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S7 스포트백 & BMW M6 쿠페

[ 모터 매거진 2014년 4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아우디 RS7과 BMW M6는 공통점도 많고 차이점도 많다. 두 차의 엔진은 모두 V8 트윈 터보 구성에 최고출력도 560마력으로 같다. 그러나 성격 차이는 뚜렷하다. RS7이 모든 면에 고루 욕심을 부렸다면, M6은 잘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중요한 점은 어느 쪽이든 브랜드 고유의 개성이 최고성능 모델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우디가 역대 RS 모델 중 가장 강력하다고 자랑하는 RS7 스포트백이 국내에 들어왔다. 실은 RS 모델 중 가장 강력할뿐 아니라 가장 큰 모델이기도 하다. 이 모델이 갖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이미 또 하나의 주류 장르가 되어버린 4도어 쿠페의 고성능 버전 시장에 아우디가 새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RS7은 앞서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CLS 63 AMG,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BMW M6 그란 쿠페가 닦아놓은 길을 이제 막 뒤쫓기 시작했다. 이런 대결구도 속에서 RS7은 어떤 매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아우디 RS 7 스포트백(왼쪽)과 BMW M6 쿠페

<모터매거진>은 RS7의 특징을 좀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도록 비슷한 성격을 지닌 다른 브랜드 차를 하나 준비했다. 스포티한 성격이 두드러지는 BMW 차가 이번 시승에서 RS7의 맞상대 역할을 했다. 차의 성격과 덩치를 고려하면 M6 그란 쿠페가 어울리지만, 여러 사정 때문에 시승 장소에는 도어가 2개뿐인 M6 쿠페가 나왔다. 쿠페와 그란 쿠페의 심장은 같지만, 쿠페의 차체가 그란 쿠페보다 조금 짧고 낮으며 가볍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보수적인 M6, 욕심 많은 RS7

아우디 RS 7 스포트백

늘 이야기하지만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엇갈리기 마련이다. M6와 RS7 모두 안팎으로 각 브랜드의 개성을 화려하게 표현한 차들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두 차는 지향하는 바가 다르고, 그런 차이가 디자인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M6는 보수적인 쿠페의 정의를 그대로 따른 반면, RS7은 스타일과 실용성을 고루 추구한 욕심이 느껴진다. 이런 기본적인 특징은 고성능이 아닌 일반 모델에도 해당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소수를 위한 특별 모델로서 일반 모델과 다른 꾸밈새도 중요하다. BMW는 일부러 더 과격함을 강조하고, 아우디는 기본 차체 디자인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손질하는 관행을 따르고 있다. 

BMW M6 쿠페

두 차 모두 눈에 보이는 겉모습 차이는 앞뒤 범퍼에 집중된다. 앞 범퍼는 공기흡입구 모양으로 된 좌우 안개등 주변을 더욱 키웠고, 스포일러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뒤 범퍼 역시 배기구 주변을 다듬어 속도감을 더했다. 스프링과 댐퍼 등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손질은 대부분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대형 휠의 스포크 너머로 보이는 전용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가 섀시에 변화가 있었음을 입증한다. RS7에는 세라믹 디스크가, M6에는 스틸 디스크가 끼워져 있지만 M6 역시 세라믹 디스크를 선택할 수 있다. 대신 M6의 지붕은 카본 소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아우디 RS 7 스포트백(왼쪽)과 BMW M6 쿠페

