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매거진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쉐보레 말리부는 미국 LA 근교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의 이름을 모델명으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접하게 되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국에서는 8세대 모델에 해당된다. 5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말리부의 혈통에 드리워진 커튼을 들춰보자.

말리부는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근교의 도시 이름이다. 이곳은 많은 할리우드 스타와 유명 인사들이 보금자리로 삼을 만큼, 마음의 여유를 불러일으키는 길고 넓게 뻗은 시원한 모래사장과 빼어난 전망이 펼쳐져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도시의 이름을 자동차의 모델명으로 가져온 것이 바로 쉐보레 말리부다.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름이지만, 말리부는 미국에서 쉐보레의 중형차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뿌리 깊은 모델이다. 그리고 그 오랜 역사는 무려 1964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세대이지만 미국에서는 8세대에 해당되는 말리부의 가려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자.

1세대(1964~1967)

말리부가 쉐보레의 모델 이름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3년이다. 중형차 쉐벨(Chevelle)의 최상급 모델에 붙는 서브 브랜드로, 쉐벨 말리부가 정식 명칭이었다. 생산이 시작된 것은 1965년부터였고, 쉐벨과 마찬가지로 4도어 세단, 2도어 쿠페 및 컨버터블, 2도어 2인승 왜건의 다양한 보디가 마련되었다. 최상급 모델이었던 만큼 실내가 화려하게 꾸며졌다. V8 엔진을 얹은 스포티 모델인 말리부 SS는 많은 이들에게 머슬카로 인식되었다. 

2세대(1968~1972)

2세대 말리부는 1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었지만,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둥글고 매끄러운 디자인이 돋보였는데, 특히 차체 앞쪽 길이를 늘리고 뒤쪽을 짧게 해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세단과 쿠페 모델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트를 달고 우드 그레인 장식을 더하는 등 실내를 한층 고급화했다. 파워트레인은 1세대 모델과 기본적으로 같았지만, 2도어와 4도어 모델의 휠베이스를 차별화했다. 고성능 모델인 SS-396 및 SS-454는 말리부의 V8 엔진 머슬카 이미지를 높였지만,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며 강력한 이미지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3세대(1973~1978)

바탕이 되는 쉐벨의 라인업에 고급형 모델이 추가되면서, 말리부는 좀 더 대중적인 모델이 되었다. 3세대 말리부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롭게 설계된 섀시와 더불어 당시의 유행을 반영하는 디자인이 쓰인 것이다. 특히 2도어 쿠페에 쓰인 콜로네이드(Colonnade) 하드톱은 독특한 스타일로 관심을 끌었다. 도어 유리창의 창틀이 없는 하드톱이었지만, 강화된 안전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전복안전성을 얻기 위해 B필러를 추가한 것이었다. 이밖에도 대형 범퍼를 추가하고 모든 모델에 디스크 방식 앞 브레이크를 쓰는 등 안전성이 강화되었다. 

4세대(1978~1983)

1978년에 나온 새 말리부는 뒷바퀴 굴림방식을 쓴 마지막 세대 모델이었다. 석유파동의 여파로 미국 자동차 업계에는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었고, 말리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쉐벨이라는 모델명이 사라지면서 말리부는 쉐보레를 대표하는 중형 모델이 되었다. 보디는 2도어 쿠페, 4도어 세단 및 왜건의 세 가지가 나왔고, 크기는 작아졌지만 풀 사이즈 세단인 카프리스(Caprice)를 닮은 각진 디자인 덕분에 여전히 차체는 커 보였다. 1980년에 SS 모델이 단종되고, 1981년에는 2도어 쿠페가 사라지는 등 차츰 쇠락해가던 말리부는 1983년을 마지막으로 쉐보레 라인업에서 사라졌다.

5세대(1997~2003)

쉐보레가 1987년에 내놓은 앞바퀴굴림 소형차 코르시카/베레타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에 GM은 시장을 탈환하기 위해 1997년에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말리부라는 모델명을 부활시켰다. 앞바퀴 굴림방식을 쓴 첫 말리부는 데뷔하자마자 미국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선정하는 ‘올해의 차’로 뽑혔다. 엔진은 2.4L  및 V6 3.1L 두 가지가 먼저 올라갔고, 이후 4기통 엔진은 2.2L로 대체되었다. 새로운 앞바퀴 굴림 말리부는 북미 전용 모델로 계획되었지만, 이후 글로벌 모델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6세대(2004~2008)

북미 중형차 시장에서 아시아 혈통의 차들의 강세가 이어지자, GM은 이들과 경쟁할 말리부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6세대 말리부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오펠 벡트라의 플랫폼을 새 말리부에 활용한 것이다. 특히 동급 미국산 중형차 가운데 드물게 5도어 해치백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모델에는 말리부 맥스(Malibu Maxx)라는 이름이 붙었다. 핸들링과 승차감에서 유럽차의 감각이 가미된 6세대 말리부는 각을 살린 차체와 더불어 넓은 가로 바가 차체 앞면을 가로질러 위 아래를 뚜렷하게 나누는 독특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썼다. 엔진은 4기통 2.2L 및 V6 3.5L가 쓰였는데, 2006년에는 V6 3.9L 엔진을 얹은 고성능 SS 모델이 부활하기도 했다. 

7세대(2008~2011)

7세대 말리부는 이전 세대의 바탕이 된 GM 입실론 플랫폼을 이어받았지만, 말리부 맥스에 쓰였던 롱 휠베이스 플랫폼을 세단에 활용해 거주성을 높였다. 특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바뀐 실내외 디자인이 호평을 얻었다. 풍부한 편의장비와 더불어 내장재의 재질과 품질을 개선하는 등 상품성도 높아져, 북미 중형차 시장에서 쉐보레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엔진은 2.4L 및 V6 3.5L 및 3.6L가 마련되었고, 역대 말리부 중 처음으로 6단 자동변속기가 쓰인 것은 물론 연비가 우수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더해졌다.

8세대(2012)

2011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말리부는 오펠 인시그니아와 같은 GM의 입실론 II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GM의 최신 중형차다. 본격적인 쉐보레의 글로벌 중형 세단으로서 세계 100여개 국에서 판매될 예정으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생산되어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 생산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미국 내 두 개 공장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북미 시장에는 2012년 초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새 말리부는 모든 모델에 4기통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올라간다. 국내에는 2.0L 및 2.4L 엔진 모델이 나오지만, 북미 시장에는 새로 개발된 2.5L 엔진 모델이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