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린더 비활성화 기술

[ 모터 매거진 2011년 9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메르세데스 AMG가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을 채택한 새 V8 5.5L 엔진을 선보여 화제다. 다기통 대 배기량 엔진에서 연비향상과 배기가스 배출 저감을 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 AMG가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을 쓴 새로운 엔진을 선보인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은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데, 특히 스포츠카용 고성능 엔진에 이 기술이 쓰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흥미롭다. 지금부터 새 엔진과 더불어 관심을 끌고 있는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에 대해 살펴보자.

실린더 비활성화(cylinder deactivation) 기술은 엔진의 부하가 적게 걸릴 때 일부 실린더의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연비를 향상시키고 유해 배기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종종 가변 배기량(variable displacement)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엔진 자체의 배기량에는 변함이 없지만 실제 4행정이 이루어져 배기가스가 나오는 실린더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쓰이기도 한다.

엔진은 가속할 때에 주로 큰 힘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정속으로 주행할 때에는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적기 때문에, 적은 힘만 있어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로 차를 몰아보면, 도로의 법정 제한속도 내에서 정속 주행할 때에는 액셀러레이터를 조금만 밟아도 속도를 유지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음을 느낄 수 있다. 부하가 적은 상태에서 자동차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힘은 최대 토크의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나온 기술이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이다.

메르세데스-AMG SLK 55의 M 152 V8 엔진의 밸브 작동 구조

이 기술은 일반 엔진 구조에서 큰 변화를 필요로 하지는 않고, 대개 밸브와 연료 분사장치를 조절함으로써 혼합기의 폭발을 통해 실린더가 힘을 내지 않도록 한다. 즉, 엔진이 작동 중인 상태에서 일부 실린더의 밸브를 닫힌 상태로 유지하거나 연료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혼합기의 유입이나 폭발을 막는 것이다. 밸브와 연료 분사장치를 부분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절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작은 엔진에 이런 장치를 추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생산단가도 높아진다. 그래서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은 8기통 이상의 다기통 대 배기량 엔진에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작동하는 실린더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연료소비량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린더가 비활성화되는 조건은 매우 제한적이고, 기계적인 작동 손실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밸브를 닫힌 상태로 유지하는 경우 실린더 내에서 피스톤은 상하운동을 계속하기 때문에 엔진 내부의 기계적 부하로 작용한다. 또한 정속주행을 하더라도 오르막을 만나는 등 엔진에 부하가 걸릴 때에는 실린더 비활성화가 해제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이 기술이 쓰인 엔진의 연비 향상은 일반 엔진의 8~25퍼센트 정도로 제한적이다.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이 쓰인 엔진에서 기술적으로 중요시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실린더 비활성화를 시작하고 끝내는 시기를 판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린더가 비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된 실린더가 다시 작동될 때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두 부분 모두 기계적인 방법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개념은 이미 19세기에 제안되었지만 실용화된 것은 엔진의 전자제어 기술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였다.

2010년형 쉐보레 카마로에 쓰인 L99 V8 엔진에는 GM의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인 AFM(Active Fuel Management)이 쓰였다

양산차에 처음 쓰인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은 1981년 GM에 의해 선보였다. 캐딜락의 여러 모델에 올라간 L62 V8 엔진에 쓰인 이 기술은 엔진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 실린더의 작동을 두 개씩 비활성화해 최저 4개의 실린더만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엔진의 전자제어 기술이 초기단계였기 때문에 문제가 많아 곧 사장되었다. 1982년에는 미쓰비시가 4G12 4기통 엔진에 처음으로 MD(Modulated Displacement)라는 독자적인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비교적 효과가 있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해 곧 사라졌다.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다. 1990년대 후반 메르세데스-벤츠가 V12 엔진에 실험적으로 쓰썼던 이 기술은 2001년 S600과 CL600을 통해 소개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필요할 때 엔진 한 쪽 뱅크의 작동을 멈추도록 되어 있었지만, 높은 생산비용 때문에 단명했다.

2003년에는 혼다가 내수용 어코드(일본명 인스파이어)에 올라가는 V6 i-VTEC 엔진에 처음으로 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라는 이름의 기술을 썼다. 이 기술 역시 V형 엔진의 한쪽 뱅크의 실린더만 비활성화하는 것으로, 부하에 따라 한쪽 뱅크에 나란히 놓인 실린더 중 양쪽 두 개 또는 세 개 모두를 비활성화한다. 

크라이슬러 MDS(Multiple Displacement System)이 쓰인 헤미 V8 엔진

2004년에는 크라이슬러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개발한 기술을 응용해 V8 5.7L 헤미 엔진에 MDS(Multi-Displacement)라는 이름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크라이슬러의 MDS는 V8 엔진에서 단계별로 각 뱅크에서 하나씩, 한 번에 두 개의 실린더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동되었다. 

2005년에는 GM이 2세대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인 AFM(Active Fuel Management)를 선보였다. 크라이슬러의 MDS와 마찬가지로 V형 푸시로드 엔진에 쓰이는 AFM은 엔진 제어 컴퓨터로 제어되는 솔레노이드를 이용해 엔진의 밸브 리프터 작동을 멈추게 함으로써 실린더를 비활성화한다. 또한 이전 세대의 것과 달리 한 번에 전체 실린더의 절반만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되도록 했다.

메르세데스-AMG SLK 55의 M 152 V8 엔진

이번에 메르세데스 AMG가 공개한 AMG 실린더 매니지먼트 기술은 M152 V8 5.5L 엔진에 쓰이게 된다. M152 엔진은 최대 7,200rpm까지 쓸 수 있는 고회전형 자연흡기 직접분사 엔진이다. AMG의 주력 엔진 중 하나인 M157 V8 5.5L 트윈 터보 엔진과 실린더 블록 구조는 거의 비슷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작동방식은 엔진 부하에 따라 흡배기 밸브 작동을 중단하고 연료공급과 점화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실린더 두 개씩 최대 4개까지 비활성화하게 된다. 작동조건은 변속기 모드를 C(Controlled Efficiency)로 선택했을 때 엔진 회전수 800~3,600rpm 사이이고, 작동 시에는 계기판에 표시 램프가 점등된다. 실린더 작동 모드 전환에 걸리는 시간은 3,600rpm에서 0.03초에 불과하다. 

8기통 모드에서의 최대토크는 55.0kg·m이지만, 4기통만 작동할 때에도 23.5kg·m의 토크가 살아 있어 충분히 필요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메르세데스 AMG의 설명이다. 신형 SLK 55 AMG를 통해 처음으로 양산차에 올라가게 되는 이 엔진에는 스톱-스타트 기능도 들어가 연비 향상과 배기가스 배출량 감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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