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코롤라

[ 오토카 한국판 2011년 5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하철도, 국산차도, 과소비도, 모험도 싫다면

1966년 1세대 모델이 나온 이후 전 세계 3,7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험한 차, 도요타 코롤라가 드디어 우리나라 땅을 밟았다.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는 코롤라가 가장 늦게 수입된 나라일 것이다. 남들에게는 전혀 신선하지 않을 차가 생소한 이유다. 대신 상품성을 충분히 검증받은 차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상품성의 실체, 그리고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시승의 목적이다.

코롤라는 판매지역에 따른 디자인과 보디 스타일, 파워트레인 구성을 일일이 따지면 파생차종을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 글로벌 카다. 물론 국내에는 미국형 모델에 가까운 4도어 세단 한 가지만 들어온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3박스 구성이다.  전반적인 스타일은 윗급인 캠리를 고스란히 축소해 놓은 느낌이다. 앞뒤 램프와 범퍼 등에 장식적인 요소가 있지만 화려하지 않고, 세부에 치중하는 일본차 특유의 복잡한 디자인 요소가 적어 부담스럽지 않다. 간단히 말해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앞이나 뒤에서 보면 실제보다 차체가 커 보여 중형차에 가까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평범한 5스포크 알루미늄 휠도 16인치로 절대적인 크기는 결코 작지 않지만 부푼 차체 때문에 커 보이지 않는다. 해치백과 공유하는 플랫폼에 더해진 트렁크는 차급에 비하면 크기가 넉넉하다.

보수적인 분위기는 실내에도 이어진다. 전형적인 T자 구성에 회색 투톤으로 꾸민 대시보드 디자인이 대변하듯, 단정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실내 전체에 배어 있다. 화려하다고 할 만한 요소는 도어 팔걸이와 기어 레버 주변의 우드그레인이 전부다. 대부분의 내장재가 딱딱한 플라스틱이지만 세련된 표면 처리로 값싼 느낌을 줄였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그리 크지 않은 시트와 더불어 실내를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앞뒤 좌석 공간은 대표적인 국산 준중형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등받이 쿠션은 부드러운 대신 앉는 부분은 조금 탄탄한 것이 특징. 뒷좌석을 위한 편의장비는 접이식 컵 홀더와 파워 윈도가 전부다.

시승차로 마련된 고급형 모델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빼면 편의장비도 기본적인 것 중심으로 갖춰놓았다. 계기판은 단순해 눈에 잘 들어오고, 오디오 및 자동 공기조절장치의 위치나 조작성도 무난하다. 센터 페시아 맨 아래에 자리 잡은 디지털 시계와 옹색한 크기의 앞좌석 열선 스위치 정도만 거슬릴 뿐이다. 동반석 앞쪽 수납공간은 보수적인 세단으로는 드물게 위 아래 2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두 제대로 된 덮개가 있다.

132마력 1.8L 엔진은 시종일관 조용하다. 급가속 때에 들리는 머플러의 공명도 그리 거슬리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유지하고 있으면 엔진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다만 변속기의 단수가 4단인 탓에 시속 100km에서는 2,500rpm 정도로 회전수가 올라간다. 몇 년 전이라면 당연한 수준이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엔진 진동과 소음이 ‘탁월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물론 고속도로 제한속도 이상으로 올라서면 곧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를 집어 삼키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부드러우면서 힘에 여유가 있는 듯 가속이 이루어지지만,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정도에 비례해 가속이 빨라지지는 않는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토션빔의 전형적인 소형차 스타일이지만 승차감까지 소형차처럼 통통 튀지는 않는다. 일상적으로 달릴 때에는 중형차를 모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편안하다. 대부분의 요철은 점잖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거슬리지 않게 충격을 풀어낸다. 다소 거친 스티어링 조작에도 차체가 경박하게 흔들거리지 않는 것은 좋지만, 연속 코너를 빠르게 달리기에는 차체 움직임이 무디다. 주행안정장치인 VSC도 주행이 과격해지지 않도록 다소곳이, 그러나 서둘러 개입한다. 시승 중 연비는 11.9km/L. 무리하지 않고 몬다면 공인연비인 13.5km/L를 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다.

시승하며 남긴 메모를 들춰보니 ‘부드럽다’와 ‘무난하다’라는 단어가 줄기차게 반복된다. 튀는 구석이라고는 정말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신할 기본적 교통수단을 원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릴 구성과 꾸밈새다. 수입차 기준으로 보면 값 대비 가치는 괜찮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 정도 크기에 비슷한 수준의 장비와 꾸밈새를 갖춘 국산차를 2/3 값에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산차는 사기 싫은데 더 비싼 차나 튀는 차를 살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훌륭한 대안이다.

평점: 6.0/10 – 어느 한 구석도 모난 곳을 찾을 수 없는 ‘토털 밸런스’가 놀랍다. 개성이 뭐냐고 물으면 곤란하다

  • 장점: 누구나 편안하게 느낄 무난함, 중형차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승차감, 비교적 넉넉한 실내 및 짐 공간
  • 단점: 돋보이는 장점이나 개성의 부재, 최신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결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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