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1월 1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린 2016년 한국전자전(KES)에는 낯선 손님이 얼굴을 비추었다. 행사 역사에 처음으로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이 참여한 것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CES(소비자 가전 쇼)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자동차 업계가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과 흐름을 같이하는 행보다. 이 자리에서 한국지엠은 전기차 볼트를 전시하고 2017년 상반기에 우리나라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자전에 전시된 볼트는 올해 국내 판매를 시작한 볼트와는 다른 차다. 한글로는 같게 쓰지만, 영어로는 올해 선보인 차가 V로 시작하고(Volt) 내년에 선보일 차는 B로 시작한다(Bolt). 기술적으로는 이름보다 훨씬 더 차이가 크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구동계로, 올해 선보인 것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PHEV)이고, 내년에 선보일 것은 순수 전기차(EV)다. 아울러, 앞서 선보인 볼트 PHEV는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신형 쉐보레 크루즈에 쓰이는 D2XX 플랫폼을 활용한 중소형급 세단이고, 내년에 나올 볼트 EV는 전용 플랫폼으로 만든 미니밴 형태의 소형 해치백이다.

볼트 EV는 미국에서 테슬라 모델 3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어 이른바 ‘3만 달러 가격대, 200마일 주행거리 전기차’의 양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기준으로 값이 3만 달러대면 전기차 관련 각종 지원을 받아 소비자가 2만 달러대에 차를 구매할 수 있고, 추정 주행거리가 200마일이면 약 320km 정도로 요즘 미국에서 팔리는 여러 전기차의 1.5~2배 정도에 이른다. 값도 비교적 현실적이고 충전에 대한 부담도 적어, 두 차가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만 테슬라 모델 3에 관한 정보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없다. 한 번 충전으로 215마일(약 345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값은 3만 5,000달러부터 시작하며 생산은 2017년 중반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공개된 공식 정보다. 반면 쉐보레 볼트 EV는 올해 말 미국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이미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에너지효율 평가도 받았다. EPA 기준에 따른 볼트 EV의 추산 주행거리는 238마일(약 383km)에 이른다. 값은 3만 7,495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우리나라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행거리 200마일이 넘는 EV가 이들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대다수 EV의 주행거리는 100마일을 밑돈다. 그러나 테슬라는 초기에 내놓은 테슬라 로드스터부터 시작해 간판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도 대부분 주행거리 200마일이 넘는다.
문제는 이들이 보편적인 소비자가 구매하기에는 값이 비싸다는 점이다. 특히 테슬라는 모델마다 배터리 용량을 달리해 값에 차이를 두는 전략을 쓰고 있다. 따라서 배터리 용량이 크고 예상 주행거리가 길수록 값이 비싸진다. 그런 점에서 쉐보레 볼트 EV나 테슬라 모델 3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에 충분한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볼트 EV의 배터리팩 용량은 60kWh로, 차 크기나 장비 차이는 있지만 테슬라 모델 S P60과 같은 수준이면서도 값은 절반에 가깝다.
미국 판매 가격을 고려하면 볼트 EV는 국내에 4,000만 원대에 판매될 듯하다. 테슬라도 이미 국내 진출을 추진하며 온라인 주문을 받고 있어, 국내 판매 및 서비스, 충전망 확충 및 인증절차에 문제가 없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모델 3을 2018년 이후에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EV 중 추산 주행거리가 가장 긴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28kWh 용량 배터리팩을 쓰며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1회 충전으로 191.2km를 달릴 수 있다. 값은 4,000만~4,300만 원(세제혜택 후 기준)이다. 국내에 리프 EV를 팔고 있는 닛산도 차세대 리프 EV는 주행거리 200마일이 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조만간 국내에도 한 번 충전으로 3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EV를 3,000만~4,000만 원대 값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