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1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돌아오는 주말 즉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르망에서는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열린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1923년에 시작되어 현재 열리고 있는 내구 레이스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내구 레이스는 세계의 많은 애호가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국내에서는 지명도나 이해도 모두 극과 극으로 갈리는 모터스포츠 장르 중 하나다.

내구 레이스는 일반적으로 경주차와 경주차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한편, 참가자들의 지구력도 함께 시험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전용 경주장(서킷)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는 서킷을 도는 횟수를 정하고 가장 먼저 정해진 횟수를 채워 결승선을 통과하는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열린다. 그러나 내구 레이스는 정해진 주행거리를 가장 먼저 채우거나 정해진 시간에 전체 주행거리가 가장 긴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한다. 대회 규정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3시간 이상 치러지는 것이 많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말 그대로 24시간 동안 경기가 치러진다. 프랑스 현지 기준으로 결승이 토요일 오후 3시에 시작해 일요일 오후 3시에 끝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내구 레이스로는 르망 24시간을 비롯해 1962년 시작된 데이토나 24시간, 1950년에 시작된 세브링 12시간 등이 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1923년에 처음 열렸고,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잠시 중단되었다 재개되어 올해 대회가 제85회에 해당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메이커와 한국인 운전자가 출전해 화제가 되고 있는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는 2006년에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1953년부터 시작된 뉘르부르크링 1,000km 레이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대회로 여겨지고 있다.

과거 일반 도로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 즉 로드 레이스가 한창 인기를 끌 때에는 타르가 플로리오,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밀레 밀리아 등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밀레 밀리아는 총 주행거리가 약 1,000km에 이르러 가장 가혹하고 위험한 레이스 중 하나로 꼽혔다. 이들 장거리 로드 레이스는 몇 차례 대형 인명사고가 난 뒤로 대부분 폐지되었고, 지금은 인기 있었던 시절을 기념하는 행사로서 명맥을 잇고 있다. 또한, 관점에 따라서는 다카르 랠리와 같은 장거리 비포장 도로 경주도 내구 레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카르 랠리는 경기 구간과 이동 구간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 경기 기간이 2주 전후로 무척 길다.

르망 24시간 레이스의 경우 우승차 기준 총 주행거리가 5,000km 안팎이고,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몇 되지 않는 내구 레이스인 상하이 6시간도 총 주행거리가 1,000km를 넘는다. 지난해에는 포르쉐 팀의 919 하이브리드 경주차가 한 바퀴 13.629km인 코스를 384바퀴 돌아 총 주행거리 5,233.53km를 기록했다. 총 주행거리를 24시간으로 나누면 평균 시속 218.06km로 달린 셈이다. 그러나 경주 중 운전자 교체와 연료보급, 정비, 사고 등 돌발사태에 따른 저속주행 조건 등이 평균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실제 주행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그래서 운전자의 피로 때문에 생기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한 대의 경주차를 두세 명의 운전자가 반드시 번갈아 몰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경주가 많다. 르망 24시간에서는 운전자 한 명이 총 14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다. 그러나 교대할 수 있는 운전자와 달리 경주차는 경주 도중 바꿀 수 없으므로, 경주가 치러지는 시간 내내 급가속과 급감속, 커브에서 옆 방향으로 가해지는 가속도 등 극한 조건에 긴 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중도 포기를 하지 않는 한, 경주차가 그런 극한 조건을 이기고 완주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은 ‘힘 좋고 오래 가는’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무대 역할을 하는 것이 내구 레이스다.

최근 열리는 내구 레이스가 실제 차나 부품의 내구성을 시험하기보다는 자동차 또는 부품 업체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적극 활용할 뿐, 내구 레이스의 근본적 의미와 성격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다른 내구 레이스뿐 아니라 다른 여러 장르의 모터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높은 수준의 모터스포츠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투입되는 비용과 거둘 수 있는 효과를 놓고 늘 저울질을 한다. 2000년대 들어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맹주 역할을 했던 아우디가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손을 뗀 것도 그런 저울질의 결과다.

올해 르망 24시간 레이스에는 총 60대의 경주차가 출발선에 선다. 최상위 등급인 LMP1에서는 포르쉐와 토요타 경주차가 격돌하고, 일반 스포츠카를 개조해 출전하는 GTE 등급에서는 페라리, 포르쉐, 애스턴 마틴, 쉐보레, 포드가 각축전을 벌인다. 누가 가혹한 경주에서 살아남고 누가 우승을 거두느냐에 관계없이, 한계에 도전하는 모든 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