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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0일은 폭스바겐 역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마침표가 찍힌 날이다. 멕시코에 있는 폭스바겐 푸에블라 공장에서 마지막 비틀이 출고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 생산이 끝나는 모델은 국내에서는 디젤게이트 여파로 판매가 중단된 ‘더 비틀’이다. 더 비틀은 인증 취소로 국내 판매가 중단되었을 뿐,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폭스바겐 비틀의 생산은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볼프스부르크에 ‘국민차’를 위한 공장이 세워지고, 타입 38로 알려진 양산 전단계의 차가 생산된 것이 그 때다. 그리고 이후의 역사는 잘 알려져 있다. 비틀은 폭스바겐을 일으켜 세우고, 지탱하고 키웠으며, 한참동안 브랜드 그 자체이기도 했다. 세계에서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생산된 차의 기록도 오랫동안 비틀의 몫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현지생산이 이루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덕분이었다.

1998년에 현대적인 뉴 비틀 생산이 시작된 뒤에도 오리지널 비틀의 개량형 생산은 2003년까지 이어졌다.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련의 ‘울티마 에디션’에 포함된 마지막 오리지널 비틀이 완성된 곳도 멕시코 푸에블라 공장이었다. 이번에 단종되는 더 비틀도 최종 생산된 모델에는 ‘파이널 에디션’으로 특별하게 꾸몄다. 푸에블라 공장에서 첫 비틀이 생산된 때가 1967년이었으니, 이번 더 비틀 생산 종료로 푸에블라 공장은 세 번째로 그리고 처음 비틀과 인연을 맺은 지 52년 만에 비틀에게 작별을 고했다.

비틀은 ‘아이콘’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폭스바겐 차다.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는 뜻이다. 폭스바겐이 현대적 기술과 디자인의 뉴 비틀로, 다시 그 후속 모델인 더 비틀로 오리지널 모델의 이미지를 재생시킨 것도 그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물론 비틀과 얽힌 추억이 있는 사람들, 나아가 단순히 비틀의 귀엽고 당당한 이미지에 이끌리는 사람들에게도 비틀 생산 종료는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뉴 비틀과 더 비틀이 그랬듯, 비틀이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기차 시대에 비틀이 부활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뉴 비틀을 통해 레트로 디자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물론 고전의 부활이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분명 새 비틀을 기대하게 만드는 긍정적 배경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던 뉴 비틀의 인기와 그에 미치지 못한 더 비틀의 판매, 최신 전기차 트렌드를 생각하면 전망이 꼭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MEB)을 활용해 내놓은 ID 시리즈 콘셉트카들은 그와 같은 양면성을 모두 보여준다. 대표적인 모델이 ID 버즈다. 양산이 확정된 ID 버즈는 ‘타입 1’ 비틀을 현대화한 뉴 비틀처럼, ‘타입 2’ 마이크로버스의 디자인을 현대화한 것이다. 그러나 더 비틀이 판매부진 때문에 단종된 지금, ‘타입 1’을 부활시키려는 새로운 시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애매하고 명분이나 설득력도 부족하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MEB 플랫폼의 확장성이 뛰어나고, 대량생산은 물론 소량생산과도 잘 맞는다고 주장한다. 굳이 대량생산을 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활용해 얼마든지 다양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ID 시리즈 콘셉트카들은 모두 그런 주장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ID 버기 콘셉트카는 모티브가 된 오리지널 버기가 비틀에 뿌리를 둔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스바겐이 첫 30년 동안 만든 모든 차는 비틀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즉 MEB 플랫폼은 확장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폭스바겐에게 있어 전기차 시대의 비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폭스바겐은 타 업체에게도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다. 최근, 포드가 폭스바겐과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있었다.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승용차 분야에서는 앞으로 나올 포드 전기차에 폭스바겐 MEB 플랫폼이 쓰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포드와 같은 대형 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업체도 MEB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폭스바겐은 독일 스타트업 에고 모빌(e.Go Mobile)과 첫 외부 MEB 플랫폼 공유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에고 모빌은 MEB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 계획이다.

비틀은 폭스바겐의 뿌리요 가장 강력한 역사적 자산이다. 최근 들어 혼다 e, 미니 쿠퍼 SE 등 레트로 디자인 전기차들이 잇따라 나올 수 있었던 것도 폭스바겐이 뉴 비틀로 먼저 닦아 놓은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폭스바겐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건과 조건만 맞는다면, 생산을 굳이 폭스바겐 내부에서 소화하지 않더라도 비틀을 전기차로 부활시킬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비틀이 뉴 비틀과 더 비틀에 이어 이(E) 비틀로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