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2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는 오토 상하이 2017이 한창 열리고 있다. 오토 상하이 2017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베이징과 번갈아 격년으로 열리는 최대 규모의 모터쇼 중 하나다. 이번 모터쇼에는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형제 브랜드인 스코다가 각각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세 브랜드가 내놓은 전기차는 같은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각 브랜드 여건과 특성에 맞춰 변화를 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세부 디자인은 달라도 전체적으로는 모두 SUV이면서도 날렵한 4도어 쿠페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

각 회사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폭스바겐은 전기 콘셉트카 I.D. 크로즈(Crozz) 역시 ‘쿠페의 역동성과 SUV의 존재감을 융합한 차’라고 주장한다. 스코다 비전(Vision) E 콘셉트카는 ‘감정을 자극하는 SUV 쿠페’로 표현되어 있다. 아우디는 모델 이름부터 e-트론 스포트백(Sportback)이다. 스포트백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는 아우디 고유의 표현으로, 해치백과 왜건의 중간 형태의 차에 스포트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와 더불어 ‘쿠페 디자인’을 강조하며 자사 4도어 쿠페와의 공통점으로 옆모습을 지적한다.

By Kozuch – Own work (Own photo), CC BY-SA 3.0

자동차 애호가들이 대부분 알고 있듯, 쿠페(coupe)는 일반적으로 도어가 두 개이고 실내에 두 명 또는 네 명이 탈 수 있는 형태인 승용차를 말한다. 이와 같은 쿠페의 특징은 마차 시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주요 영어사전에서도 그 유래를 알 수 있다. Dictionary.com에서는 1825~35년 이전에 프랑스어 쿠페(coupé)에서 나온 말로, 단축형 마차(carrosse coupé)를 줄인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Dictionary.com Unabridged.). 그리고 탑승자 두 명과 마부가 타는 바퀴가 네 개 달린 상자형 마차(Oxford Pocket Dictionary of Current English), 바퀴가 네 개이고 두 사람이 안에 타고 앞쪽 바깥 좌석에 마부가 타는 말이 끄는 폐쇄형 마차(Merriam-Webster)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인 마차와는 달리 두 명만 탈 수 있는 실내공간에 양쪽으로 문이 나 있는 차체를 갖춘 것이 쿠페였던 것이다.

자동차로 넘어와서는 보통 4도어 세단을 바탕으로 길이를 줄이거나 길이는 그대로 둔 채 도어만 두 개로 줄인 형태인 것이 많고, 특별한 경우에는 세단과는 상관없이 쿠페 형태로만 만들어지는 차들도 있다. 이와 같은 통념상의 정의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정한 국제표준인 ISO 3833:1977 ‘도로용 차량 – 유형(Road vehicles – Type)’에도 비슷하게 반영되어 있다. 즉 쿠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로 2도어 차를 가리키는 이름이고, 따라서 4도어 쿠페라는 표현은 그와 같은 전통적 개념과는 맞지 않는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 포르쉐 파나메라, 애스턴 마틴 라피드 등 스포티한 디자인의 세단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쏟어져 나오면서 4도어 쿠페라는 표현이 새롭게 등장했다. 차의 장르에 관한 새로운 표현들은 대부분 과거에 없던 형태이거나 일반적인 형태를 변형시키면서 만들어진다. 대개는 자동차 회사들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소비자가 이전과는 다른 장르의 차로 인식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마케팅 차원에서 그런 표현을 만들어낸다. 

CLS-클래스를 선보이며 처음 4도어 쿠페라는 표현을 내놓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 전통적으로는 4도어 세단에 해당하지만, 바탕이 된 E-클래스와 다른 차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4도어 세단에 쿠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동기는 디자인이었다. 그동안 스포츠카나 스포티한 성격의 차들은 주로 쿠페 형태로 나왔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쿠페의 디자인이나 이미지가 곧 스포티한 것으로 각인되었고,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은 그와 같은 쿠페의 외형적 특성을 다른 장르의 차에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포티한 이미지를 입힌 것이다. 

불과 10여 년 사이에 4도어 쿠페가 자동차 모델에서 차지하는 몫은 상당히 커졌다. 지금은 앞서 이야기한 전기 콘셉트카에서도 알 수 있듯, 스포티한 스타일의 SUV에도 4도어 쿠페라는 표현이 흔히 쓰일 정도가 되었다. 기능적 특성이 구분의 기준이 되었던 쿠페가 이제는 관능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이름이 된 셈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시대가 ‘형태는 감정을 따른다(Form follows emotion)’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이처럼 쿠페라는 표현의 쓰임새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