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3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국토교통부는 4월 26일에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제작결함 청문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 현대기아차 내부제보자가 차량결함을 신고했고, 그와 관련한 조사 결과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 5건에 관해 리콜을 권고했으나 현대기아차가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데 따른 조치다. 제작결함시정 제도는 흔히 리콜(Recall)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리콜 제도는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일은 제도가 시작된 후 제작사가 정부 권고를 거부한 첫 사례다.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현대기아차에 리콜을 권고한 것은 모두 5건의 차량결함에 대한 것이다. 해당 사항은 아반떼 등 3차종 진공파이프 손상 현상, 모하비 허브 너트 풀림 현상, 제네시스 및 에쿠스 캐니스터 통기저항 과다, 싼타페 등 5차종 R 엔진 연료호스 손상 현상, 소나타 등 3차종 주차브레이크 경고등 미점등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기술조사와 2차례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사항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해당하여 리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리콜은 대부분 자동차관리법과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루어진다. 해당 법규의 적용대상이 되는 리콜 관련 사항은 자동차관리법은 국토교통부, 대기환경보전법은 환경부가 맡는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또는 자동차 부품이 자동차안전기준 또는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때(자동차관리법 제31조 1항), 대기환경보전법에서는 배출가스관련부품이 정상적인 성능을 유지하지 않을 때(대기환경보전법 제52조 1~3항) 자동차제작자에게 결함 시정을 요구하거나 명령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법규를 바탕으로 판단하면, 이번 국토교통부의 리콜 권고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에 해당한다는 것은 해당 결함이 자동차안전기준이나 부품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아서 생긴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적법한 조사결과에 따라 법으로 정해놓은 리콜 요건을 갖춰 이루어진 권고를 현대기아차가 수용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리콜을 권고한 사항들은 해당 부품에 문제가 생길 때 주행 중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준다’는 국토교통부의 조사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보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리콜은 흔히 자발적 리콜과 강제적 리콜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자발적 리콜은 제작사가 자진해서 결함을 시정하는 것, 강제적 리콜은 정부가 결함시정을 제작사에게 명령하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번 일은 정부가 강제적 리콜을 명령하기 전에 이루어지는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함시정명령을 내리기 전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제작사의 의견 제시와 청문의 기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이의 제기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5월 8일에 청문회를 열고 현대기아차의 의견을 듣는 한편,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의 자문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제작결함시정 명령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절차는 모두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청문회가 끝나고 정부의 최종판단이 ‘제작결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내려지면 리콜은 이루어지지 않고, ‘제작결함에 해당한다’고 내려지면 강제 리콜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번 일의 주무관청은 국토교통부이므로,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제작사는 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작결함 시정조치 계획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한편, 해당 자동차 소유자에게는 우편으로 통지하고 서울에서 발행되어 전국에 배포되는 1개 이상의 일간신문에 공고해야 한다. 또한, 1년 6개월 이상으로 정해진 시정기간에 분기마다 진행 상황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나 소비자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현대기아차의 대응이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만 놓고 본다면 현대기아차의 리콜 권고 거부는 리콜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전례가 없을 뿐이다.
리콜은 원래 소환, 회수 등의 뜻을 담고 있지만, 자동차에서의 리콜은 제품을 회수한 뒤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 다시 소비자에게 넘겨주는 과정을 포함한다. 따라서 리콜을 하려면 제작사에서는 결함의 내용과 성격, 원인, 영향을 파악하고 해결방법까지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41조 1항에 명시된 시정조치계획이 담고 있는 내용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제작사 내부에서는 그밖에도 리콜과 관련한 비용과 절차 등 제반 사항을 계획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처럼 정해진 기간 안에 리콜과 관련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법규를 위반하게 되므로, 짧은 시간에 시정조치계획을 세우거나 해결이 어려운 사항은 제조사에서 의도적으로 리콜을 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