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 SD 3도어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안팎으로 여러 매력을 갖고 있는 미니는 국내에서도 열성 팬을 비롯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은 차에 어울리는 디자인, 알찬 달리기 실력, 비슷한 크기의 다른 차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수준의 꾸밈새 등으로 미니만의 개성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고성능 버전인 쿠퍼 S는 조금만 열심히 달려도 휘발유를 웬만한 중형차 만큼 들이켰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들이 대개 연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작고 귀여운 생김새 때문에 고까운 시선이 좀 더 날카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힘들었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미니의 디젤 라인업이 그런 시선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사실 미니 디젤 모델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뿐, 해외에는 진작부터 팔리고 있었다. 3세대 미니의 데뷔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해치백 모델에 국한되기는 해도 경제성 높은 미니가 들어온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내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쿠퍼 D 두 종류와 와 쿠퍼  SD이고, 시승을 위해 마련된 것은 수입되는 미니 디젤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쿠퍼 SD다. 1.6L 엔진을 쓰는 휘발유 엔진 미니와 달리 디젤 미니의 배기량은 2.0L. BMW는 수입 디젤차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기량임을 의식해서인지 유난히 ‘2.0 디젤’임을 강조하고 있다.

겉모습은 휘발유 엔진 모델과 똑같다. 간결하고 매끄러운 2박스 디자인에 보닛의 공기흡입구, 앞 펜더에 붙은 S 로고, 지붕 끝에 자연스럽게 올라간 대형 스포일러, 뒤 범퍼 아래쪽 가운데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한 쌍의 배기구까지 모두 휘발유 쿠퍼 S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해치 한쪽 구석에 덧붙은 ‘D’자를 떼어낸다면 시동을 걸기 전까지 아무도 이 차의 심장이 디젤 엔진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실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 좌석도 똑같은 4인승 구성이고, 각종 장비배치와 꾸밈새도 전혀 다르지 않고, 낮은 지붕 때문에 크기에 비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실내공간과 웬만한 크기의 짐은 집어삼킬 생각이 없는 트렁크 공간도 마찬가지다. 아주 고급스럽지도, 아주 값싸보이지도 않는 내장재는 수많은 둥근 디자인 요소들에 가려져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쿠퍼 SD에 쓰이는 스포츠 시트는 키 180cm, 몸무게가 90kg에 육박하는 필자에게는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불편하지 않을 만큼 몸을 잘 잡아준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큼지막하게 올라가 있는 체중계 모양의 속도계 속에는 각종 경고등과 연료계, 그리고 비주얼 부스트 스크린이 담겨 있다. 비주얼 부스트는 BMW i드라이브의 미니 버전이다. 화면 디자인은 미니와 잘 어울리고, 조절장치도 쉽게 다룰 수 있어 편리하다. 물론 속도계 바늘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아, 현재 속도를 확인하는 것은 스티어링 휠 뒤에 놓인 엔진회전계 아래의 디지털 표시장치에 의존해야 한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에 가려 앉은키가 큰 사람들은 평생 가도 숫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엔진 회전계는 언제쯤 보기 좋은 위치로 옮겨질지 궁금하다. 

차 앞부분 전체를 덮는 보닛을 들어 올리면 드러나는 엔진은 휘발유 모델과 달리 엔진 블록 위로 커버가 덮여 있다. 방음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멋을 더하는 보닛의 공기흡입구의 원래 의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푸조-시트로앵 설계의 실린더 블록에 BMW 설계의 실린더 헤드를 얹은 휘발유 모델의 엔진과 달리, 디젤 모델의 엔진은 온전히 BMW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역대 미니용 엔진 중 가장 큰 배기량인 2.0L에 커먼레일 직접 연료분사장치,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 등이 더해졌으니 무게에서도 단연 역대 최고 수준일 것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디젤 차임을 알려주는 소리가 들려온다. 재미있게도, 디젤 엔진 특유의 ‘갈갈’거리는 소리와는 별개로, 소리의 크기나 진동이 전달되는 느낌은 휘발유 엔진을 얹은 일반 쿠퍼 S와 큰 차이가 없다. 어찌 보면 휘발유 엔진 쿠퍼 S가 그리 조용하지 않은 차라는 점이 쿠퍼 SD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편 디젤차 관점에서 본다면 진동은 아주 잘 억제되어 있다.

휘발유 모델만큼은 아니어도 가속이 제법 빠르다.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 덕분에 저회전에서 조금은 지체되는 느낌이 들기는 해도 그 정도는 그리 크지 않다. 회전한계가 5,000rpm인데 비해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은 1,750rpm부터 2,700rpm 사이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고회전에서 토크 저하가 그리 심하지는 않아도, 시원스런 느낌이 반감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물론 쿠퍼 SD는 여러 면에서 고속주행보다는 일상적인 주행에 더 어울리는 면모를 보여준다. 원체 높은 토크 덕분에 고성능 모델임을 뜻하는 ‘쿠퍼 S’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발 빠르게 움직인다. 

여느 차들이 대부분 그렇기는 하지만, 시속 80km를 넘으면 연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데에는 그리 공기역학적이지 못한 차체 형태가 한 몫 단단히 한다. 구형보다는 편안하지만 여전히 잔뜩 움츠러든 느낌을 주는 승차감도 고속주행 때에 피곤함을 더한다. 그래도 시속 100km에서 2,000rpm에 머무는 엔진회전은 그 이상의 속도를 내기에 충분한 힘을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어느 시점에 이를 때까지는 전혀 부담 없이 속도를 붙인다. 그 시점을 넘어가면 실내에 울려퍼지는 소음과 요철에서 통통 튀기는 차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편안한 카트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 반응과 핸들링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코너를 돌 때의 느낌이 휘발유 쿠퍼 S만큼 짜릿하지 않은 것은 차체 앞이 무거워서라기보다는 엔진의 반응이 조금 더디기 때문이다. 이 정도 크기와 성격을 지닌 차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빠르면서도 매끄러운 변속기가 아니었다면 좀 더 재미없는 차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스티어링 반응은 빠르고, 차를 다루는 재미가 쏠쏠하다.

기어 레버 앞쪽에 놓인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쿠퍼 SD는 좀 더 스포티한 성격을 보여준다. 배기음은 소년의 목소리에서 청년의 목소리로 바뀌고 변속시점과 가속반응도 한층 스포티해진다. 즐기기 위해 달릴 때에 아주 잘 어울린다. 19.9km/L인 공인연비가 국내 2.0L 디젤 엔진 차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하지만, 차체가 가장 작으니 당연한 일이다. 614km 주행 후 평균연비를 계산해 보니 16.9km/L로 나온다. 시승구간 중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썩 나쁜 연비는 아니다.

600km가 넘는 먼 거리를 달려보니, 작고 탄탄한 차에서 당연한 피로감은 있지만 휘발유 쿠퍼 S에 비하면 그래도 부담이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액셀러레이터를 세밀하게 조작하는 부담이 줄어드는 것만 해도 이만저만 고마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차가 어울리는 곳은 고속도로보다는 구불거리는 한적한 국도, 그리고 ‘아주 복잡하지는 않은’ 시내다. 왜 꼭 ‘아주 복잡하지는 않은’ 시내여야 할까? 일단 운전석에 앉아 귓전을 자극하는 배기음을 듣고 있노라면 신나게 달리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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