실내를 보면, M6는 공간은 넉넉하지만 대시보드 디자인, 낮은 지붕과 좌석 등에서 운전자에게 초점을 맞춘 특징이 드러난다. 세단으로 나오는 M5와 선을 긋기 위한 방법이다. RS7은  A7이 그렇듯, 뒷좌석과 적재공간 등 실용적인 측면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스타일도 살리고 있다. 세단인 A6와 어느 정도 차별화는 했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거의 느끼기 어렵다. 국내에 RS6이 아직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두 차 모두 스포츠 시트가 쓰이고 있는데, 몸을 잡아주는 느낌은 M6 쪽이 좀 더 든든한 반면 RS7은 벌집무늬 가죽이 화려해 특별한 느낌이 더 강하다. 뒷좌석을 위한 배려는 제대로 된 시트를 갖춘 RS7 쪽이 더 잘 되어 있지만, 쿠페라 어쩔 수 없이 공간 여유가 적은 M6의 뒷좌석은 앞좌석만큼 스포티한 분위기다. 편의장비는 두 차 모두 폭넓게 잘 갖추고 있지만, 조작 편의성은 일반 승용차에 가까운 RS7쪽이 낫고 M6은 운전과 관련한 장비들이 두드러진다.

아우디 RS 7 스포트백

엔진은 두 차 모두 독일 엔지니어링의 진수를 보여준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세련되고 충분한 힘을 낸다. 흥미롭게도 V8 직접분사 트윈 터보 구성이라는 점, 최고출력이 560마력이라는 점은 두 차의 엔진이 모두 같다. 기술적으로도 공통된 점을 찾을 수 있다. 두 엔진 모두 V자형으로 갈라진 실린더 뱅크 안쪽에 배기 포트를 두고 터보차저를 놓았다. V8 엔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독특한 배기음의 리듬감도 톤의 차이가 있을 뿐 두 차 모두 매력적이다. 

다만 배기량은 RS7쪽이 4.0L로 M6의 4.4L보다 10퍼센트 정도 작다. 반면 최대토크는 RS7이 71.4kg‧m으로 69.4kg‧m인 M6보다 조금 더 높지만, 그 수치가 나오는 회전영역은 M6이 1,500~5,750rpm, RS7이 1,750~5,500rpm으로 M6이 좀 더 일찍부터 나오기 시작해 오랫동안 유지된다. 물론 그런 엔진 특성 차이를 느끼기에는 두 차의 가속능력이 너무 뛰어나다.

엔진은 모두 성능 뛰어나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BMW M6 쿠페

M6의 엔진은 BMW의 엔진 관련 최신 기술이 고루 담겨 있다. 더블 바노스와 밸브트로닉 기술은 흡배기 밸브 모두 열리는 양과 시기를 조절하고, 두 개의 터보차저 모두 트윈 스크롤 방식이다. 엑셀러레이터 조작에 빠르게 반응하면서 회전질감이 매끄러운 것은 BMW 엔진의 전통적 매력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RS7의 엔진에서 주목할 부분은 실린더 비활성화 기능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기술이 쓰인 여러 차를 경험해 봤지만, 이 엔진이 일부 실린더 작동이 멈추고 다시 작동할 때의 변화가 가장 매끄럽다. 액티브 엔진 마운트가 엔진 내부의 폭발 변화 때문에 생기는 진동을 잘 억제하는 덕분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쾌적함을 중시하는 브랜드와 모델 특성 때문에 박력보다는 차분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썩 자극적이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변속기는 M6이 7단 M-DCT 듀얼 클러치 방식이고, RS7은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팁트로닉 자동이다. M-DCT는 짧은 전자식 기어 레버나 손끝이 닿는 부분의 촉감이 좋은 변속 패들처럼 감각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변속이 빨라 스포티한 느낌을 주면서도 변속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 팁트로닉 역시 기계적인 느낌으로 스포티함을 자아내지는 않지만 속도나 변속감각 모두 토크 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로는 아주 훌륭한 특성을 지녔다. 

