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Volvo_S80-1

[ 모터트렌드 2010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볼보 차들은 늘 흐뭇했고 흐뭇하다. 장담하긴 어렵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든 차들이 안전이라는 확고한 미덕을 안고 태어날 뿐 아니라, 수많은 안전장비와 꾸려놓은 편의장비를 차 값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놀랄 정도로 ‘합리적’이다. 차의 주행감각을 예민하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러모로 괜찮게 볼 수 있는 차다. 새로 나온 2011년형 S80 T6 AWD도 예외는 아니다.

2011년형 S80 T6 AWD는 2010년 3월부터 국내 판매가 시작된 2010년형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업그레이드라고는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원래 기본기가 잘 갖춰진 차라, 변화가 적어도 볼보라는 브랜드나 S80이라는 모델 기준에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대단히 고급스럽지도, 값싸게 느껴지지도 않는 내장재가 그렇고, 적당히 넓은 실내공간이 그렇다. 폭신하면서도 몸이 답답하지 않은 시트가 그렇고, 촉감 좋은 가죽 내장재가 그렇다. 비슷한 가격대의 동급 수입차에서 찾기 힘든 뒷좌석 편의장비도 빼놓을 수 없다. 조립품질과 마무리? 주행 때 느낄 수 있는 소음? 진동? 누구도 크게 불만을 제기할 수준은 아니다.

박람회라 해도 좋을 만큼 풍부한 안전장비와 깔끔하고 적당히 고급스러운 실내, 그리고 편의장비는 대부분 거의 그대로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에 트윈 스크롤 터보(보도자료에는 부분적으로 ‘트윈 터보’라고 되어 있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를 더한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할덱스 타입 AWD와 같은 기계적 구성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지나치게 예민하다 싶었던 차선이탈 경고(LDW) 시스템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 주차 센서의 세팅도 여전하다.

변화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를 중점적으로 손질해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높인 것이다. 최고출력은 19마력이 높아져 304마력, 최대토크는 4.1kg·m 높아져 44.9kg·m이 되었다. 차를 몰면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출력보다 토크 쪽이다. 폭넓은 회전영역(2,100~4,200rpm)을 커버하는 최대토크는 힘이 펑펑 남아도는 것은 아니어도, 운전자를 포함해 2톤 가까운 무게의 차체를 끌어나가기에는 충분히 넉넉하다. 가속력은 비교적 시원한 편이다. 다만 이전보다 토크가 조금 늦게 뒷받침하기 시작해 조금 빨리 힘을 잃기 시작한다. 그래도 고회전에서의 출력저하가 심하지 않은 것은 열심히 달리기를 좋아하는 운전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반전이 기다린다. 열심히 달린다고 S80 T6 AWD가 스포츠 세단으로 변신하지는 않는다.

볼보의 핸들링은 날카로운 적이 없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접지력 좋은 피렐리 P제로 로소 타이어와 AWD가 가세해,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줄기차게 끈끈한 핸들링은 S80 T6 AWD가 자랑할 수 있는 동적인 안전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과격하게 몰아도 까탈스럽지 않게 반응하는 것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뛰어난 성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평소와는 다른 시승코스를 달리며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 실질적으로 이 차를 몰게 될 오너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만, 고속 코너에서 스티어링 감각이 조금 무뎌지는 경향을 보인다. 안전한 언더스티어이긴 하지만 고성능에 어울리는 세팅은 아니다.

무색, 무취, 무미의 6단 기어트로닉도 변속의 매끄러움만큼은 빛을 잃지 않았다. 무거운 차체를 생각하면 상당히 세련되게 조율해내어, 핸들링만큼이나 끈끈한 제동특성도 여전히 괜찮다. 분명 ‘스포트’ 모드가 있지만 별로 스포티하게 느껴지지 않는 포-씨(Four-C) 전자식 섀시제어 시스템은 양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전반적인 달리기 특성을 간단히 말하자면, 든든하긴 해도 재미는 없다. 어설픈 뒷바퀴굴림 차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볼보는 볼보다.

딱히 아쉬울 것 없는 S80 T6 AWD는 큰 볼보, 잘 나가는 볼보를 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잘 어울린다. 필자가 경제력이 충분하고 큰 차에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분명 손에 넣을 차다. 하지만 꼭 볼보를 사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이 차의 무엇을 내세워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 것인가. 짜고 매운 김치가 있어야 흰 쌀밥도 먹을 만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