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승] 미니 일렉트릭 일렉트릭 트림

미니 브랜드의 첫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이 우리나라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미니 쿠퍼 S 3도어 해치백 바탕의 전기차다. 글로벌 데뷔는 2019년 말에 했지만, 우리나라에는 페이스리프트된 새 모델이 들어왔다. 미니 일렉트릭은 외국에서는 대부분 미니 쿠퍼 SE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E는 당연히 전기차를 뜻하는 일렉트릭(Electric)의 머리글자다. 디젤 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 SD처럼, 미니 쿠퍼 S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내면서 동력계만 전기 모터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클래식과 일렉트릭 두 가지 트림이 팔린다. 두 트림은 부분적으로 꾸밈새와 장비 구성이 다르고, 전기 모터 출력과 배터리 용량 등 동력계 및 구동계 구성은 같다.

두 트림의 값 차이는 430만 원으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정면 충돌 경고(전방 추돌 경고), 보행자 감지 및 대응, 차선 이탈 경고, 주차 조향 보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추가되는 장비 값인 셈이다. 타이어 규격은 두 트림 모두 204/45 R17이지만 휠 디자인은 다르다. 일렉트릭 트림인 시승차는 비대칭 디자인의 일렉트릭 파워 디자인 휠에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타이어를 끼우고 있다.

차체가 작은 만큼, 소형차의 인기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어차피 많이 팔리기 어려운 모델이다. 그러나 판매량이 많지는 않아도, 미니 해치백은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틈새 모델이면서도 나름 탄탄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좁지만 확고한 틈새에서 전기 구동계를 갖춘 모델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차는 안팎 모두 미니 쿠퍼 S 3도어와 거의 같다. 물론 꾸밈새를 통해 전기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외부에는 차 앞뒤의 S 로고와 앞바퀴 뒤에 붙인 사이드 스커틀의 S 로고, 전기 플러그를 연상케 하는 해치의 E 로고, 사이드 미러 커버 등은 전기차를 상징하는 에너제틱 옐로우 색으로 칠했다. 내연기관 차의 주유구 커버에 해당하는 충전 소켓 커버에도 E 로고를 음각으로 넣었다.

내부도 기본 구성은 일반 미니 쿠퍼 S와 다를 바 없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 스포크에 넣은 E 로고, 토글식 시동 스위치, 기어 레버 한쪽에 넣은 사각형 디자인 요소에 에너제틱 옐로우 색을 넣은 것과 독특한 패턴의 대시보드 장식 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물론 계기판 왼쪽에 전기 에너지 사용 상태, 오른쪽에 배터리 충전 잔량을 표시하는 계기를 넣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에 충전 관련 정보 등 전기차 사용에 필요한 메뉴와 화면을 넣은 것도 차이점이다. 인조 가죽을 씌운 좌석과 나파 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 등 일렉트릭 트림에만 들어가는 장비들도 있다.

공간이나 장비 배치는 미니를 이미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할 구성이고, 기능보다는 보기 좋은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는 느낌이 뚜렷하다. 차값에 비해 고급스러움이 부족해 보이는 내장재와 스티어링 휠에 일부가 가리는 계기판처럼 다른 미니 해치백에서 경험했던 아쉬운 점들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계기판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 정보들은 일렉트릭 트림에 들어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에 포함)가 어느 정도 보완한다.

전원만 넣은 상태에서 시동 버튼을 눌러 주행 가능 상태로 전환하면 독특한 ‘우주선’ 소리가 난다. 기능 조작이나 차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테두리 원형 조명의 색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큼 귀에 들어오는 소리로도 재미를 주겠다는 개발자들의 재치를 느낄 수 있는 요소다.

배터리 용량은 32.6kWh지만 유효 용량은 28.9kWh다. 작은 배터리 용량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많은 사람이 불편하게 느낄 단점은 분명하다. 한 번 충전한 전기 에너지를 모두 소비할 때까지 달릴 수 있다는 거리가 그만큼 짧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장거리를 자주 달릴 성격의 차는 아니라는 뜻이다.

대신 배터리 용량이 작은 만큼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최적 조건에서는 50kWh급 급속 충전기에 물려 놓으면 30분 이내에 최저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100km 남짓 달릴 수 있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충전할 수 있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쿠퍼 S 3도어와의 공차중량 차이는 95kg이다. 어른 한 명 이상의 무게가 더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최고출력은 8마력, 최대토크는 0.9kg・m 낮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히 같은 쿠퍼 S 내연기관 모델보다 성능이 낮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시속 100km 정지 가속 시간도 7.3초로 쿠퍼 S에 0.4초 뒤지고, 전기 동력계 특성상 최고속도는 훨씬 더 낮은 시속 150km로 제한된다.

