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년 6월 22일자에 ‘차 마라톤 대회 ‘르망 24시간 레이스’… 그 역사와 전통의 가치’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지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르망에서는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열렸다. 매년 6월 셋째주에 열리는 이 레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내구 레이스로 손꼽힌다. 이 레이스에 출전하는 팀의 차와 선수들은 상설 자동차 경주장과 주변 도로를 잇는 약 13.6km 구간을 꼬박 24시간 동안 달린다. 주기적인 선수 교체 시간과 주유 시간, 사고가 났을 때 수리하는 시간을 빼면 거의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종종 ‘자동차의 마라톤 대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올해에는 포르쉐의 919 하이브리드 경주차가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코스를 돌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6년 만에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다시 출전한 포르쉐는 17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손에 넣으며 르망 역사상 최다인 통산 17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올해 포르쉐의 우승은 지난 16년 간 르망의 강자로 군림한 아우디를 저지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아우디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우승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 르망 레이스 시상대의 꼭대기에 모두 13번 오르며 포르쉐의 기록에 도전해 왔다. 

그동안 아우디가 르망 레이스 우승을 위해 투자한 비용이 엄청났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우디의 성과를 놓고 마케팅을 위해 돈을 주고 르망 우승컵을 샀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경기 자체는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치러졌다. 50대 이상의 경주차가 뒤섞여 달리는 레이스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우승은 쉽지 않은 것이 르망 레이스의 현실이고 묘미다.

아우디가 르망 우승을 마케팅 활동에 적극 활용한 것은 사실이다. 르망 레이스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대우자동차가 만들었던 소형차에 르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르망은 원래 미국 GM의 폰티액 브랜드 차에 쓰이던 이름으로, GM이 대우 차를 수입해 미국에 팔 때 그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이 국내에 판매되는 차에도 같은 이름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폰티액이 르망을 차 이름으로 쓴 것은 스포티한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였다. 폰티액 르망이 처음 나온 것이 1961년이니 이미 그 시절에도 르망 레이스가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처음 열린 것은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레이스도 있지만, 르망만큼 꾸준히 열린 레이스는 없다. 르망 레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 역사와 전통은 레이스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가치이고 의미가 크다. 게다가 가장 가혹한 조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거둔 우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랑거리다. 포르쉐와 아우디뿐 아니라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한 모든 자동차 업체들은 르망 우승을 적극 홍보하고 팬들에게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