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38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진짜로?

위 이미지는 캐딜락 공식 페이스북 계정으로 올라온 게시물입니다.

첫줄에 보면 ‘세계 최초 적용된 38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라는 표현이 나오죠. 보도자료에도 그렇고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도 반복해서 이런 표현이 나오는데요.

언뜻 38인치 크기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하나가 들어갔다는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보통 TV나 모니터 크기를 이야기할 때 ‘xx인치’라고 하면 그 크기로 화면이 표시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갔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이게 38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한 개가 들어갔다는 게 아니라, 대시보드 위에 놓인 세 개의 디스플레이의 표시 면적을 합치면 38인치 디스플레이와 맞먹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영문 보도자료를 보면 계기판이 14.2인치, 계기판 왼쪽에 있는 게 7.2인치, 계기판 오른쪽에 있는 게 16.9인치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걸 그냥 산술적으로 더하면 38.2인치가 되죠. 

계기판 왼쪽에 있는 7.2인치 컨트롤 패널 터치스크린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14.2인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계기판
계기판 오른쪽에 있는 16.9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

그런데 이걸 그냥 합산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디스플레이를 인치 단위로 표현하는 건 가로나 세로 길이가 아니라 대각선 길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러면 세 개 디스플레이를 대각선으로 늘어놓고 그 길이가 38인치니까 38인치 디스플레이다?

심지어 디스플레이 세 개가 MBUX 하이퍼스크린처럼 같은 면에 배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계기판은 운전자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어요. 이걸 합쳐서 38인치라고 표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캐딜락 영문 보도자료에는 이와 관련된 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Escalade’s industry-first curved OLED display offers more than 38 inches of total diagonal display area, with twice the pixel density of a 4K television.(에스컬레이드의 업계 최초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는 4K 텔레비전의 두 배에 이르는 화소 밀도의 총 대각 표시 영역이 38인치 이상이다)

그러면서 아래에는 이렇게 부연설명을 해 놓았죠.

The system includes three screens: a 7.2-inch-diagonal touch control panel driver information center to the driver’s left, a 14.2-inch-diagonal cluster display behind the steering wheel and a 16.9-inch-diagonal Infotainment screen to the driver’s right.(시스템은 운전자 왼쪽의 대각 7.2인치 터치 컨트롤 패널 드라이버 인포메이션 센터, 스티어링 휠 뒤의 대각 14.2인치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운전자 오른쪽의 대각 16.9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세 개 스크린을 포함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캐딜락 코리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영문 보도자료를 단순 번역한 것은 아닙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38인치 LG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Curved-OLED Display)는 4K급 TV보다 2배 이상의 개선된 화질을 제공해 어떤 차량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비주얼 퀄리티를 제공한다.

물론 부연설명도 있습니다.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각 영역에서 차량에 대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운전자 기준 좌측에 배치된 컨트롤 패널 터치스크린(Control Panel Touchscreen)에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 HUD) 정보와 클러스터를 통해 보여주는 정보를 제어할 수 있으며, 중앙에 배치된 클러스터 디스플레이(Cluster Display)는 주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 외에 컨트롤 패널을 통해 제어되는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그리고 운전자 기준 우측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Infotainment Touch-Screen)에서는 네비게이션, 무선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및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포함해 차량 이용 관련 편의 기능 전체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가볍게 짚고 넘어갔지만 중요한 ‘대각’이라는 정보가 홍보/광고 문구를 로컬라이징하는 과정에서 애매하게 바뀐 걸 알 수 있습니다.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그래도 세 개의 스크린이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는데, 국문 보도자료에서는 마치 커다란 하나의 스크린이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표현되었으니까요. 사실 영어 원문 자체도 표현이 조금 애매하긴 하죠. 

대략 이런 논리

계기판에 쓴 14.2인치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쓴 16.9인치도 양산차에 보기 드문 대형이라 그만 해도 충분한 자랑거리가 될 텐데, ‘아’ 다르고 ‘어’ 다른 거 알 만한 사람들이 굳이 저렇게 써놓은 걸 보면 무척이나 자랑하고 싶었나봅니다.


결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는 38인치짜리 한 개가 아니라, 크기가 다른 세 개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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