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의 차 수입 판매, 한계를 넘어서야 성공한다

[ 2017년 7월 3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7월 26일 르노삼성은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뉴 QM3를 공개했다. QM3은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CUV 유행을 이끈 모델 중 하나이면서, 국내 브랜드로 팔리면서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차이기도 하다. 국내 브랜드가 외국에서 생산된 차를 수입 판매한 사례는 이미 여럿 있었지만 르노삼성은 QM3이 처음이었다. 이전 QM3의 안팎을 손질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QM3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 생산되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차다. 르노삼성은 9월 말쯤 출시할 예정인 소형 해치백 클리오도 같은 방식으로 수입해 팔 예정이다. 클리오는 프랑스와 터키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그 중 터키 부르사 공장 생산분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능력과는 관계없이, 자동차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 종류를 늘리기는 무척 어렵다. 제품 하나를 늘리는 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처럼 현대기아차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이 매우 크고 확고한 시장에서는 새 모델을 내놓을 때의 위험부담이 크다. 판매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되어야 공장에서 차를 만들어서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델 수를 적게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웬만큼 다양한 모델을 갖춰 놓아야 전체적 수익성의 균형을 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델 종류는 다양화해야겠는데 국내 생산 모델을 늘리기 어려운 외국계 업체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수입 판매다.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의 새차 수입 판매는 꽤 복잡한 과정과 절차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 역학관계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와는 다른 성격의 어려움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어려움과 한계 때문에 성공사례는 흔치 않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지엠대우가 수입 판매했던 차들은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단명했다. 현재 팔리고 있는 모델 가운데에는 쉐보레 카마로, 르노삼성 QM3이 그나마 비교적 국내 시장에 잘 안착한 편이다.

국내 생산 모델이냐 수입 모델이냐를 떠나서, 분명한 사실은 국내에서 잘 팔리려면 철저하게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값이다. 요즘 국내에 들어오는 국내 브랜드 수입차는 대부분 원산지가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나라여서, 관세가 면제되거나 아주 낮은 수준이다. 수입 원가 면에서는 같은 급인 국내 생산 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완성차 운송은 물론 그와 관련한 제반 비용, 서비스에 필요한 부품 수입 및 공급에 필요한 비용 등 차를 수입해 파는 과정에서 줄일 수 없는 비용도 있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한-EU FTA 영향으로 초기보다 지금은 값이 많이 내려갔지만, QM3이 초기에 유럽보다는 싸지만 국내에서는 차급에 비해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값이 비싸다면 비싼 값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어야 설득력이 생긴다. 즉 시장마다 다른, 소비자가 중요시하는 가치 판단 요소들을 잘 갖춰야 한다. QM3은 원래 유럽 시장 중심으로 개발된 차인만큼 르노 차, 나아가 프랑스 차 특유의 꾸밈새와 특징들 중에는 국내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투박한 스위치류를 비롯해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내장재 재질이나 부실한 컵홀더와 조작하기 불편한 등받이 각도 조절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사소한 부분이기는 해도 이미 국산차의 편안함과 편리함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보기에는 차의 전체적 이미지를 흐리는 요소들이었다. 

그나마 QM3이 초기에 예상 밖으로 판매가 잘 된 이유 중에는 ‘국산차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가 뒷받침하는 수입차’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출시 당시만 해도 국내에 흔치 않은 장르였다는 점이다. 소형 CUV 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리고 이미 QM3을 접한 사람들의 경험이 전파되어 소비자들이 장단점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불만 요소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초기에 소비자들이 보여준 관심과 호응을 오래 이어나가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요소들이 ‘수입차’라는 성격이 갖는 QM3의 추상적 장점이 많이 희석되고 단점은 두드러지는 데 영향을 주었다. 초기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판매가 일정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그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새로 업그레이드된 뉴 QM3에서는 그런 사소하게 아쉬운 부분들이 여러 곳 개선된 모습이 보이지만, 여전히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측면도 남아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클리오가 QM3이 겪어온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면 소비자들이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국내 브랜드 수입 모델의 복잡한 속사정을 알면 가격이나 상품성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설명과 이해는 산업 차원에서 이루어질 성격의 것들이다. 해당 브랜드의 열렬한 팬이라면 모를까, 보편적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QM3과 클리오를 통해 르노삼성의 예를 들었지만,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르노삼성보다 일찍 수입판매의 명암을 경험하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임팔라 같은 차를 보면 근본적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서 완전히 한국 시장만을 위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많이 팔기 위한 기본자세는 최대한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다. 본사와의 협상력을 키워서, 수입 모델의 한계 안에서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만족할 수 있도록 만든 차를 가져오는 것이 업체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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