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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한국판 2009년 2월호에 쓴 글입니다 ]

어떤 물건을 사거나 사지 않는 데에는 개인의 주관이 많이 반영되는데, 주관이 형성되는 데에는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특히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 선택에 있어 10년 동안 쌓인 경험에서 만들어진 주관이 있다. 비슷한 기능과 특성을 가진 제품에 있어 몇몇 특정 브랜드의 것은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다른 몇몇 특정 브랜드는 처음부터 대상에서 배제시킨다.

그동안 가장 많이 사서 썼던 디카 브랜드는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한 K사였다. K사의 제품이 늘 타 브랜드 제품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어서, 새 디카를 살 때에는 늘 한참 망설이게 된다. 사람이 어떤 물건을 일단 산 뒤에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더라도 ‘그래도 이것을 선택하길 잘 했어’라고 결정을 정당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다. 하지만 그간 샀던 K사의 디카 가운데에는 처음 구입할 때의 찜찜함이 다른 제품을 살 때까지 계속 남아있는 것들도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다음에는 다른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것이다. 이런 점이 디카 시대로 넘어와 K사가 여러 사업들을 포기할 정도의 위기상황으로 몰고 갔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는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카메라는 좋은 사진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즉, K사 디카의 사진이 필자 취향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이 필자가 K사 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다. K사는 아날로그 카메라 시대에 필름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당시에도 K사의 필름이 만들어내는 사진의 느낌이 가장 필자의 취향에 잘 맞았고, 디지털 시대에도 K사 디카의 사진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브랜드와 비교열세에 있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보완해 나가고 있다.

물론 다른 브랜드 디카로는 비교적 쉽게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 일본 C사나 N사 제품은 100장의 사진을 찍으면 100장 모두 80%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이 나온다. 무난하지만 똑 부러지게 마음에 드는 사진은 얻기 힘들다. 반면 K사 제품은 100장의 사진을 찍으면 80장 정도는 50% 정도밖에 만족할 수 없지만, 나머지 20장 정도는 100%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이 나온다.

그렇다. K사의 제품이 필자에게 가장 많이 선택받았던 이유는 80%의 불만스러운 결과물에도 20%는 후회하지 않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낳는다는 점이다. 최근 해외에서 발표된 K사의 최신 제품들을 보면, 여러 면에서 예비 구매자들을 솔깃하게 만들 특징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조만간 새 디카를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필자는, 이번에는 C사 제품을 구입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K사의 신제품이 나온 뒤로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K사 제품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K사는 늘 필자의 구매 브랜드 우선순위의 1순위에 있을 것이다. 필자와 같은 이유로 K사 디카에 높은 충성도를 갖는 소비자들이 많다면, K사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도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우려되는 것이 있으니, 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로 시장에서의 지위가 낮은 브랜드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브랜드들이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해 온 원동력은 크게 수요에 맞는 규모과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세계적인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해진 규모보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 따라서 이런 작은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요감소를 상쇄시킬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 유지 및 확대에 힘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꼭 차를 사야할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다른 브랜드로 눈길을 돌리지 않도록, 그리고 다른 브랜드 차를 선호했던 사람들도 그 브랜드 차에 관심을 가질 만큼 흡인력이 강한 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그 브랜드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잘 살려 보편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차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니아적인 개성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갖고 있는 개성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고 호감을 느끼는 제품이 필요하다. 최근 모기업 현대차와 겹치는 라인업과 기술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성격을 뚜렷이 하며 내수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기아가 긍정적인 예이고, GM 흡수 이후 줄곧 브랜드의 개성은 물론 초점 잃은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충성도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사브가 부정적인 예다.

이미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새로운 뭔가를 준비하는 것이 너무 늦은 대처가 아닌가 싶기도 할 것이다. 차종 하나의 개발이 시작되어 양산되기까지는 최소한 2~3년의 시간은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 회사 사정이나 경기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차라면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잘 팔릴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았을 때, 뿌리를 잘 내린 꽃이 가장 먼저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