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5월 2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기아자동차가 5월 23일 공식 출시 행사를 통해 새 모델 스팅어를 발표했다. 스팅어는 1998년에 기아차가 현대자동차그룹의 일원이 된 뒤, K9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뒷바퀴굴림 방식 세단이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이라며 고성능 세단의 기본에 충실한 차를 만들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보도자료에서는 플랫폼, 파워트레인, 섀시 등 고성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공을 들였음을 알리고 있는데,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구조용 접착제를 폭넓게 썼다는 부분이다. 기아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팅어에 쓰인 구조용 접착제 사용 부위의 길이는 173m에 이르며, 그에 따라 차체 결합력이 강화되어 동급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을 확보했다고 한다. 

구조용 접착제도 일반 접착제처럼 물체와 물체를 서로 붙이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일반 접착제보다 훨씬 더 큰 무게나 힘, 충격을 지탱할 수 있도록 특별하게 만들어진다. 쓰이는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혹한 환경에서도 접착 상태를 유지하도록 높은 열과 습도, 화학적인 자극에도 견디는 특성이 더해지기도 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쓰여 왔고, 자동차 분야에서는 21세기 들어 점차 사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 구조용 접착제가 점점 더 널리 쓰이고 있는 이유는 역시 여러 장점 때문이다. 특히 연료소비와 배출가스를 줄려는 목적으로 경량화가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소재를 쓰게 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 차체 구조는 그동안 강판을 스폿 용접(점 용접)으로 결합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알루미늄 합금 등 다른 소재로 만든 부품은 강판과 용접으로 결합할 수 없어, 구멍을 뚫고 볼트나 리벳으로 결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부품을 튼튼하게 결합하기 위해 볼트나 리벳을 많이 쓰면 그만큼 무게가 늘어나고, 충격이나 진동이 구멍에 집중되어 소재에 무리가 가기 쉽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등장한 중 하나가 구조용 접착제를 쓰는 것이다.

구조용 접착제는 소재 종류나 겉모습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다. 특히 구멍을 뚫는 등 따로 가공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구멍을 뚫을 수 없거나 뚫기 어려운 소재라도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또한, 결합하는 부분이 볼트나 리벳처럼 한 곳에 집중되지 않으므로 충격이나 진동이 접착면 전체로 분산된다. 따라서 결합 부분의 내구성은 물론 차체 강도가 높아져 주행특성과 충돌안전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접착제가 진동을 어느 정도 흡수해 NVH(소음, 진동, 불쾌감) 특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대 들어 새차를 발표할 때마다 보도자료에 구조용 접착제 사용에 관한 내용을 빠짐없이 넣고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양산차에 구조용 접착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이르지만, 이전 세대 모델보다 사용 범위를 크게 늘리면서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던 구조용 접착제 사용 길이는 지난 1월 발표한 올 뉴 모닝(67m)을 제외하면 2013년에 나온 2세대 제네시스 이후로 대부분 100m 이상 쓰이고 있다. 보도자료에서는 구조용 접착제 사용이 주로 차체 강성 확보를 위한 수단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스팅어 발표와 함께 배포된 보도자료에도 차체 결합력 강화를 통해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용 접착제를 폭넓게 썼다고 되어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여러 장점이 자동차의 구조적 특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특성 이외에도 자동차 제조업체가 구조용 접착제 사용을 늘리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시간 및 비용 절감을 통해 생산 효율 향상과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볼트나 리벳을 이용한 결합에 비해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하면 공정 단계가 크게 줄고,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면 작업 시간도 짧다. 또한, 부분적으로 스폿 용접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용도로 쓸 수 있으므로 용접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료비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처럼 구조용 접착제 사용은 생산 단계 전반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제품 특성의 개선을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있지만, 제조업체 관점에서도 이익이기 때문에 구조용 접착제가 환영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용 접착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접착제가 견딜 수 있는 온도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구조용 접착제의 내열내냉 한계는 약 영상 200도에서 영하 40도 정도다. 일반적인 승용차 사용 조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 극한 조건에서는 결합부분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접착한 부분의 교정이나 분리가 어려워 사고 수리 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아울러 제조 공정에서는 일부 접착제에 쓰이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특별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구조용 접착제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무게를 상쇄하도록 차체 구조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고, 높은 열을 내는 엔진이 사라지면서 접착제 사용 제약조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나온 제품의 단점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어, 구조용 접착제 사용은 더 늘어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