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2011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캐딜락의 디자인 철학은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 즉 예술과 과학의 이미지를 하나로 담아내는 것이다. 현대의 자동차에 있어 특히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요소가 디자인인데, 그런 면에서 캐딜락은 지난 10여 년 동안 새로운 철학을 반영한 디자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물론 눈에 보이는 ’스타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를 뜻하는 ’디자인‘까지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캐딜락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CTS 쿠페는 최소한 스타일 면에 있어서는 ’아트 앤 사이언스‘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CTS 쿠페는 기본적으로 CTS 세단의 플랫폼과 구성요소들을 거의 그대로 가져 왔기 때문에, 앞에서 보면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시선을 뒤쪽으로 옮기면 세단보다 한층 뛰어난 비례와 완성도, 그리고 쿠페다운 강렬함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낮아진 지붕과 대담하게 뻗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뒷부분은 캐딜락 특유의 날카로운 디자인이 가장 뚜렷하게 표현된 부분이다. 강렬한 인상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브랜드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돋보인다.

2012 Cadillac CTS Coupe

실내는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보면 CTS 세단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도어와 기어 레버 뒤쪽은 쿠페 전용으로 만들어졌다. 버튼류의 크기가 작게 느껴지는 것을 빼면 디자인과 구성 모두 훌륭하다. 위 아래로 조절되는 디스플레이는 올라왔을 때나 내려갔을 때 모두 실내 디자인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도어는 밖에서는 터치패드로, 안에서는 원형 스위치로 열게 되어 있다. 이미 시보레 콜벳(C6)과 캐딜락 XLR에 쓰였던 방식이지만 여전히 신선하다. 기어 레버 뒤쪽의 스위치로 주차 브레이크를 조작하게 되어 있는 것도 세단과의 차이점.

2012 Cadillac CTS Coupe

몸을 감싸는 느낌을 주는 대시보드와 달리, 시트는 쿠션이 탄탄하고 디자인이 스포티한데도 상체를 조이는 느낌이 적다. 세단보다 낮은 지붕도 좌석에 앉고 나서야 실감할 수 있다. 휠베이스가 세단과 같기 때문에, 뒷좌석도 일찌감치 시작되는 뒤 유리 때문에 부족한 헤드룸만 빼면 너비나 길이 모두 어른 두 명이 적당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수준이다. 수납공간은 비슷한 크기의 쿠페로서는 잘 갖춰진 편이고, 짐 공간도 2명분의 짐을 싣기에는 꽤 넉넉하다. 전반적인 실내 재질과 구성은 훌륭하지만, 손이 잘 닿지 않거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곳의 부품들이 분위기를 흐린다.

운전석의 전방 시야는 좋은 편이지만, 차체 앞쪽 구석을 확인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그래도 룸 미러에 비친 좁고 얕은 뒤 유리 너머를 보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과 굵기, 기어 노브는 모두 적극적인 운전을 하기에 적당한 크기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비교적 가볍게 움직이고, 초기 반응이 민감해 차의 움직임이 날카로운 것처럼 느껴지만 차체 뒤쪽이 든든하게 뒷받침하기까지 약간의 지체가 느껴진다. 우연히 변속 때 엔진 회전수를 보정하는 변속기 특성과 맞아떨어지면 꽤 껄끄럽다. 코너링 때에는 뒷바퀴굴림 차의 감각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지만, 미국 차의 특성을 아주 잃지는 않아서 거친 느낌이 약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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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속도를 높이면 이런 거슬림은 룸 미러 속 뒤 차와 함께 조용히 사라진다. 속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노면에 달라붙는 느낌이 강해지고, 스티어링 반응도 빈틈을 느끼기 힘들만큼 탄탄하게 조여든다. 저회전 때 조금은 거친 질감이었던 V6 3.6리터 엔진도 회전수를 높일수록 치밀한 느낌을 주면서 배기구로 기분 좋은 고음을 강렬하게 뽑아낸다. 가속은 폭발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304마력이라는 결코 낮지 않은 수치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후련하고 액셀러레이터에 직선적으로 반응한다.

고속 주행 때에도 안심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고 깔끔한 제동특성이 가속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든든한 섀시가 뒷받침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동 기능이 있는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자체만 놓고 보면 대단히 부드럽다. 회전수 보정 기능은 저속에서 깎였던 점수를 고속에서 다운시프트 할 때 멋진 배기음과 알맞은 타이밍으로 만회한다. 다만 스티어링 휠 뒤쪽에 마련된 변속 버튼(패들이 아니다)은 크기가 작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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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을 바탕으로 만든 2도어 쿠페가 국내 시장에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경쟁자들 대부분이 CTS 쿠페와 동급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성능이나 동적 특성, 가격 경쟁력 면에서 썩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모든 부분이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약점들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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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5 / 10

캐딜락의 상징적인 존재라 해도 좋을 멋진 디자인이 돋보인다. 동적인 면에서 여전히 미국 스타일의 거친 감각이 남아 있지만 캐딜락 만의 매력이라 보아도 좋다

  • 장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디자인, 탁월한 고속 크루징 안정성, 미국 차답지 않은 핸들링
  • 단점: 일관성이 부족한 스티어링 반응, 거슬리는 변속 시 회전수 보정, 내장재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