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열정이 빚어낸 영광,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과 스털링 모스 경

[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 웹진 ‘with Hansung’ 2012년 5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차와 사람의 한계에 도전하는 자동차 경주는 역사 속에서 많은 드라마를 낳았다. 로드 레이스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밀레 밀리아 경주에서 1955년에 우승한 메르세데스-벤츠 300 SLR과 스털링 모스 경도 그러한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대표적인 장거리 로드 레이스, 밀레 밀리아

1955년 밀레 밀리아 우승의 주역인 300 SLR 경주차는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요즘에는 자동차 경주, 즉 레이스라고 하면 대부분 전용 경기장인 서킷에서 열리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1960년대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가장 인기 있었던 모터스포츠 중 하나로 일반 도로에서 치러지는 로드 레이스가 있었다. 자동차 기술은 물론 도로 여건이 지금에 비해 훨씬 열악했던 당시에는 장거리 로드 레이스가 자동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많은 스포츠카 메이커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붐을 일으켰다.

장거리 로드 레이스는 일반 도로에서 치러지는 만큼 관중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고, 운전자와 차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면서 지금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시절 높은 인기를 얻었던 일부 로드 레이스는 아직까지도 많은 모터스포츠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밀레 밀리아(Mille Miglia)를 꼽을 수 있다.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300 SLR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렬하다

밀레 밀리아의 무대는 이태리다. 이태리어로 ‘1000 마일’이라는 뜻의 이름이 보여주듯, 밀레 밀리아는 1년에 한 번씩 이태리 북부의 브레시아를 출발해 수도 로마를 거쳐 다시 브레시아로 돌아오는 코스의 일반 도로 약 1,600km 구간을 달리는 내구 레이스였다. 1927년에 처음 시작되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8년까지 열렸고, 전쟁 중인 1940년에 한 차례 열린 후 휴식기를 거쳐 다시 1947년부터 1957년까지 열리며 대표적인 장거리 로드 레이스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밀레 밀리아는 차의 내구성 이상으로 운전자의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한 레이스였다. 연료 재급유 때를 빼고 1,600km에 가까운 코스를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경주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태리에서 열리는 경주인만큼 전통적으로 이태리 자동차 메이커와 이태리 출신 레이서들이 우승을 독식하곤 했는데, 여기에 쐐기를 박은 메이커 중 하나가 메르세데스-벤츠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야심찬 도전

1955년 밀레 밀리아 경주를 출발하기 전의 모스와 젠킨슨(왼쪽)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쟁의 아픔을 씻어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그들은 성능과 내구성을 널리 알리고 기술개발의 토대로 삼기 위해 레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적인 규모와 명성의 레이스에 경주차를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밀레 밀리아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우수성을 확실히 알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페라리, 마세라티, 알파 로메오 등 이태리 메이커의 그늘에 가려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열리는 레이스는 이태리 출신 레이서들에게 더없이 유리했다. 여러 차례 출전한 레이서들은 내비게이터 없이 혼자서 경주에 출전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는 1955년 밀레 밀리아에 야심차게 개발한 신병기인 300 SLR 경주차를 투입해 우승에의 의지를 불태웠다. 밀레 밀리아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전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적 경주차였던 300 SL을 알루미늄 보디, 5단 변속기, 16인치 휠, 대형 브레이크로 보강하고, 1954년에 쓰인 포뮬러 원(F1) 경주차의 직접 연료분사방식 직렬 8기통 3.0L 엔진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얹어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팀 구성원도 당대 최고의 레이서인 한스 헤르만과 카를 클링, 후안 마누엘 판지오로 채워 우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 4대가 마련된 300 SLR 경주차 중 나머지 한 대에는 메르세데스-벤츠 팀에 처음으로 합류한 영국 출신의 스털링 모스(Stirling Moss)가 몰았다. 그는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비교적 착실하게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쌓아가고 있었지만, 함께 출전한 팀 동료들에 비하면 그의 경력은 보잘 것 없었다.

300 SLR의 뛰어난 성능, 그리고 모스와 젠킨슨의 팀 워크가 우승을 이끌었다

1955년 5월 1일. 521대의 경주차가 1분 간격으로 브레시아의 비토리아 광장을 출발하면서 22번째 밀레 밀리아의 막이 올랐다. 모스의 300 SLR 경주차에는 주어진 출발시간인 오전 7시 22분을 뜻하는 ‘722’라는 붉은 숫자가 은빛 차체 위에 붙어 있었고, 그의 옆 자리에는 저널리스트인 데니스 젠킨슨이 앉아 코스 안내자(내비게이터) 역할을 했다.

실력과 지혜로 얻어낸 값진 승리

원래 메르세데스-벤츠 팀은 모스를 마라톤의 페이스 메이커 같은 역할을 하도록 전략을 세웠다. 모스가 다른 경쟁자들을 위협하며 힘을 빼놓는 사이에, 팀 메이트인 헤르만, 클링, 판지오가 우승을 노리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실제로 모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낯선 코스를 달리며 주요 경쟁자들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다른 출전자들에 비하면 무척 불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팀 구성원들

그러나 모스는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운전 실력을 펼쳤다. 많은 구간이 비포장도로로 이루어진 코스에서 300 SLR의 성능을 극한까지 뽑아내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음에도, 매 순간 이어지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이 빛을 발했다. 젠킨슨의 꼼꼼한 준비와 길 안내도 큰 역할을 했다. 사전 답사를 통해 젠킨슨이 기록한 길 안내 노트는 그 길이만 해도 4.6m에 이를 정도였고, 도로의 특징까지 꼼꼼하게 모스에게 전달한 덕분에 모스는 한계에 도전하며 운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스와 젠킨슨이 탄 722번 300 SLR 경주차가 출발지인 브레시아의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출발한 후 10시간 7분 48초 뒤였다.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1,597km 구간을 평균시속 157.65km로 달린 결과였다. 이는 총 주행시간과 더불어 밀레 밀리아가 안전상의 문제로 금지된 1957년까지 깨지지 않은 불멸의 기록이 되었다. 그는 밀레 밀리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첫 영국 출신 레이서가 되었고, 메르세데스-벤츠는 1931년 이후 34년 만에 두 번째 밀레 밀리아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09년에 스털링 모스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제작된 메르세데스-벤츠 SLR 맥라렌 스털링 모스

불리한 조건 속에서 뛰어난 운전기술과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모스는 금세 모터스포츠의 스타로 떠올랐고, 1955년을 마지막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이후 50년 동안 공식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300 SLR과 모스의 밀레 밀리아 우승은 자동차 경주 역사에 더욱 값진 기록으로 남았다.

1929년생인 모스는 아직도 생존해 있다. 1962년에 있었던 큰 사고 이후 레이서로서는 은퇴했지만, 레이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지금까지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는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SLR 맥라렌 스털링 모스 등의 특별 모델을 만들어 그와 300 SLR의 밀레 밀리아 우승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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