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Kia_Carnival-01

[ 2009년 6월에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

지난 주, 오랫만에 가족이 함께 제주 여행을 갔다 왔다. 어머니 회갑을 기념해 모처럼 가족이 시간을 맞추어 떠난 여행의 구성원은 부모님, 10개월 된 아이를 포함한 필자 내외의 가족, 그리고 여동생까지 어른 5명, 유아 1명이었다. 평소 집에서야 어머니 차인 기아 쏘렌토 한 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때에만 가능한 이야기. 몸무게 10kg이 넘어가는 아기(?)를 누군가 한 사람이 안고 장거리를 움직이자면 쏘렌토는 물론이고 웬만한 대형 승용차로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웬만하면 어린이는 베이비 시트를 이용하자는 필자 내외의 주의도 있어, 온 가족이 비교적 답답치 않게 움직일 수 있는 차를 렌트해 이용하기로 마음 먹고 고른 것은 기아 뉴 카니발이었다. 총 6인이 타고 다닐 차를 렌트하려고 보면 7인승 차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도 않다. 이동하는 사람이 6명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사람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집에서 일상적으로 쓰는 차가 아니라 여행지에서 빌리는 렌트카라면 더 그렇다. 우선 공항과 숙소를 오갈 때에는 가족이 휴가를 보내는 동안 써야 할 짐들을 실어야 할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기가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아이가 써야 하는 필수적인 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결국 사람 외에 웬만큼 짐을 실을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자. 요즘 부담이 크지 않은 비용에 렌트카로 빌릴 수 있는 7인승 차 가운데 베이비 시트에 아기를 앉히고 나머지 어른 5명과 그에 딸린 짐들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는 것이 몇 종류가 되는 지. 대다수 국산 7인승 차들의 좌석구성은 5+2 개념. 누가 됐든 한 두 명은 간이좌석에 앉아야 한다. 게다가 이런 간이좌석들은 거의 짐 공간을 나누어 쓰도록 되어 있어, 누가 그 자리에 앉든지 사람이 아닌 짐과 부대껴야 한다. 이번 필자의 가족여행과 같은 상황에서 누구를 그 자리에 앉혀야 할까? 참으로 난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자리는 운전석으로 고정. 동반석은 집안의 어른인 아버지의 몫. 2열 어딘가에 자리 잡을 베이비 시트는 아기 차지. 베이비 시트 주변에는 아기 엄마인 필자의 아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머니와 동생 가운데 한 사람을 비좁은 점프 시트로 보내야 하는데, 암 수술 후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를 비좁은 자리로 내몰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여행 기간 내내 동생을 짐들과 씨름하게 내버려 두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9인승인 뉴 카니발이었다. 뉴 카니발은 1열과 2열 가운데 좌석이 사실상 팔걸이나 다름 없는 점프 시트라, 9인승이라 해도 7인승과 다름 없다. 게다가 3열 좌석 뒤에는 제법 쓸만한 짐 공간도 있고, 웬만한 짐들은 점프 시트를 접었을 때 생기는 여유공간에 두어도 괜찮다.

따지고 보면 잘 한 선택이었고, 3박 4일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차로 움직이는 것 자체를 피곤해 한 가족은 없었다. 그래서 필자가 그간 미니밴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 기간동안 그간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궁금함의 크기가 훨씬 더 커졌다. 왜 내수용 뉴 카니발은 9인승 뿐인가 하는 것이다. 2006년 제네바 모터쇼 취재를 갔을 때, 그곳에서 본 유럽 수출용 뉴 카니발은 7인승 이었다. 살펴보니 편의장비라든가 몇몇 구석은 호화로운 내수용 모델보다 부족한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전체 좌석이 독립식으로 되어 좌석 배치와 조절이 훨씬 더 자유롭고 차에 탄 사람 가운데 누구도 홀대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보자. 세제상 승합차 분류가 9인승 이상에서 11인승 이상으로 바뀐 지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세제가 바뀌기 전에야 승합차로 분류되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는 메리트를 노려 자동차 메이커들이 일부러 무리한 9인승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억지 자리’의 부담은 11인승 모델이 감당하는 시대가 되었다. 어차피 승용차로 분류될 것이라면 메이커가 굳이 9인승 모델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미니밴의 본고장 미국에는 오히려 롱 보디 모델인 그랜드 카니발이 7인승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말이다.

카니발 라인업에 7인승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붕을 높이고 실내를 고급화한 카니발 하이 리무진 모델에만 한정되어 있고, 값도 일반형 9인승 뉴 카니발의 두 배 정도다. 굳이 이러저러한 럭셔리 장비들까지 필요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7명이 공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 주기를 바라는 게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시대가 경제성 중시, 소형화로 흐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편하자고 큰 차 사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불편함을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필자는 뉴 카니발이나 그랜드 카니발이 워낙 잘 만들어져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본다. 그런데 그렇게 잘 만들어진 차의 장점들이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더 크게 강조되고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어설프게 얼버무려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하는 이야기다.

결론은 간단하다. 뉴 카렌스의 공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뉴 카니발에 7인승 모델을 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