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의 미래, 아직은 알 수 없다

[ 2018년 2월 1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현대자동차는 2월 5일에 언론을 대상으로 2세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인 넥쏘를 소개하고 시승하는 행사를 열었다. 현대는 이미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실물이 처음 공개된 데 이어 수소하우스를 통해서도 소개되었고, 특히 올해 1월에 미국에서 열린 가전쇼 CES에 다시 양산이 임박한 버전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 열린 행사에는 모델과 장비 구성을 비롯한 구체적 자료가 함께 공개되면서 본격 출시가 가까워졌음을 내비쳤다.

시승에 앞서 열린 언론대상 설명회에서는 현대차 임원들이 나와 차에 관한 구체적 내용과 더불어 충전 인프라 등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를 둘러싼 지금의 환경이 발전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이광국 부사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열두 곳이 운영되고 있는 충전소 중 절반 이상이 연구용 시설이어서 일반인 이용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올해 말까지 충전소가 서른여섯 곳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현재 일본이 갖추고 있는 100곳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밖에 설명 내용을 종합해 보면,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라는 개별 하드웨어는 현대차가 만들었으니 수소 공급 관련 인프라는 정부 등 다른 이들에게 공을 넘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이듯, 수소 공급망을 갖추는 것은 연구나 시험용이 아닌 이상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회사의 몫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나 관련기업 및 단체가 그리 적극적으로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표면적으로 친환경 특성이 우수한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의 보급을 지원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할지는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 초반에도 업계의 요구는 비슷했다. ‘전기차는 우리가 개발하니, 충전설비 확대는 정부가 책임져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미 전기는 다양한 발전소를 통해 만들어져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반면, 수소 관련 인프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대규모로 확대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시장 확대 속도와 규모 즉 언제쯤 얼마나 많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가 얼마나 빠른 시기에 얼마나 많이 보급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정부나 제조업체 모두 나름의 복안이나 대안을 내놓기 망설이게 되는 중요한 이유다. 정부나 기업이 예산을 확보하려면 납득할 만한 근거나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오는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른바 수소사회를 구축하겠다고 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에너지 불안의 해소라는 명분이 있었다. 일본은 2011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관련 정책을 크게 바꾸었다.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잠재적 위험성을 의식해, 원자력을 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2014년에 일본 정부는  2014년에 ‘수소사회 실현’을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즉 수소를 미래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사회적으로 그와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향을 정리해 내놓은 것이다. 당장 원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절박함이 수소 활용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게 된 명분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절박한 명분이 될 만한 것이 없다. 아무도 절박하지 않으니 일이 제대로 진행될 턱이 없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가 어느 정도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소비자가 내연기관차를 대신해 구매하기에 충분한 명분은 되지 않는다. 만든다고 해서 다 팔리는 것도 아니고,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다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일본과 같은 자연재해가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공급하는 쪽도 보급하는 쪽도 모두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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