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2월 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2016 LA 오토쇼가 11월 18일부터 27일까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렸다. LA 오토쇼는 미국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모터쇼 중 하나로, 올해에는 다양한 새차와 더불어 3D 프린트, 하이브리드 및 전기 구동계, 자율주행 관련 신기술 등 최근 자동차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들이 소개되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차 가운데에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자율주행 콘셉트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차는 전기차로 양산되고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자율주행 관련한 기술을 더한 연구 목적의 차로, 현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가 운전에 완전히 개입하지 않을 수 있는 SAE(미국 자동차기술학회) 레벨 4 수준의 고도 자동화 단계를 구현했다고 한다.
이 차에 쓰인 자율주행 관련 기술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라이더(LIDAR)다. 라이더는 빛을 이용해 물체를 감지하고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light detection and ranging)을 뜻한다. 이 기술이 물체 감지와 거리 측정을 하는 수단이 레이저이므로 흔히 레이저 레이더나 3차원 스캐너라고도 한다.

레이더(RADAR)와 비슷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두 장치의 기본 원리는 비슷하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주기적으로 쏘았을 때 물체에 부딪쳐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읽어 물체와의 거리, 움직이는 방향, 높이 등을 확인한다. 라이더는 물체의 물리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자기파 대신 레이저를 쓴다는 것이 레이더와 다르다. 파장이 짧은 레이저를 사용하므로 레이더보다 측정 정밀도와 공간 해상도가 높아, 물체 형태를 빠르게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물체 특성에 따라 레이더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에는 기상관측에 주로 쓰였지만, 다양한 응용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자동차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 쓰인 자동차에서는 주변 물체를 감지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장치를 쓴다. 주로 장거리는 레이더, 단거리는 카메라를 이용하고 차와 아주 가까운 주변은 초음파 센서의 도움을 받는다.
레이더는 멀리 떨어진 물체를 확인하기에는 좋고 주변 밝기나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해상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고, 카메라는 다양한 사물을 인식할 수 있지만 환경이나 날씨에 따라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고 거리를 파악하려면 스테레오 카메라와 별도의 처리기술이 필요하다. 초음파 센서는 다른 장비보다 값이 싸지만 감지 거리가 짧고 물체를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려워 주차할 때와 같은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활용한다. 그러나 라이더는 레이저의 특성상 레이더와 카메라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라이더를 쓴 자동차 회사는 현대가 처음은 아니다. 일부 양산차의 저속 자동 긴급 제동(AEB) 기능, 즉 도심 저속 주행 때 장애물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해 완전히 정지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 중에 라이더 기술이 쓰인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볼보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로, 전방 감지용 라이더를 카메라와 함께 이용한 것으로 이미 2012년부터 쓰이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마즈다 등도 일부 모델에 쓰고 있다.
그러나 실제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차 주변 전체를 감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일찍부터 자율주행차에 전방위 라이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구글이 쓰는 라이더는 64개의 레이저 센서가 분당 900회 회전하며 차 주변 360도 범위를 감지해 실시간으로 3차원 입체 지도로 만든다. 이 입체 지도는 다른 종류의 센서가 감지한 정보와 내비게이션에 연동된 지도 정보를 비교해 주변 상황에 맞춰 차가 달리는 데 필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포드도 올해 초부터 실제 도로 주행 시험에 투입한 퓨전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차에 라이더 기술을 적용했다. 퓨전 하이브리드 자율주행차에 쓰인 라이더는 센서 크기가 하키 퍽 정도로 작고 감지 범위도 200m 이내로 비교적 넓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포장도로는 물론 비포장도로를 비롯한 오프로드 주행 조건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에도 라이더 센서가 포함된다.
다만 라이더는 일부 업체가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값이 비싸고, 자동차용 제품은 아직 초기 단계에서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 구글이 시험용 자율주행 차에 쓰고 있는 라이더는 대당 제작비 15만 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7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 알리고 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는 라이더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앞으로 나올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라이더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최근 들어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두고 여러 업체가 뛰어들어 다양한 종류의 라이더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전보다 작고 저렴한 반도체 라이더(Solid-state LIDAR)가 등장하는 등 기술 개발과 가격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