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말하는 스포티함, 쿠페

[ 모터 매거진 2012년 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 쿠페란 어떤 차?

아우디 RS 5 쿠페

일반적으로 쿠페는 차체 좌우에 도어가 각각 하나씩 있고 고정된 형태의 지붕을 갖춘 승용차를 말한다. 그러나 같은 쿠페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모델마다 형태의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박스 스타일의 해치백이나 패스트백, 3박스 스타일의 노치백도 쿠페로 구분되고, 마케팅 차원에서 스포티한 스타일의 4도어 세단을 가리켜 4도어 쿠페라 이름 붙이기도 한다. 쿠페라는 장르를 구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똑 부러지는 구분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BMW 1 시리즈 쿠페

쿠페는 일반적으로 3박스 세단을 바탕으로 개발되기도 하고, 성격이 비슷한 2도어 컨버터블과 형제차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3박스 스타일의 2도어 노치백은 ‘2도어 세단’으로 부를 수도 있지만, ‘세단은 무난한 차, 쿠페는 독특한 차’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해 쿠페라고 이름 붙이는 쪽을 선호한다. 시장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2도어 해치백과 비슷한 크기의 쿠페들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비슷하다.

메르세데스-벤츠 CL 63 AMG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장르인 세단이나 해치백 등과 비교하면 쿠페는 조금 불편한 차라고 할 수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단보다 뒷좌석 공간이 좁기 쉽고, 뒷좌석에 타고 내리기도 불편하다. 또한 뒷좌석과 짐 공간의 활용도 측면에서는 해치백에 뒤진다.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 해도 짐을 싣고 내릴 수 있는 크기는 세단과 마찬가지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푸조 RCZ

따라서 쿠페는 일상적인 용도보다는 차를 좀 더 즐기는 방향으로 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쿠페는 다른 장르의 자동차들에 비해 스타일과 성능이 중요시되고, 상대적으로 실용성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개발 단계에서도 뒷좌석의 편의성이나 넓은 적재공간의 확보가 우선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운전자가 더 몰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율된 주행특성과 세련되면서 개성 있는 스타일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포르쉐 911 카레라 4 GTS 쿠페

일반적으로 스포츠 지향의 쿠페는 승차감이나 편의성보다는 빠르고 민첩한 달리기에 치중하는 편이고, 고가의 대형 고급 쿠페들은 상대적으로 승차감과 편의성의 중요도가 큰 편이다. 한편, 최근에는 접이식 하드톱을 갖춘 하드톱 컨버터블이 나오면서 컨버터블 한 모델이  쿠페의 역할까지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붕의 가동구조를 고려해야 하는 컨버터블의 특성상 지붕을 씌웠을 때 디자인의 완성도나 자유도는 처음부터 쿠페로 만들어진 차에 못 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 스쿠프

우리나라는 자동차가 널리 보급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낮은 선호도와 좁은 시장을 이유로 일종의 틈새 차종인 쿠페의 개발과 생산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다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 라인업을 구성한 현대자동차는 1990년 스쿠프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티뷰론, 투스카니, 제네시스 쿠페 등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일련의 쿠페 라인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가 포르테 쿱으로 국내 쿠페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쿠페 모델의 대부분은 수입차가 차지하고 있다. 

– 쿠페 구매 시 유의할 점

쿠페의 크기와 가격대는 다른 장르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바탕이 되는 세단보다 좀 더 비싼 가격표가 붙는다. 생산대수가 세단에 비해 제한적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많은 종류의 쿠페들이 세단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거주성은 세단보다 많이 떨어진다. 날렵한 스타일을 위해 지붕을 낮추고 앞 유리를 더 눕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좌우 하나씩 마련된 도어로 뒷좌석까지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도어가 크고 무겁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주차를 했을 때 같은 승하차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여유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G37 쿠페

실내공간은 철저하게 앞좌석 중심으로 꾸며진다. 개발 및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세단과 같은 대시보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 계기판이나 장비 배치, 시트 등을 차별화해 다른 차라는 분위기를 주도록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뒷좌석의 거주성이 많이 희생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뒷좌석 사용빈도를 낮게 감안하고 설계하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스포츠성이 강한 쿠페 중에는 2개의 좌석만 갖춘 차들이 많다. 이런 성격의 차들은 짐 공간이 작아 실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고, 승차감이 쾌적함보다는 노면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거리 주행 때에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쉽게 피로해질 수도 있다. 또한 짐 공간의 크기가 비슷하더라도, 트렁크 덮개가 열리는 방식이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한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닛산 370 Z

일부 쿠페는 뒷좌석에 의자의 형태만 갖췄을 뿐, 실제로는 성인이 타기 어려운 간이형 시트가 마련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흔히 2+2 시트로 불리는 이런 차들 중에는 국내 법규상 2인승으로 분류되어, 뒷좌석에 안전벨트가 있더라도 사람이 타서는 안 되는 차들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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