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기술의 현재와 미래

[ KAMA(한국자동차산업협회) 웹저널 2017년 9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세계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약 75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보다 약 40퍼센트 늘어난 것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50퍼센트 아래로 내려갔지만 연간 등록 기준으로는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등록된 것이 약 33만 6,000대로, 두 번째로 많이 등록된 미국(약 16만 대)의 두 배 이상이었다. 아울러 2016년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수는 약 200만 대로, 그 가운데 순수 배터리 전기차는 120만 대를 넘긴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와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IEA는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등록수가 2016년의 28배인 5억 6,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곳도 있지만, 여러 시장조사 기관과 컨설팅 업체가 잇따라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서 2040년까지 세계 신차 판매 대다수를 전기차가 채워 전체 승용차 및 소형 상용차의 33퍼센트를 차지하고, 누적 판매량은 5억 3,000만 대에 이르리라고 전망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놓은 자료는 흥미롭다. OPEC은 2016년에 내놓은 자료에서 2040년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수가 약 2억 6,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5년 자료에서 전망한 약 4,600만 대의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OPEC이 주요 석유 생산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만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전망이다. 세계적 규모의 주요 석유 업체도 대부분 2030년부터 2035년 사이에 최소 1억 대의 전기차가 세계에 보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보급 속도에 가속이 붙으리라는 예측의 배경에는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 하락과 에너지 밀도 증대, 공급 증가가 있다. 미국 에너지성(DOE)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배터리 전력량당 비용은 약 760달러/kWh에서 270달러/kWh로 크게 낮아졌고 2022년을 전후로 100~120달러/kWh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에너지 밀도는 2015년을 기준으로 2010년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는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담을 수 있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배터리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업체 중 하나인 테슬라는 이와 같은 흐름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는 2018년까지 기가팩토리에서 연간 35GWh 규모로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 바 있다. 이는 50kWh 배터리팩 기준으로는 70만 개, 100kWh 배터리팩 기준으로는 35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와 같은 대량 생산을 통해 배터리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팩 값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테슬라의 복안이다. 또한, 테슬라는 올해 7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모델 3부터 새로운 셀로 구성된 배터리팩을 쓴다. 앞서 선보인 모델 S와 모델 X의 배터리팩에는 범용 18650 규격 셀을 썼지만, 모델 3의 배터리팩에는 2170 규격 셀을 쓴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공동 개발한 2170 셀은 지름 21mm, 길이 70mm인 원통형으로, 테슬라 CEO 일런 머스크는 이 셀을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가장 저렴하다’고 밝혔다. 모델 3 기본 모델에 쓰이는 배터리팩은 충전 전력량이 50kWh로, 최대 220마일(약 354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뿐 아니라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여러 업체와 전기차 관련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선 테슬라의 기가팩토리처럼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이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도 10개 이상의 기가팩토리급 배터리 생산 공장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한 기사에서 전 세계 연간 전기차용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현재 125GWh에서 2020년까지 250kWh로 늘어날 것이며, 2037년에는 2020년의 열 배로 늘어나리라고 전망했다. 

배터리가 뒷받침되면서 여러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으며, 올해부터 2020년 사이가 전기차 대중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 3과 더불어 최대 주행거리 200마일(약 322km)이 넘으면서 미국 시장 기준으로 3만 달러대로 살 수 있는, 비교적 현실적인 값과 주행 거리, 실용성을 갖춘 모델들이 이미 판매되고 있거나 곧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쉐보레 볼트 EV

국내에도 판매된 쉐보레 볼트 EV는 60kWh 배터리팩으로 미국 EPA 인증 기준 최대 238마일(약 383km)을 달릴 수 있고, 오는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데뷔할 예정인 2세대 닛산 리프 역시 60kWh 배터리팩을 쓰고 최대 주행거리가 200마일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게이트 이후 전동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폭스바겐은 내년에 실 주행거리 300km에 이르는 e-골프를 내놓는다.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빌트는 2019년에 선보일 예정인 8세대 골프의 전기차 버전은 48kWh 배터리팩을 얹어 유럽(NEDC) 기준 420km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대는 현재 28kWh 배터리로 최대 191km 주행이 가능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를 320km 이상으로 늘린 버전을 2018년에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고, 비슷한 시기에 발표할 코나 EV 역시 최대 390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전기차 개발 흐름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대중차 브랜드에 비해 판매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경제성 확보에 유리한 덕분에, 2015년 전후로 앞다투어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모델 출시를 선언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2018년 이후 다양한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다. 

재규어 I-페이스

첫 주자로 나선 것은 재규어로, 2018년 하반기에 내놓을 I-페이스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90kWh 배터리와 최고출력 400마력 전기 모터를 갖추고 유럽(NEDC) 기준 주행거리 최대 500km 및 0→시속 100km 가속 약 4초의 성능을 내세운다. 독립된 전기차 브랜드 EQ를 출범한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열 개의 전기차를 내놓고 전체 판매의 15~25퍼센트를 전기차가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 선보인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첫 양산 모델은 2020년 이전에 출시할 계획이다.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미션 E 콘셉트카 바탕의 양산차를 2019년에 출시할 예정인 포르쉐 역시 2023년까지 브랜드 전체 생산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아우디는 e-트론 콰트로 SUV와 e-트론 스포트백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SUV형 전기차를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선보일 예정이고, BMW도 2020년 이전에 X3 전기차를 시작으로 X4와 7세대 3 시리즈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는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브랜드도 차츰 발을 들여놓고 있다. 2019년부터 전동화된 파워트레인을 쓴 차를 내놓기로 한 볼보는 앞으로 전동화가 진행되면 내연기관만 쓰는 차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볼보는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폭스바겐 I.D. 시리즈 콘셉트카

디젤게이트 이후 빠르게 전동화 대열에 동참한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인 I.D. 시리즈가 MEB 플랫폼을 쓴 폭스바겐의 첫 모델이 될 예정이다. 2020년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첫 모델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SUV 스타일인 I.D. 크로스, 미니밴 스타일인 I.D. 버즈의 양산이 뒤를 잇는 것으로 확정되었다.

PSA의 프리미엄 브랜드 DS도 2019년 봄에 DS 7 크로스백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인 E-텐스를 시작으로 매년 전동화된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고, 혼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 3분의 2를 전동화 모델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그동안 주력했던 연료전지차(FCEV)와 함께 배터리 전기차 개발도 강화한다고 한다.

한동안 빠르게 높아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셀 단가, 앞으로 몇 년 안에 크게 늘어날 배터리 공급량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미래를 밝게 그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 세계 각국 정부가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한 것도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가 대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전기 공급 및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공급에 대한 불안과 배터리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기타 환경오염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을 대체할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 전기차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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