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 3 1.6 VTi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5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DS3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만나보는 시트로앵의 첫 주자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는 프랑스적인 패션 감각으로 가득한 깜찍한 모습이 돋보이고, 멋으로 타기에 좋으면서 기본적인 주행감성도 탄탄한 차라고 말한다

시트로엥이 10여 년 만에 우리 땅을 다시 밟는다. 한 지붕 식구인 푸조보다도 프랑스 특유의 감성이 더 뚜렷한 시트로엥은 철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을 폭넓게 끌어안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트로엥이 전면에 내세우는 모델이 DS3이다. 대중적인 성격의 소형차인 C3을 바탕으로 고급스러움과 패션 감각을 살린 차다. 같은 PSA 그룹 내에서 보면 푸조는 조금 남성적인 색깔, 시트로엥은 여성 적인 색깔로 받아들이게 된다. DS3이라는 모델만 놓고 보면 지향하는 방향이나 꾸밈새에 있어서는 미니, 피아트 500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개성과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둥글고 비교적 단순한 형상의 차체는 미니 해치백보다는 크고 푸조 207보다는 작은 부담 없는 크기다. 사진으로 보아왔던 것보다 실제 모습이 더 커 보이는 이유는 높은 보닛과 많이 기울어있는 앞 유리 덕분이다.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구석구석 화려하면서도 지나치지 않은 장식적 요소들이 차의 분위기를 밝고 상큼하게 만든다. 안개등 옆에 위아래로 놓인 LED 램프, B 필러 중턱까지 타고 올라가는 차체 옆면, 독특한 곡선의 헤드램프와 테일 램프처럼 DS3에서만 볼 수 있는 스타일 요소들이 흥미롭다. 2도어 해치백 스타일에 검게 처리된 필러, 차체와 다른 색으로 칠한 지붕, 도어에 고정된 미러 등 미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길거리 농구 코트를 뛰어다닐 것 같은 이미지의 미니와 달리, DS3은 신사동 가로수길을 거닐고 있어야 어울릴 느낌이다.

실내에도 발랄한 분위기는 이어진다. 대시보드와 센터 페시아 구성은 보수적이지만 곳곳에 기교를 부려,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무난한 재질의 검은색 내장재 속에서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고광택 흰색 패널이 화사한 느낌을 이끈다. 3개의 원 중 가운데의 속도계에 입체적인 효과를 준 계기판, 그 왼쪽에 배치된 연료계를 포함한 다기능 디스플레이, 뒤쪽을 틔운 계기판 커버, 세 개의 원으로 깔끔하게 구성한 자동 공기조절 장치도 신선하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주차 브레이크 레버는 가죽과 알루미늄 색 플라스틱으로 재질과 장식을 통일해 깔끔함을 더했다. 상대적으로 도어 트림은 평범하고, 오디오와 다기능 화면, 스티어링 휠 뒤쪽의 주요 조절장치들은 푸조 차를 접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것들이다. 외부입력단자가 있는 고급 오디오를 빼면 편의장비는 소형차 평균 수준이다.

앞좌석 공간은 이 정도 크기의 차에 적당한 수준이다. 시트는 앉는 위치가 높은 편이지만 천장은 높으면서 센터 터널이 낮고 대시보드의 무릎 언저리가 파여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적다. 시트는 형상과 표면 패턴이 스포티하다. 옆구리 부분이 돌출되어 상체를 잘 잡아주면서도 쿠션의 탄력이 적당해 답답하지 않다. 뒷좌석은 마련된 3개의 헤드레스트에 맞춰 3명이 나란히 앉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어른 2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다. 키가 180cm가 넘는 사람에게는 무릎과 머리 공간이 아주 넉넉하지 않다. 대신 트렁크는 차 크기에 비하면 깊고 넓은 편이다. 6:4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는 뒷좌석 등받이는 좁은 쪽을 접어도 뒷좌석에 1명밖에 탈 수 없겠다.

