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tage Car] 아우디 A6

[ Gentleman Korea 2013년 9월호 특별부록 ‘Heritage Car’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

어느 브랜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은 중형 세단이다. 한편으로는 브랜드의 상징으로서 기술과 품격에서 최상의 것을 담아내야 하는 대형 세단을 뒷받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소형 세단으로 브랜드에 발을 들여놓은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매력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보편적인 가족용 차는 물론이고 회사의 업무용 차, 택시와 렌터카 등 영업용 차 등 폭넓은 소비자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포용력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프리미엄 중형 세단은 기술적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숙성된 차가 되어야 한다.

아우디에서는 A6이 그런 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대형차의 카리스마를 아랫급 차에 대물림해 나간 메르세데스-벤츠나 소형차의 주행감각으로부터 얻기 시작한 명성을 윗급 차로 전파시킨 BMW와는 달리 아우디는 중형 세단인 A6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A6의 바탕이 된 중형 세단 100은 윗급 모델인 A8과 그 뿌리가 된 V8이 등장하기 전까지 실질적인 브랜드 최상위 모델이었고,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큰 모델이었다. 그처럼 탄탄한 뿌리는 A6을 디자인과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아우디의 대표성을 담은 핵심 모델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로 대변되는 아우디의 구동계 관련 신기술이 승용차에 가장 뚜렷하게 반영된 것도 A6였고, 다른 모델에서 실험적으로 첫 선을 보인 기술들도 A6에서는 가장 안정된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공기역학적인 특성을 고려해 모든 면이 매끈하게 이어진 차체, 앞뒤 도어에 이어 C 필러를 파고든 쿼터 글래스를 더해 세 개의 유리로 독특한 측면 모습을 연출한 것도 A6였다.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아우디의 실내 디자인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때마다 가장 큰 혜택을 본 것도 A6였다.

이처럼 아우디 브랜드 안에서 가장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모델인 만큼, A6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브랜드 철학의 변화를 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 부분적인 것은 물론이고 아우디 설계 철학의 변화까지도 읽을 수 있다. 또한 기술적 변화는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쳐, 싱글 프레임 라디이에이터 그릴, LED 헤드램프와 MMI처럼 기술적 진보가 차의 안팎의 인상을 크게 바꾸어 놓는 사례도 A6의 모델 체인지 과정에서 종종 엿보인다. A6가 새 모델로 탈바꿈할 때마다 아우디의 이미지도 함께 달라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A6의 변화를 살펴보면 아우디 브랜드가 가진 능력과 철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어떻게 진보하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다. 

>> 세대별 특징과 의미

. 1세대(1994~1997)

A6라는 이름이 붙은 첫 모델은 1994년에 선보였지만, 사실 이 차는 1991년에 선보인 4세대 100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탈바꿈한 A4와 A8을 필두로 아우디의 모델 이름 체계가 바뀌면서 100의 이름도 A6로 바뀐 것이다.

아우디 100과 기술적인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분위기도 살짝 바뀌었다. 검은 테두리가 있던 앞뒤 범퍼는 전체가 차체와 같은 색으로 칠해진 매끈한 모습이 되었고,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A8과 닮은꼴로 손질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도 좀 더 스포티하게 다듬어졌다.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이전보다 더욱 공기역학적인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한 아우디의 새로운 패밀리 디자인을 반영한 것으로, 소형차 A4에서 중형차 A6, 대형차 A8에 이르는 모든 세단 라인업이 뚜렷하게 통일된 분위기를 갖게 되었다.

한편 이전 세대부터 쓰이기 시작해 명성을 얻은 콰트로 4륜구동 시스템과 TDI 디젤 엔진이 아우디 중형차에서 처음으로 어우러진 것이 바로 이 모델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와 BMW 5 시리즈의 새 모델이 나왔지만, 반 세대 앞서 나온 모델을 부분 변경한 것에 그쳤으면서도 경쟁력은 충분했다.

