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0월 1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주에 있었던 두 수입차 업계 언론대상 행사에 참석했다. 하나는 고급 고성능 승용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를 수입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다른 하나는 만(MAN)의 상용차 및 버스 브랜드인 만트럭버스코리아가 주관한 행사였다. 공교롭게도 두 행사는 서로 다른 회사가 주관했으면서도 경기도 용인에 있는 AMG 스피드웨이(에버랜드 스피드웨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열렸고, 참가자들이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순서와 더불어 국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임원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번 행사들처럼 많은 매체 기자가 모이는 자리에 회사 주요 임원과의 문답 시간이 마련되면 곧잘 어색한 분위기가 맴돈다.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일선 기자들이 회사 임원과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기자들 중에 행사 성격과 크게 관계가 없으면서 회사 입장에서 민감한 사항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개적인 행사에서 이루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러 사람이 함께 듣고, 특히 언론대상 행사에서는 각 기자가 소속된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인터뷰보다 훨씬 더 큰 무게가 실리게 된다. 그러므로 ‘곤란한’ 질문을 받은 해당 회사 경영진은 당혹스러워하기 일쑤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그들이 당연히 그리고 성실하게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츠 행사는 AMG 스피드웨이에서 운영할 드라이빙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것이 핵심이었는데, BMW 화재 사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벤츠의 에어백 리콜 진행이 더딘 이유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그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고, 실제로 답변은 형식적인 것에서 그쳤다. 만 행사는 제품과 기술 소개 및 체험과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제품 결함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와 해명 및 사과, 해결책에 관한 설명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본사에서 밝힌 문제의 원인과 조치에 관한 내용 이외의 질문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답변이 뒤따랐다.
제품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관한 사항은 어느 자동차 회사나 무척 민감하게 여기는 것이다.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뿐 아니라 이미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만 모두 각 분야에서 국내 판매 상위권에 올라 있는 업체인 만큼 관련 이슈의 파급효과나 영향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부 질문에 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답변이 이루어진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벤츠의 경우 에어백 이슈와 관련한 질문에 ‘문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리콜을 시작한 것’이라며 자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만의 경우에는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BMW 화재 건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만큼 상당히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해명이 이루어졌지만, 그만큼 방어적인 자세로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차주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소송 과정에서 밝혀지리라고 이야기한다거나, 민감한 사안이나 소수 사례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해명이나 답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이슈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고 리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소비자가 제대로 차를 관리하면 생기지 않는 문제’라는 뜻이 담긴 설명이 대표적이다.
모든 소비자가 똑같은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해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쓰지는 않는다. 제품이 쓰이는 환경과 방법은 소비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에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는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만족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설령 제품이 소비자에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 불만을 상쇄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기는 해도 여전히 소비자에게 거대한 성벽 뒤의 존재처럼 여겨지는 일부 국내 브랜드보다 나은 면이 있기는 하지만, 외산차 브랜드의 국내 소비자에 대한 대응이 아직은 다수의 언론이나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엿보인다. 특히 주요 임원진이 외국인인 경우에 그런 모습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사실은 이렇다’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해명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좀 더 한국적 정서에 맞는 소통이 이루어질 필요도 있다. 그것이 이슈에 대한 해명과 해결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제품을 더 잘 이해하고 쓸 수 있도록 알리는 과정에서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외산차 회사들의 우리나라 소비자와 제품 사용환경에 대한 이해 수준을 지금보다 더 높이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내 시장이 까다롭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시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제품 외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가까이 소통하기 위한 투자에 더 힘을 쏟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