구동계는 푸조 207을 비롯해 푸조와 시트로엥 소형차에 널리 쓰이는 1.6L 120마력 자연흡기 휘발유 엔진에 팁트로닉 수동 기능이 있는 4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어 앞바퀴를 굴리는 구성이다. 기술적으로 특별하지도, 수치상으로 대단하지도 않지만 차체가 작고 가벼워 달리기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엔진 진동과 소음은 소형차 치고는 적은 편이다. 엔진 회전수가 3천 rpm을 넘어가면서 자극적인 소리로 바뀌기는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금세 다른 소리에 묻혀버린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에는 부드럽게 시작해 점차 속도가 붙는 느낌이 강해진다. 저회전 때의 토크가 낮기 때문에 마치 터보 랙처럼 토크가 충분해질 때까지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약간 둔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엔진은 생기 있게 회전하며 실제 가속되는 것보다 경쾌한 가속 느낌을 만든다.

4단 자동변속기는 기어 레버 게이트 옆에 있는 스포트와 윈터 버튼으로 주행 상황에 맞게 변속특성을 조절할 수 있고, 변속 패들은 없지만 기어 레버로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기어비 구성은 가속 위주여서, 시속 100km에서 4단이면 엔진 회전수가 3천 rpm에 약간 못 미친다. 3단으로 내리면 4천 rpm 정도가 되어, 고속도로 주행 중에도 곧바로 최대토크(16.3kg·m/4,250rpm)를 활용해 추월하기가 좋다. 전반적으로 변속은 매끄럽지만 스포티하게 달리기에는 변속 속도가 약간 느리고, 시승차가 험하게 다루어진 탓인지 저속에서는 변속 때 약간 거칠게 반응한다. 적은 단수 때문에 고속 주행 때 연비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 있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에서 짐작했듯이 적당히 기분 좋게 달릴 수 있는 특성을 보여주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강력함이 조금 부족하다. 

적당한 힘을 내는 엔진, 힘을 활용하기 좋은 변속기와 더불어 DS3의 재미를 더하는 것은 세련된 몸놀림이다. 지름이 작고 림이 굵은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방향을 바꾼다. 서스펜션도 처음에는 부드럽게 움직임을 받아들이다가 탄탄하게 기울어지는 차체를 받쳐준다. 이런 특징이 빛을 발하는 것은 도심의 거리를 달릴 때다. 지나치게 튀지 않고 차분하게 노면의 충격을 걸러내어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불쾌하지 않다. 물론 속도를 붙일수록 무른 느낌이 강해지지만, 그렇다고 쉽게 차체의 움직임이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코너 한계에서 거슬리지 않게 개입하는 ESP도 작은 차답지 않게 세련된 느낌이다.

브레이크는 물론이고 차의 전반적인 움직임과 승차감은 쫄깃함이 살아 있는 푸조 차와 비슷하다. 굳이 동급 푸조 차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뚜렷하게 선을 그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중저속에서의 연비는 4단 자동변속기가 쓰인 차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296km 거리를 시승하며 트립 컴퓨터로 계산한 실 주행연비는 12.2km/L였다.

시트로엥 DS3은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기에 부담 없는 크기와 승차감, 무난하면서도 생기 있는 달리기 실력을 고루 갖추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DS3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개성 있는 스타일이다. 경쟁 모델들처럼 레트로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최신 유행을 따르면서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차가 나올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색상과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재미있게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예쁜 차가 잘 달리기까지 한다는 의외성을 기대하기에는 강렬함이 부족하다. 물론 잘 달릴 수 있는 기본기는 갖춰져 있고, 가진 능력을 100 퍼센트 활용하면 쏠쏠한 운전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쿠퍼 S나 JCW 버전으로 박력 있는 달리기를 원하는 운전자들까지 만족시키는 미니의 라인업 구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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