. 2세대(1997~2004)

1세대와 달리 2세대 A6은 설계와 디자인을 처음부터 새롭게 만든 차였다. 다소 보수적인 모습과 구조를 지녔던 이전 세대와 달리, 2세대 A6은 현대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앞선 감각의 차’라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기계적 품질과 감성 품질을 모두 높이면서 고급차에 어울리는 꾸밈새와 주행감각을 지니게 되었고, 그 덕분에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나 BMW 5 시리즈보다 조금 뒤처졌던 이미지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또한 아우디 TT 콘셉트카를 통해 새롭게 제시된 디자인 개념의 영향으로 디자인에 약간 전위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 이러한 변화 덕분에 세계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늘어났고,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라인업의 폭도 한층 넓어졌다.

새로운 기술도 구석구석 반영되었다.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인 팁트로닉과 무단변속기(CVT)인 멀티트로닉이 등장했고, 4륜구동 콰트로 모델에도 멀티링크 방식 뒤 서스펜션이 쓰여 주행감각에 세련미가 더해졌다. 기계적인 특성에 의존했던 콰트로 시스템에는 최신 전자장비가 결합되어 뛰어난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파생 모델인 올로드 콰트로와 당대 아우디 라인업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었던 RS6가 더해진 것도 2세대 A6부터였다.

. 3세대(2004~2011)

스타일을 통해 변화를 보여주었던 2세대 A6에 이어, 3세대 A6은 스포티한 색깔이 뚜렷하게 돋보이는 모습으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특히 보닛에서 범퍼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로 아우디의 새로운 얼굴이 만들어졌다. 차체 측면을 길게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이 깊게 새겨진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차체는 이전보다 훨씬 길고 높고 넓어져 윗급인 A8에 버금가는 것은 물론 핵심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처럼 커진 차체 덕분에 실내 공간이 훨씬 넓어졌고,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MI가 도입되면서 대시보드의 형태도 이전 세대까지의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했다.

기술적으로는 A8을 통해 선보였던 설계와 소재를 폭넓게 받아들였다. 차체 구석구석에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부품을 골고루 사용했고, 서스펜션도 대대적으로 손질해 주행감각의 스포티한 색깔과 안정감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르망 레이스 경주 우승으로 성능이 입증된 휘발유 직접분사 기술인 FSI가 적용된 엔진이 선보인 것은 물론, 후기형 모델에서는 콰트로 시스템의 앞뒤 동력배분을 4:6으로 조절하고 전기기계식 파워 스티어링을 사용함으로써 주행감각을 더욱 민첩하게 조율했다.

. 4세대(2011~)

디자인은 이전 세대의 모습을 바탕으로 각과 선을 더욱 부각시켜 강렬한 느낌을 강조하는 정도로 손질했지만, 대대적인 설계와 구조의 변경으로 내실을 다진 것이 현행 4세대 A6이다.

차체 길이는 약간 짧아졌지만 앞뒤 바퀴 사이의 간격인 휠베이스는 훨씬 길어져, 특히 뒷좌석 공간을 중심으로 실내 공간이 한층 넉넉해졌다. 길어진 휠베이스와 더불어 앞 차축이 한층 앞쪽으로 옮겨지고 신기술이 도입된 콰트로 시스템이 반영되면서 주행감각은 과거보다 훨씬 더 스포티하고 민첩해졌다.

특히 세계적인 대세가 된 자동차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중시되는 흐름도 충실하게 따랐다. 경량 소재가 쓰이는 범위를 넓히고 S-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접근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정차 때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가 출발 때 다시 시동을 거는 차의 주행특성을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에 효율 중심의 ‘이피션시’ 모드를 추가하는 등 연료소비와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 다양하게 사용했다.

멀티미디어와 모바일 기능을 적극적으로 강화한 것도 강점이다. A6 역사상 처음으로 램프 전체를 LED로 구성한 헤드램프는 효율과 디자인에 혁신을 가져온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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