아우디 RS 7 스포트백

다만 RS 모델의 상징성에 비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변속 패들과 일반 A7의 것에 살짝 치장만 더한 기어 레버가 아쉽다. 파워트레인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은 구동방식이다. M6 쿠페는 모든 출력이 뒷바퀴에 집중되고, RS7은 기본 구동력 배분비율이 뒷바퀴 쪽에 무게가 실리기는 해도 네 바퀴 모두에 항상 구동력이 전달된다.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주행감각을 더 진하게 표현하는 쪽은 M6다. 약간 더 가벼운 차체와 좀 더 낮고 무게 중심에 가깝게 놓인 운전석 위치 등 물리적인 면에서 스포츠카에 좀 더 가까운 특성을 갖춘 영향이 크다. 가속은 직설적이면서 통쾌하다. 섀시와 파워트레인 세팅을 모두 스포트 플러스에 놓고 힘껏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힘찬 가속에 절로 몸을 움찔하게 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엔진 회전계는 순식간에 오른쪽 끝으로 달려가, 기어가 4단에 들어갈 때까지는 쉴 새없이 변속 패들을 놀려야 한다. 3단일 때에도 트랙션 컨트롤이 꿈틀거리려는 차체를 억제하느라 애를 쓴다.

BMW M6 쿠페

M6가 좀 더 스포츠카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M-DCT다. 파워트레인 세팅을 컴포트 모드에 맞춰 놓으면 비교적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지지만,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변속할 때 ‘철컥’ 소리만 나지 않을뿐 사람이 수동변속기 차를 몰 때처럼 클러치가 떨어졌다가 붙는 느낌이 확실하다. 언제든 엔진 힘이 온전히 뒷바퀴로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 조작에만 신경 쓰면 된다. 

스티어링 감각은 어느 세팅에서든 모두 무거운 편이고, 특히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조금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스포트 모드만 되어도 고속에서 전혀 불안하지 않다. 섀시와 파워트레인은 컴포트 모드에서도 모드 이름과는 달리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스포티한 달리기에는 제격이지만, 장거리를 달린다면 조금 피곤할 수도 있겠다.

RS7은 콰트로가 지닌 양면성 드러나 

RS7도 만만찮은 실력을 과시한다.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 바늘이 계속 오른쪽을 향해 움직여도 지치는 기색이 없다. 엔진 회전수가 최대토크가 나오는 영역을 넘어서도 기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 하지만 콰트로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탁월한 접지력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하게 드러낸다. 한창 가속하고 있는 와중에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속도계가 느낌보다 훨씬 더 큰 숫자를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힘이 낭비되지 않고 고스란히 가속에 쓰이는 것은 좋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화끈함이 적다. 

더 아쉬운 부분은 섀시 세팅이다.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을 이용해 모든 세팅을 다이내믹으로 맞춰 놓아도 서스펜션이 충분히 든든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저속에서는 스포티함에 약간 여유가 더해진 느낌이지만,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헐렁한 느낌이 강해지고 반응이 무뎌진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에도 머리를 잘 돌리기는 하지만 날카로움을 억지로 누그러뜨리는 듯한 태도가 조금은 답답하다. 차가 매끄럽게 움직이도록 하려면 스티어링 휠과 페달 조작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전반적으로 승차감과 주행감각은 편안한 쪽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꾸준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아우디 RS 7 스포트백(왼쪽)과 BMW M6 쿠페

아우디는 RS7을 강력한 힘과 뛰어난 가속력 등 성능에 무게를 실어 알리고 있지만, 사실 이 차의 매력은 성능만큼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성능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방면으로 욕심을 많이 부린만큼 고르게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미처 예상치 못한 엔진의 매력이 돋보이는데, 섀시가 주는 살짝 부족한 느낌에 묻히는 것이 아쉽다. 

M6은 잘 하는 부분에서 100점을 받기 위해 최대한 집중한 느낌이다. 그리고 집중을 통해 의도한 바를 이룬 것이 분명히 나타난다. 최고의 파워트레인과 민첩한 몸놀림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BMW 특유의 색깔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이런 성격의 차가 지녀야할 너그러움이 GT 카라는 장르에 합당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는 않았다. 

모처럼 슈퍼카 부럽지 않은 성능을 내는 승용차를 몰아보고 너무 까다롭게 따지고 든 기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최고성능 모델에도 브랜드 고유의 개성이 살아 있다는 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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