 에어백을 도입해 자동차 안전의 기준을 한 차원 높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850 왜건의 테일게이트 가장자리에 수직으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 디자인은 이후 여러 차에 영향을 미쳤다. 강력한 직렬 5기통 240마력 터보 엔진과 델타링크 뒤 서스펜션에 힘입어 스포티한 성격이 분명해진 850은 고성능 모델인 T5와 T5R로 볼보 왜건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투어링카 선수권(BTCC)에 진출하기도 했다. 850 왜건은 1997년까지 약 32만6,000 대가 만들어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V40(1995)

볼보의 ‘각지고 둔한 차’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은 모델 이름 체계를 바꾸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 개발해 출시한 S40과 왜건 버전인 V40이 이러한 변화의 첫 수혜자가 되었다. ‘다양성(Versatility)’의 머리글자인 V가 왜건 모델의 이름 앞에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볼보가 만들었던 왜건 중 가장 작은 모델인 V40은 개발비 절감을 위해 미쓰비시와 손잡고 네덜란드에서 생산되었다. 미쓰비시 랜서와 플랫폼을 공유했지만 볼보 고유의 안전기술을 폭넓게 담아 유럽에서는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개성 있는 리어 해치 디자인은 디자인 측면에서도 V40의 성가를 높였다.

V70(1995)

1995년에 85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등장한 것이 세단인 S60과 왜건인 V70이었다. 기본 구조는 850과 같지만 1,800곳 이상을 바꾸거나 개선해 거의 새 모델과 다름없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볼보는 한층 친환경적인 기술을 담기 시작했다. 라디에이터에 특수 코팅을 해 지면에 가까운 곳에 있는 오존을 산소로 바꾸는 프림에어(Prem-Air) 기술이 S60/V70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였다. 2세대 V70이 등장할 때까지 생산된 대수는 32만 대에 이른다.

V70XC(1996)

V70에 4륜구동 시스템을 더하고 차고를 높임으로써 SUV에 맞먹는 전천후 주행능력을 갖추고 등장한 것이 V70XC ‘크로스컨트리’다. SUV를 연상케 하는 장식과 더불어 전자식 다판 클러치 디퍼렌셜로 주행성능을 높임으로써, 비슷한 시기에 나온 스바루 아웃백, 아우디 A6 올로드 콰트로와 더불어 크로스컨트리 왜건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모델이다. V70과 나란히 생산된 1세대 V70XC는 5만4천여 대에 이른다.

V70(2000)

‘레볼보루션(Revolvolution)’이라는 표어와 더불어 피터 호버리가 지휘로 과거와는 완벽하게 다른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을 갖춘 모델로, 2000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새로운 P2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층 스포티한 성격이 강조되었고, 바탕이 된 S60보다 더 넉넉한 뒷좌석은 물론 뛰어난 설계와 실용성으로 많은 상을 수상했다.

XC70(2002)

V70의 변형 모델에 머물렀던 V70XC은 2세대로 진화하며 XC70이라는 이름을 얻어 독립했다. V70을 바탕으로 AWD 시스템과 SUV를 닮은 치장을 더한 점은 이전 세대와 비슷했지만, 독립 모델로서 실내외의 차별화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V50(2004)

VOLVO 40/50-series (1995-2012)

포드 산하에서 개발된 2세대 V50은 포드 포커스(유럽형), 마쓰다 악셀라/3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델이다. 섀시 설계는 볼보가 주도했다. 이전 모델보다 주행특성과 스타일은 더욱 스포티해졌고, 처음부터 왜건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 스타일의 완성도가 높다. 상위 모델로부터 이어받은 다양한 안전기술로 볼보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V70/XC70(2007)

3세대 V70/X70은 볼보의 준대형 세단 S80과 같은 포드/볼보의 대형 플랫폼인 EUCD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한층 대형 모델로 업그레이드되었다. S80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뒷좌석 공간은 더 넓어졌고, 짐 공간도 이전 모델보다 55L 커졌다. 최상위 모델인 V8에는 4.4L 315마력 엔진이 올라가 역대 볼보 왜건 중 가장 강력한 모델이 되었다.

V60(2010)

3세대 S60을 바탕으로 개발된 볼보의 최신 왜건이다. 크로스오버 SUV로 개발된 XC60과 스타일과 크기가 모두 비슷하지만, 한층 승용차에 가까운 주행감각을 지닌 스포츠 왜건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기본 설계가 S60과 같기 때문에 파워트레인도 공유하고 있으며, 보행자 인식 기능이 있는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 등 첨단 안전기술들이 폭넓게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