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저유가 시대, SUV 새로운 전성기 맞을까?

현대적 SUV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1984년형 지프 체로키

[한국일보 2016년 1월 2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이어진 고유가로 자동차를 가진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으로 단연 연비가 꼽힐 정도였고, 그 덕분에 디젤차와 하이브리드 차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그러다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유가가 뚝 떨어졌다. 자동차 연료비에 포함된 세금 영향으로 하락 폭이 뚜렷하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유가하락이 자동차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양이다.

자동차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생활 깊숙이 자동차가 파고든 미국에서는 유가가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온 사례가 몇 번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석유파동 전후의 흐름이다. 1970년대 초에 있었던 1차 석유파동은 큰 차 중심의 시장에 삽시간에 일본 소형차가 파고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2차 석유파동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는 다시 한 번 몸살을 앓았지만, 학습효과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은 1차 석유파동 때보다는 덜했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의 성장과 맞물려 1980년대 초반의 미국 자동차 시장은 다시금 변화를 맞게 된다. 

이 때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현대적 개념의 SUV였다. 흔히 험한 지형에서 각종 작업과 관리에 쓰는 차라는 인식이 컸던 4륜구동 차에 승용차의 개념을 접목해 도시에서 쓰기에도 편한 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지프 체로키, 포드 익스플로러 등은 현대적 SUV 개념의 선구자로 꼽힌다. 특히 지프 체로키는 SUV의 특징을 지녔으면서도 승용차와 같은 구조의 뼈대로 만들어진 첫 차여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SUV는 비슷한 크기의 보통 승용차에 비하면 크고 무거우며 연료도 많이 소비했지만, 석유파동 때에 비하면 유가가 낮아 소비자들이 큰 부담 없이 사서 몰고 다닐 수 있었다. 이후 10년 이상 미국에서는 SUV가 큰 인기를 누리며 주류 시장에 자리잡았다.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안전성이 낮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시장 흐름은 고유가 시대가 찾아올 때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가시고 유가가 떨어진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한동안 주춤했던 SUV 판매가 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이 줄어들어 SUV 같은 큰 차를 유지하기에도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시장 흐름의 큰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SUV 판매가 늘어나리라고 생각하고 SUV를 적극 알리려고 계획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다. 과거와 달리 환경과 연비 관련 규제가 강화된 탓에 전기차와 같은 무공해 또는 저공해차가 늘고는 있지만, 요즘 같은 저유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SUV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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