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26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페라리는 지난 6월 23일 자사의 3.9리터 트윈 터보 V8 엔진이 ‘2017 올해의 엔진상’에서 고성능 엔진(Performance Engine) 및 배기량 3~4리터 부문과 함께 올해의 엔진 대상(Overall Engine of the Year Award)에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엔진은 현재 판매 중인 488 GTB와 488 스파이더에 쓰이는 것으로, 배기량 3,902cc에 최고출력 670마력의 성능을 낸다. 그와 더불어 이번 올해의 엔진에서 페라리는 F12, F12 tdf에 쓰이는 6.3리터 V12 엔진이 배기량 4리터 이상 부문에서도 수상했다. 해당 엔진은 같은 부문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013년 이후 세 번째로 수상한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 두 종류의 페라리 엔진이 수상한 올해의 엔진상(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은 1999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19번째를 맞는 행사다.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엔진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Engine Technology International)이라는 잡지로, 영국에 본사를 둔 미디어 그룹인 UKi 미디어 앤 이벤츠(UKi Media & Events)가 발행하는 여러 자동차 기술 전문지 중 하나다. 특정 매체가 주관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나 판매사로부터 광고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선정에 세계 각국 자동차 관련 저널리스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에는 31개국 58명의 저널리스트가 참여했다. 이 행사는 배기량을 중심으로 친환경성, 성능 등 몇 가지 부문으로 나누어 각 부문별 최우수 엔진과 종합 최우수 엔진을 선정한다. 심사위원은 총 25점 이내에서 여러 후보 엔진에 점수를 나누어 주고, 전체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엔진이 수상 엔진으로 결정된다. 평가 항목은 연비, 성능, 소음, 작동특성 등 엔진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요소들이 모두 포함된다. 아울러 후보 엔진 선정은 판매 시점이 핵심 기준이어서 대상의 폭이 상당히 넓다.

올해의 엔진상과 더불어 자동차 관련 매체와 업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비슷한 성격의 행사로 미국 자동차 업계 전문매체 워즈오토(Wardsauto.com)가 매년 선정하는 10대 최우수 엔진(10 Best Engines)이 있다. 1994년부터 시작한 워즈오토 10대 최우수 엔진은 후보 자격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일반 양산차에 쓰이는 것으로 한정되는 미국 중심의 행사다. 또한, 해당 엔진이 쓰인 차의 기본 판매 가격에 상한선을 두어, 고가의 고급차에 쓰이는 엔진은 자동으로 대상에서 제외된다. 2015년 이후 가격 상한선은 6만 달러(약 6,830만 원)를 넘어서 올해에는 6만 2,000달러(약 7,060만 원)다. 한편으로는 다른 기관이나 매체의 관여를 배제하고 워즈오토 에디터들만 평가에 참여하는 폐쇄적 행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2개월에 걸쳐 다양한 환경에서 시승과 시험을 거쳐 엔진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에 전문성 면에서 인지도가 높다.

역사가 20여 년에 이르는 두 행사는 모두 오랫동안 자동차의 핵심 동력원으로 쓰인 엔진 즉 내연기관의 우수성을 가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엔진에 쓰인 기술의 혁신성과 효과, 성능과 효율 등 엔진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해 왔다. 따라서 그동안 좋은 평가를 얻은 엔진은 고성능 차에 쓰인 고성능 엔진이나 성능과 효율의 균형을 잘 맞춘 엔진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엔진 관련 상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의 엔진 상에서도 페라리의 고성능 엔진이 대상을 받았지만, 이는 단순히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라 기술 혁신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또한, 올해에는 100퍼센트 전기 동력원으로만 달리는 전기 파워트레인 부문이 신설되어 6개 후보 중 테슬라 모델 S와 모델 X의 것이 최우수 파워트레인으로 선정되었다.

올해 초 발표된 워즈오토 10대 최우수 엔진에서도 BMW M240i의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 포드 포커스 RS의 2.3리터 터보 엔진, 볼보 V60 폴스타의 2.0리터 터보/슈퍼차저 엔진 등 고성능 엔진도 뽑혔지만, 쉐보레 볼트와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하이브리드의 PHEV 파워트레인,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포함되었다. 자동차 동력원의 전동화 등 자동차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흐름이 평가 기준은 물론 평가 자체를 바꾸고 있음이 수상 결과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 구동계가 모든 자동차에 쓰이기 전까지는 내연기관에도 꾸준히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고 첨단 기술이 반영될 것이다. 다만 자동차에 쓰이는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만큼 내연기관의 종류와 수가 점점 들어질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흐름에 맞춰 달라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엔진 관련 상의 평가 기준과 방법이 더 빠른 속도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