그러나 가속할 때 느낄 수 있는 성능의 차이는 미미하다. 전기 모터는 가속을 시작하자마자 높은 토크를 내고,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고정된 감속 기어비 탓에 최고속도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도심 도로 제한속도 범위 내에서 가속이 답답하게 느껴질 일은 없고 제한속도에 이를 때까지 가속력이 약해지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는다.

시동 스위치와 나란히 자리를 잡은 여러 토글 스위치 가운데 가장 운전자 쪽에 가까운 것은 회생 제동(감속 에너지 회수) 감도를 선택하는 데 쓴다. 감도는 2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약한 감도로 설정하면 회생 제동 장치 개입이 줄어 타력 주행 때의 효율을 높아지고 강한 감도로 설정하면 회생 제동 장치가 강하게 개입해 원 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교통 환경이나 교통량에 알맞게 운전자가 적극적으로 감도 설정을 조절하면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회생 제동 감도 선택 스위치의 반대쪽 끝에 있는 스위치로 선택할 수 있는 주행 모드에는 일반 미니와 같은 스포트, 미드, 그린 외에 그린 플러스(Green+) 모드가 추가되어 있다. 그린 플러스 모드는 주행거리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기 조절장치를 끄는 등 전기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설정이다. 가속감은 그린 모드와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사계절 기온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이 모드를 쓸 일은 많이 않을 듯하다.

한편 스포트와 미드, 그린 모드 사이의 가속감 차이는 제법 뚜렷하고,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는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감각과 더불어 가속 반응도 훨씬 더 민감해져 꽤 스포티한 기분으로 달릴 수 있다. 물론 강렬해지는 가속감만큼 배터리 잔량이 줄어드는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진다.

스티어링 감각은 미니가 늘 강조하는 ‘고 카트 필링’을 뚜렷하게 느끼기 어렵다. 반응 자체가 둔하지는 않지만, 스포트 모드에서조차 초기 반응이 예상만큼 민첩하지 않다.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옮겨졌으면 상대적으로 앞바퀴에 실리는 무게 비율이 줄어 스티어링 감각이 좀 더 가볍고 빨라져야 옳겠지만, 실제로는 차체 앞뒤에 무게가 고르게 실리는 점을 고려해 조율한 서스펜션이 스티어링 반응을 상대적으로 둔하게 만든 듯하다.

부드러운 느낌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승차감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느껴진다. 물론 부드럽다는 것은 일반 미니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지, 절대적으로 부드럽다는 것은 아니다. 위아래 방향 움직임이 크지 않아 스포티하게 느껴지면서도 거친 느낌이 작다. 과속 방지턱과 같은 요철을 지날 때 탄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여느 미니 해치백과 비슷하면서도, 충격을 받아들이고 풀어내는 과정은 좀 더 너그럽다.

이처럼 달라진 특성들은 한데 어우러져 미니 일렉트릭을 도심에서 몰기 좋은 차로 만든다. 미니 특유의 경쾌함은 약해졌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는 줄어들었다.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소음 수준은 일반 미니와 차이가 없지만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줄어든 것도 피로감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준다.

완전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복합 사이클 기준으로 159km다. 누적 주행거리가 400km 남짓한 시승차 기준으로는 100% 충전 상태에서 공기 조절장치가 켜져 있을 때 예측 주행 가능 거리가 165~175km로 표시되는데, 공기 조절장치를 끄면 15~20km 정도 줄어든다. 도심 주행 기준으로는 국내 인증 주행 가능 거리와 실제 주행 가능 거리가 거의 비슷할 듯하다.

시승차의 기본값은 4,990만 원이고, 무공해차 구매 보조금은 국고가 572만 원, 지자체가 서울 기준으로 163만 원을 지급한다. 기본값에서 보조금 총액을 뺀 4,255만 원이 서울에서 구매자가 낼 금액이다.

이 금액과 함께 차 크기나 실용성, 장비 구성 등 보편적 기준에 초점을 맞추면, 미니 일렉트릭의 설득력은 그리 높지 않다. 비슷한 가격대에 실내와 적재 공간이 더 넓고 차에 타고 내리기 더 편리하면서 편의 장비가 더 풍부한 차들도 있다. 성능 면에서도 준수한 편이지만 탁월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작은 전기차로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주행가능 거리의 한계는 쓰임새에도 발목을 잡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미니와 마찬가지로 미니 일렉트릭의 가장 큰 설득 요소는 디자인이라는 양념이 매력을 더하는 브랜드 이미지다. 미니 일렉트릭은 구매자들에게 미니가 가진 매력에 전기차가 가진 매력을 더한 차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도심에서도 특히 충전 접근성이 좋은 환경에서 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일상의 도구가 될 만하다. 즉 누구나 사고 싶고 누구나 살 수 있고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차는 아니지만, 차의 한계를 알고 한계 안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주 만족할 수 있는 차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