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년 1월 26일자에 ‘랜드로버 원조 모델 디펜더, 67년 만에 역사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겨울은 4륜구동 차가 가장 각광받는 계절이다. 지금은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4륜구동 차를 내놓고 있지만, 4륜구동 승용차를 대표하는 전통의 브랜드로는 지프와 랜드로버가 손꼽힌다. 두 브랜드 모두 지금은 승용차 개념을 도시에서도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4륜구동 차를 내놓고 있지만, ‘어디든지 가고 무슨 일이든 한다’는 모토를 실감케 하는 정통 오프로드 승용차도 여전히 만들고 있다. 지프 랭글러와 랜드로버 디펜더가 그들이다. 

지프 랭글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발전을 거듭한 탓에 1941년에 첫선을 보인 오리지널 지프와는 뼈대에서부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랜드로버 디펜더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음에도 1948년에 등장한 오리지널 랜드로버 첫 모델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다. 지금 팔리고 있는 디펜더의 겉모습은 1983년 이후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한결같은 모습과 강인한 이미지로 세계 여러 나라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랜드로버에게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차지만, 디펜더라는 이름이 쓰인 기간은 의외로 짧다. 디펜더라 불리기 전에 이 모델에는 별다른 이름이 없었다. 그냥 랜드로버라는 이름 뒤에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인 휠베이스를 인치 단위 숫자로 간략하게 표시해 랜드로버 90이나 랜드로버 110과 같이 부른 것이 모델 구분법의 전부였다. 세대에 따라  시리즈 I, II, III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랜드로버 내부와 애호가들이 편의상 나눈 분류일 뿐이었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것은 1990년의 일이다. 지금과 같은 겉모습으로 바뀌고도 7년이나 흐른 뒤였다. 랜드로버의 여러 모델 이름 중 레인지 로버는 1971년부터, 디스커버리는 1989년부터 쓰였으니 그들보다 나중에 새 이름을 얻은 것이다.

1990년 이전까지 별다른 이름이 붙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레인지 로버가 나오기 전까지는 오직 한 가지 모델 뿐이었고, 나온 후에도 모델 성격과 이름이 뚜렷하게 구분되었기 때문에 따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가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를 만들면서 모델이 늘어나는 만큼 혼란을 막기 위해 차의 성격에 따라 이름을 구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리지널 랜드로버에 디펜더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디펜더는 2000년대 들어 끊임없이 생산 중단설이 나와 팬들을 걱정시켰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면 갈수록 강화되는 안전과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랜드로버의 이야기도 걱정을 부채질했다. 결국 랜드로버는 지난 2013년에 영국에서의 디펜더 생산을 올해 12월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첫 랜드로버가 생산된지 67년 만에 오리지널 랜드로버의 혈통을 이은 차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랜드로버는 올 한 해 동안 디펜더의 특별 한정 모델을 내놓고 다양한 기념 행사를 열며 디펜더의 의미를 되새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