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은 BMW 코리아는 올해 어려운 환경에도 글로벌 차원에서 돋보일 만큼 큰 성과를 냈습니다. 한편으로는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한 우리나라 환경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기도 했고요.
신형 5 시리즈 세단과 6 시리즈 GT 출시처럼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행사들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든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의 실적도 좋았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러 면에서 25살 생일을 기념할 만하고 기념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에 BMW 코리아는 2020년 12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함께, 더 멀리’라는 주제로 비대면 콘서트를 했습니다. 올해 큰 인기를 얻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그룹들이 출연한 공연으로, 해당 그룹 팬들은 물론 모든 사람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주목받았죠.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가 있는 행사를 비대면으로 한다기에, 올해 BMW 코리아가 보여준 노력을 떠올리며 또 하나의 좋은 이벤트가 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좀 곤란합니다. 월초에 받은 보도자료에는 그냥 ‘비대면 콘서트를 한다’기에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요.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캐스트(링크)와 오토헤럴드(링크)의 기사에 따르면, 이틀에 걸친 콘서트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될 뿐 아니라 BMW 코리아가 하루에 200팀씩 모두 400명을 초청해 호텔 객실에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신경을 썼겠지만, 불과 한 달 전과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큰 차이가 납니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가 계속 많은 상태가 유지되어, 그 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상향되었고요. 이런 가운데 수백 명이 행사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모이는 행사를 한 것은 원래 BMW 코리아가 내세웠던 비대면 콘서트의 취지와도 맞지 않습니다.
물론 주최측은 방역규칙을 철저하게 따랐고, 초청자들은 개별 객실에서 창밖으로 콘서트를 관람했으니 다수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방역규칙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방역당국에서도 이야기합니다. 필수적 외출을 제외한 모든 모임과 약속을 취소해달라고요.
규칙은 최소한 이만큼은 해야 한다는 거지, 그것만 따르면 다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규칙을 따랐으니 문제가 없다’는 건 다른 경우에 종종 접하게 되는 ‘법 대로 했으니 문제 없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죠. 이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하게 되면 사람이 안 모일 수가 없습니다. 초청받아 행사를 보는 사람들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한편으로는 ‘행사에 초청받지 못해 삐진 기자들이 기사로 보복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텐데요. 그런 얘기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기자들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고요. 그건 기자들 개개인의 인성 문제고,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BMW 코리아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마무리 행사가 개운치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함께, 더 멀리’를 내세운 행사가 너무 멀리 가버린 거죠.
이번 일이 BMW 코리아는 물론 우리 모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근본적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