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매거진 2013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나온 BMW 중 가장 아름다운 차로 평가되는 328은 작지만 가벼운 차체와 효율적인 엔진으로 당대 유럽 레이스 무대를 주름 잡던 고출력 대형 경주차에 맞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의 결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차체도 이 BMW의 기념비적인 모델을 더욱 빛냈다.

BMW 328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즈음해 첫선을 보여, 이후 몇 년동안 유럽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차 중 하나다. 이 차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BMW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차로 평가되고 있다. 

328의 개발은 1934년에 나온 6기통 스포츠카인 315에서 시작되었다. 직렬 6기통 1.5ℓ 40마력 엔진을 얹은 이 2인승 스포츠카는 뛰어난 성능으로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315에 대한 호평에 고무된 BMW는 2ℓ급 레이스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배기량을 2.0ℓ로 키운 엔진을 얹은 319를 내놓았다. 이 차는 315와 차체는 거의 같으면서 커진 엔진 덕분에 55마력의 최고출력으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두 차에서 가능성을 엿본 BMW는 차체를 키운 326과 327에 319의 엔진을 얹어 내놓았지만 이전 모델만큼 뛰어난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이에 새롭게 설계한 캠샤프트와 밸브를 더하는 등 대대적으로 손질한 새 엔진을 얹어 328이라는 이름의 새 차를 내놓았다. 새 설계 덕분에 직렬 6기통 2.0ℓ OHV 엔진의 최고출력은 327보다 무려 25마력이나 올라간 80마력이 되었다. 변속기는 4단 수동이었고, 최고시속은 150km였다.

1936년 6월 13일에 뉘르부르크링에서 일반에게 처음 공개된 328 로드스터는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아이펠 레이스에서 놀라운 평균 시속을 기록하며 클래스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BMW 328 로드스터는 독일을 대표하는 새로운 스포츠카의 하나로 발돋움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좁은 차체 안에 기계적인 부분을 모두 감춘 매끄러운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특히 차체 일체형 펜더와 헤드램프, 위아래로 길게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고전적인 BMW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기본 보디는 아이제나흐의 BMW 공장에서 만들어졌지만, 개별 구매 고객들은 글래저(Gläser), 벤들러(Wendler), 드라우츠(Drauz) 같은 코치빌더가 고급스럽게 꾸민 보디를 얹었다.

328은 매력적인 디자인뿐 아니라 당대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 여럿 사용되었다. 스윙 액슬 방식 앞 서스펜션은 당시 보기 드문 좌우 독립 구조였고, 뒤 서스펜션에는 세로방향 토션 바가 더해진 라이브 액슬 방식을 썼다. 섀시는 경량화를 위해 파이프 용접 프레임을 썼다. 이후 수퍼레제라(superleggera)라고도 알려진 이 일종의 스페이스 프레임 설계와 가벼운 알루미늄 보디 덕분에 차체 무게는 780kg에 불과했다. 무게중심이 낮고 비틀림 강성이 뛰어난 구조 덕분에 차체가 좁으면서도 접지력은 뛰어났다. 혁신적인 기술과 매력적인 유선형 디자인은 여러 모터스포츠 이벤트에서의 좋은 성적을 후광으로 더욱 빛이 났다. 

328이 양산되어 일반에 판매된 것은 레이스를 통해 데뷔한 이듬해인 1937년부터였는데, 개별적으로 구매해 레이스에 출전한 사람들 역시 뛰어난 성능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328은 경주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개선이 이루어졌다. 변속기와 뒤 차축이 강화된 것을 비롯해 1940년 밀레 밀리아 경주에 쓰인 차에는 강화된 크랭크샤프트와 카운터 웨이트 등으로 보강되었다. 이렇게 개선된 경주차용 엔진은 최고출력이 136마력까지 올라갔다.

BMW 328 (05/2011)

328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레이스 무대였다. 아이펠 경주에서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328은 1940년까지 172개 경주에 출전해 우승컵 141개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가운데에는 1938년 밀레 밀리아 경주 클래스 우승과 1940년에 카로체리아 투링(Touring)이 만든 쿠페 보디의 경주차가 얻은 밀레 밀리아 종합 우승도 포함되어 있다.

BMW 328이 여러 면에서 작고 보잘것없는 제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당대 경쟁했던 차들의 압도적인 모습과 워낙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모터스포츠를 주름 잡던 차들은 실버 애로우(Silver Arrow)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토 우니온의 고성능 차들이었다. 혁신적인 수퍼차저 기술을 더한 강력한 엔진으로 무장한 이 차들은 엄청난 속도로 경주를 지배했지만, 328 로드스터는 780kg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 그리고 80마력에 지나지 않은 2.0ℓ 엔진의 출력만으로도 여러 모터스포츠를 석권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다. 군더더기 없는 설계로 합리적인 고성능을 얻는 방식은 이후 BMW의 전통으로 여겨졌다. 또한 328을 통해 경주에서 얻은 엔진 노하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BMW가 새 모델을 위한 엔진을 개발할 때 반영되어 신세대 BMW의 뿌리가 되었다.

1936년부터 1940년까지 만들어진 BMW 328은 464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차는 BMW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차로 지금까지도 클래식카 마니아에게 사랑받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차는 약 200여 대로, 그 중 상당수는 여전히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