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뭐 하나라도 한국 실정에 맞아야 팔린다

[ 2018년 11월 1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는 ‘과연 살 만한 차인가?’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 업체는 차를 내놓기 전에 ‘어떻게 해야 소비자가 이 차를 사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런 고민이 제품에 반영되는 방식은 국내에서 차를 개발해 생산하는 업체와 단순히 완성된 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다르다. 전자는 그런 고민이 제품 개발 과정부터 반영되지만, 후자는 주력 시장에 맞춰 개발된 차를 국내 시장에 맞춰 현지화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후자 즉 수입차는 해당 업체의 글로벌 판매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현지화의 범위와 깊이가 달라진다. 반대로 제품 현지화 정도를 보면 그 업체가 국내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시장에 대한 제품의 설득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소비자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값을 함께 고려하면 대략 그 차가 국내 시장에서 어떤 입지를 갖게될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저널리스트들이 새차를 평가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소비자들이 차를 고를 때 참고해도 좋다. 일종의 배경지식으로서 ‘과연 살 만한 차인가?’라는 의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실마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토요타가 판매를 시작한 신형 아발론은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차 중 하나다. 아발론은 토요타 브랜드 세단 중 가장 큰 모델로, 주력 시장이 미국이다. 팔리는 나라가 몇 되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에 팔리는 아발론은 모두 도요타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고, 심지어 제품개발 책임자도 미국 사람이다. 크고 편안한 차를 원하지만 굳이 고급차를 살 생각이나 필요가 없는 오너 드라이버들이 주로 찾는 만큼 구매연령층도 꽤 높은 편이다. 이번에 들어온 새 모델은 좀 더 젊은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현재 미국 기준으로 65세라고 하는 평균 구매연령이 40대나 50대 정도까지 극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소비자에 맞춰 개발된 만큼, 일반적인 국내 소비자 성향과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 국내 시장에 맞춰 장비수준을 조절했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차급에 해당하는 국내 브랜드 차들에 비하면 주로 편의장비 면에서 열세인 데에서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물론 그런 점은 닛산 맥시마나 쉐보레 임팔라처럼 미국에서도 아발론과 경쟁하면서 국내에도 수입되는 다른 차들도 대부분 갖고 있는 약점이다. 이는 비주류 시장을 위한 현지화의 한계로, 이전 세대 아발론이 미국 기준 최고급 모델로 나름 풍부한 장비를 갖추고 들어왔음에도 설득력이 부족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나쁘진 않은데, 뭔가 소비자의 마음을 확 잡아끌 수 있는 강점으로 돋보이는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탓에 아발론은 2013년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미미한 판매량을 이어나가다가 올해 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번에 새 모델을 내놓으면서, 한국토요타는 국내 시장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세대에서 가솔린(3.5리터) 엔진 모델만 들여왔던 것과 달리, 신형은 하이브리드(2.5리터 가솔린 엔진+전기 모터) 모델만 들여오는 것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16.6km/리터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나 기아 K7 하이브리드(모두 16.2km/리터)보다 뛰어나다. 토요타의 장기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한 높은 수준의 연비로, 최근 커지고 있는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심리에 편승해 기존 가솔린 엔진 모델이 갖지 못한 설득력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도 현대 그랜저나 기아 K7을 넘어설 수 없는 장비에서는 오히려 힘을 뺐다. 고급 오디오나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커넥티비티 기능, 서라운드 뷰 카메라나 후측방 충돌 방지 브레이크 등 첨단 주행보조 기능도 없고, 뒷좌석 햇빛 가리개나 파노라마 선루프 같은 호화(?) 선택사항은 물론이고 앞좌석 통풍 기능과 뒷좌석 열선 기능 등 국내 선호도가 높은 편의장비도 없다. 일반적 국내 소비자가 대형 세단에서 당연히 기대하는 것들이 없는 것은 상품성에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소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어차피 게임이 안 될 부분에서는 아예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대신, 자신 있는 부분을 더 돋보이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해서 이전 세대에서 4,740만 원이었던 가격을 4,660만 원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세제혜택 전 기준으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719만(기본)~4,464만 원(옵션 포함 최대 가격), 기아 K7 하이브리드는 3,665만(기본)~4,568만 원(옵션 포함 최대 가격)이어서, 여전히 장비 면에서는 한참 열세지만 적어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에는 비슷한 크기인 심리적 격차를 줄여 소비자가 비교할 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랜저를 살 사람은 그랜저를 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교선상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일뿐, 새 아발론이 대박날 차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토요타가 밝힌 아발론의 연간 국내 판매목표는 1,000대다. 이는 월 83대 수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세단들과 비교하면 그리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 세대 모델이 처음 들어왔을 때 세웠던 월 30대 판매 목표와 비교하면 크게 올라간 수치다. 어차피 많이 팔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지금 국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 생긴 것이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주리라고 한국토요타가 판단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실제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적게 팔리는 차라도 판매는 근본적으로 ‘설득력’의 싸움이고, 한국 시장에서 차를 잘 팔려면 한국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특성이나 요소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것을 토요타의 아발론 제품구성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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